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바다야, 나의 하늘아,
나를 안고서 이렇게 잠들면 돼~~
나의 바다야, 나의 하늘아,
난 너를 사랑해~
언제나 나의 곁에 있는 널!
여름만 되면 어김없이 흥얼거리게 되는 곡,
up의 바다라는 노래의 후렴구 가사다.
이 노래를 들으면 나의 바다가 떠오른다.
나의 방황과 사랑과 우정을 모두 지켜본
나의 바다.
서해 바다, 남해 바다, 필리핀 바다, 오키나와 바다
전부 아름답긴 했지만
나의 바다는 단 하나, 동해 바다다.
중고등학교를 바다 가까운 곳에서 다녔다.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30분만 가면
바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언제든 찾아갈 수 있었던 바다가
그때는 귀한 줄 몰랐는데,
수시로 소풍 가던 그곳은
특별할 것 없는
당연한 풍경이었는데
지금은 일부러 시간 내지 않으면
닿기 어려운 곳이 됐다.
나의 바다는 언제나 그곳에 있었다.
내가 어떤 모습이든 받아줬고,
울어도 웃어도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러도
누구와 함께여도
그저 묵묵하게 넘실거리며
푸르르게 반짝이며 반겨주었다.
바다와 함께한 추억이야 셀 수없이 많다.
어느 날은 친구들과 버스 타고 잔뜩 몰려가서
친구 생일 파티를 해줬다.
해변가에 앉아
너랑 나랑만 아는 거라며 다짐하며
비밀을 하나씩 풀어놓기도 했다.
그 많은 이야기를 어찌 품고 살았나 싶어
서로가 너무 안쓰러워
부둥켜안고 울기만 했는데
울고 난 뒤 모습이 못생겨서
버스 타고 집에 오면서 내내 키득거렸다.
이건 진짜 비밀인데,
첫 음주도 바닷가에서였다.
소주였나 맥주였나
친구들과 조금씩 나눠 먹고
제각각의 모습대로 취했던 우리를
바다는 전부 다 잊지 않고 품었을 것 같다.
우리의 우정은 바다에서 시작되었고,
바다에서 무르익었다.
그리고 우리는 한 뼘씩 몸이든 마음이든
너른 바다처럼 키우고 있었다.
꿈은 선명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다 잘 될 리라는 희망은
바다처럼 가득 품고서 였지만
그 마음은 숨긴 채
철 없는 아이들처럼
신나게 떠들며 놀았다.
연애를 하게 되면 꼭 하고 싶었던 게 있는데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서
사람들 몰래 입을 맞추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첫 연애를 했다.
함께 바다를 보러 가자며 버스를 탔다.
맨 뒷자리에는 어찌어찌 앉았으나
차마 입은 못 맞췄다.
손을 꼭 잡고 해변을 거닐던 순수함도
나의 바다는 지켜봤다.
보드라운 모래 감촉
쉴 새 없이 부서지던 파도
그리고 소리와 냄새
나의 바다는 여전히 내 안에서 살아 숨 쉰다.
가끔 속이 정말 꽉 차
어찌할 바를 모를 정도의
답답함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버스 맨 뒷자리에 타고
두 눈을 감고 천천히
나의 바다로 출발한다.
내 손에는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가 들려 있고,
이어폰에서는
'나의 바다야~ 나의 하늘아~' 하며
경쾌하고 귀여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버스에서 내려 바닷가로 향해 걸으니
바닷가 입구에서부터 맡아지는
냄새에 안도감이 밀려온다.
서걱서걱 모래를 밟아가며
나만 아는 구석 자리 바닷가에 앉아
내내 꽂고 있던 이어폰을 빼면
저 멀리서부터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 소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내 귓전에서 잔잔하게 연주하기 시작한다.
그제야 두 눈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고 멀리 퍼진 푸르른 바다가 담긴다.
시원하고 개운하다.
꽉 막혔던 가슴에 바다가 천천히 담긴다.
그러면 이런 마음이 든다.
나는 또 하루를 살아갈 수 있겠구나
나의 바다가 이렇게 있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