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때가 아니다.

<신글 4th_Day2> 상실감에서 벗어나는 방법

by 화몽


산 사람을 살아야 한다. 그것은 온전히 남은 사람의 몫이다. 떠난 이는 말이 없다. 흔적만 남는다. 내가 누군가를 완전히 잃어본 경험이 있던가? 생각을 해보니... 이십여 년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5년 전에 세상을 등진 시아버님... 이 두 분뿐이다. 물론 촌수를 넘어가면 더 많은 이들이 삶을 마치고 자연으로 돌아갔지만 이별의 순간이라 여겨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복이라면 복이겠지. 사랑하는 이 소중한 사람을 영원히 기억 속에서만 만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작년 봄 나는 이 쓰디쓴 상실감에 혀끝이 아린 순간이 있었다. 어머님이 허리 시술을 하시게 되었는데 회복 과정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의사의 말로는 일주일이면 회복되실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날이 훌쩍 지나도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시지 못했다. 오히려 엎친데 겹친 격으로 선망까지 와 병원에서도 모두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코로나 시국이라 병원을 옮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 주말 한 피검사 결과에서 염증 수치가 한없이 높아진다며 상급병원을 고려해보자며 몇 가지 검사를 더 하게 되었다. 순간 아찔했다. 나를 못 알아보시고 손주들 데려고 와달라고 떼를 부리던 어머님께 벌컥 화를 냈던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겨우 3주 병간호했을 뿐인데 무어가 힘들다고 왜 나아지지 않으시냐며 운동을 강요했던 내게 미웠다. '왜 그랬니? 왜 그랬어!' 스스로 자책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점점 어려지고 있었다. 며칠 전만 해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 즈음에 계셨는데 그 주말 즈음에 그녀는 소녀가 되었다. 무섭다며 엄마를 찾아달라며 내 손을 잡고 우는 백발의 아이가 되어버리셨다. 쪼글쪼글 세월의 골이 패인 어머님의 손위로 아이와 나의 눈물이 범벅이 되어 흘러내렸다. 나도 모르는 순간 하면 안 되는 생각들을 했었다. 나의 고단함에 불평을 터트렸는지도 모를 검붉은 찌꺼기들이 내 목을 채워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제가 잘못했어요. 떠나가시면 안돼요. 이미 너무 아픈 삶을 사셨잖아요. 저랑 재미있게 사셔야죠. 지난날에서 깨어나세요. 그 힘든 시간에서 돌아오세요.'

상실감이란 이런 것일까?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맵고 뜨거운 커다란 솥에서 상실감이란 국물의 간을 본 정도일 텐데... 내가 감히 상실감을 안다고 말할 수는 있을까? 소중한 이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만도 이렇게 가슴을 으스러지게 파고드는데 말이다. 아직은 그냥 무섭다. 내 소중한 이들에게 항상 전한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내 곁에 함께해달라고. 상실감에서 벗어나는 방법 따위는 내게 너무나도 어려운 과제이다. 그들과 함께 할 수 없는 세상은 아직 상상할 수 없기에 지금 그들에게 말한다. '사랑한다고...' 이것이 내가 상실감과 마주할 그 순간을 대비할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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