독서모임 운영 시스템 만들기 2
오랜 시간 운영되고 있는 독서 모임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했을 때는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다.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복잡해지면 무언가를 잊거나 순서가 엉망이 되어 버린다. 당연하게도 멤버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줏대 있는 독서 모임을 만들어 보겠다면, 독서 모임 운영자에게도 루틴이 필요하다. 루틴은 복잡한 것을 심플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고, 이리 흔들 저리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루틴은 좋은 습관으로 만들어 가고 싶은 어떠한 행동이나 생각을 의도적으로 반복해서 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평소에 몇 가지를 정해 의도적으로 지켜 나가려고 애쓰는 루틴이 있다. 별로 대단한 것들은 아니지만, 작고 소소한 실행이 일상에 더해지자 활력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었고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작게나마 생겨났다.
독서 모임을 운영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내 안에 가장 먼저 떠오른 의문은 이거였다. '내가 리더의 깜냥이 되는가?' 학교 다닐 때 반장 한 번 맡아본 적 없는 나였기에, 리더가 되어 사람들을 이끄는 모습이 잘 상상되지 않았다.
'내가 무슨 리더야...'와 같은 부정의 감정이 마구 올라오고 있을 때, 내 안 깊숙한 곳에서 아주 작지만 당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몇 년 동안 크고 작은 루틴을 만들어 실천해 왔잖아. 그 힘으로 독서 모임 운영을 잘 해낼지도 몰라'
자신감은 여전히 부족했지만, 지난 몇 년간의 노력으로 내 삶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긴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게 독서 모임도 루틴을 만들어 정착시켜 나간다면, 내가 가진 깜냥만큼 줏대 있는 독서 모임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거라는 자그마한 용기가 생겼다.
지금부터 소개할 독서 모임 운영 루틴은 결코 정답이 아니다. 그렇지만 독서 모임을 처음 운영하시려는 분들 혹은 운영은 하고 있는데 뭔지 모르게 삐걱댄다는 느낌으로 고민하고 계신 어떤 분들께 내 글이 닿아 도움이 된다면 기쁠 것 같다.
독서 모임 운영자 루틴의 시작은 날짜를 체크하는 것부터다. 예를 들어 5월에 독서 모임을 시작한다고 한다면, 달력을 먼저 확인한다. 평일에 공휴일이 끼어 있는 경우 그대로 무시하고 진행할 것인가 아니면 하루 쉬었다 갈 것인가 이런 소소한 것을 먼저 정해둔다.
내가 운영하는 독서모임에서는 나를 포함해 10명으로 인원 제한을 두고 있다. 공석이 생길 경우에는 모집 글을 올리는데 이 단계에서 실행한다. 날짜를 정하고, 모집 글을 올렸다면 다음은 선정된 책을 펼쳐 놓고, 매일 읽을 분량을 쪼개어 적어 놓는다.
모든 모집과 일정, 읽을 책의 분량까지 나왔다면 이제 단톡방 운영으로 이어진다. 독서 모임의 공지사항을 전달하고, 친밀감 형성을 위해서는 단톡방을 운영하는 것이 좋다. 우리 독서 모임은 접근성이 우수한 카카오톡을 활용하고 있다. 예전에 모임을 운영할 때 네이버 카페도 사용해 보고, 밴드도 활용해 보았는데 모두 접근성이 떨어지는 바람에 다시 카카오톡으로 돌아왔다.
단톡방에서 이루어지는 활동 또한 다음 루틴대로 이끌어 가고 있다. 모임 시작 이틀 전 새로 합류한 멤버를 초대한다. 멤버들이 모두 접속한 것을 확인한 뒤에는 공지사항에 모임 기간과 모임 운영 방식, 함께 읽을 책과 책의 전체 분량을 적어 놓는다. 모임 시작 전 서로 간 첫인사를 나눈다.
모임이 시작되면 매일 아침 인사를 한 뒤, 오늘 읽을 독서 분량을 올려놓는다. 멤버들이 책을 읽고 하나 둘 미션을 올리면 해당 글을 읽어보고 답글을 단다. 평일 5일 간 책을 읽고 미션을 하는데, 멤버별로 미션 완료 체크를 해 두고, 매주 토요일이 되면 한 주간 결과를 올려 준다.
2주가 지나 책 한 권을 모두 읽었다면 미리 화상 미팅 날짜를 공지한다. 화상 미팅이 종료되면 새 책 읽기에 들어가고 단톡방 활동은 위에서 전개한 순서대로 다시 반복된다. 모임이 중후반을 향할 즈음되면 다음 모임에서 읽을 책을 정한다. 그리고 기존 멤버들 중에서 다음 모임의 참가를 원하는 분에 한에 등록을 시작한다.
한 달 모임이 모두 종료되었다면 결산을 한다. 모든 미션을 성실하게 수행해 주신 분들께는 커피 쿠폰을 선물로 보내드린다. 미션에 성공하지 못한 분들께 긍정적인 동기부여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기부를 떠올렸다.
미션에 성공하지 못한 분들의 회비 중에서 5천 원씩 모아 청소년 생리대 기부를 시작했다. 미션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한 달 동안 책을 읽고 기록하려고 애쓴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기부 영수증을 공유하는 것을 끝으로 한 달 모임이 마무리된다.
재참여를 원하지 않는 분이 계시다면, 감사장 하나를 이미지로 만들어 선물로 드리며 작별 인사를 나눈다. 독서 모임 단톡방에서는 퇴장해 주십사 말씀드린다.(이 말이 왜 이리도 힘든지 모르지만, 독서 모임 단톡방 운영에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다.) 이렇게 한 달 동안 독서 모임을 운영하며 단톡방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소개해 보았다.
물론 이외에도 단톡방의 역할은 많지만 그건 다음 글에서 나누기로 하고, 오늘은 단톡방에서 어떤 루틴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설명해 보았다. 생각보다 자잘한 활동이 많아 보여서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두고 하나씩 하다 보면 어느새 습관으로 만들어지니 큰 걱정 하지 않아도 괜찮다.
처음부터 많은 것을 루틴화 시키려고 것보다는 매일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2가지 정도를 뿌리로 세워두고 나머지는 천천히 뻗어 나가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덜하다.
처음 만드는 루틴은 당연히 허술할 수밖에 없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모양새를 갖춰가기 마련이다. 또한 아무리 루틴을 빈틈없이 만들어 두고 실행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때그때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내가 이것만은 꼭 놓치면 안 된다고 다짐하며 세워둔 2개의 뿌리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아침인사와 미션 안내, 두 번째는 피드백이다.
가장 먼저 매일 오전에 아침 인사를 하고, 그날그날 읽어야 하는 책의 분량을 공지한다. 그리고 멤버들의 인증 사진이 올라오면 해당 글에 대한 답글을 달아 준다. 올라오는 글의 전부에 피드백을 달아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멤버들의 생각을 읽어보고 공감하거나 질문을 하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딱 2가지 루틴만이라면, 그래도 할 만하지 않을까? 처음 독서 모임을 운영할 땐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조금씩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 실천하다 보니 요령도 생겼다. 요령이 생기고, 안정을 찾으니 처음 걱정이 무색할 만큼 리더의 모양새를 갖춰 나가는 중이다.
다음 편에서는 독서 모임 운영자들이 활용하면 좋은 도구를 추천하려고 합니다. 독서 모임 운영 루틴을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툴도 포함되어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