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쑥쑥 자란다.
딸아이 둘 키우는 남편 친구의 아내는 우리를 볼 때마다 본인 딸아이들의 작아진 옷을 한 보따리씩 전해주곤 한다. 펼쳐보면 아직 우리 아이에게 커보이는 옷이 대부분이라 조금 지나면 입혀야지 하고 서랍 한 켠에 넣어놓는다.
계절이 변하지 않는 열대나라의 좋은 점이 있다면 지금 큰 옷이라도 언젠가는 그 옷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라면 이 맘 때 딱 맞을 옷이지만 계절이 달라 못 입히고 넘어가는 옷들이 있겠지만 사시사철 여름인 이 곳은 그럴 걱정이 없다.
매일 보는 아이얼굴과 몸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둥그런 얼굴도 똑같고 귀엽게 웃는 눈매도 1년 전 사진이랑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 옷장을 정리하며 커서 아직 입히지 못할 것 같았던 물려받은 옷들을 꺼내어 입혀보면 어느 순간 꼭 맞는다. 무릎 밑으로 한참이나 내려와 조금 더 있다가 입혀야겠다 생각했던 원피스 밑단이 성큼 무릎 위 언저리에 와있고 어깨가 너무 커서 어색하게 흘러내리던 티셔츠가 맞춘 듯 어깨선에 맞는다. 매일 쓰는 옷 서랍장에서 한참 전 산 원피스와 내복을 매일같이 꺼내입는 동안 조금 크다고 생각했던 물려받은 옷들은 입어보지도 못하고 다시 누군가에게 물려주게 생겼다.
세면대가 높아 항상 보조계단에 올라 손을 씻던 아이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 세면대 밑 보조계단 위에는 뽀얀 먼지가 앉아있다. 계단이 없이도 물을 켜서 손을 씻을 수 있게된 것이다. 부엌 서랍 제일 윗칸을 들여다보지 못해서 매일 그 안을 궁금해하며 손을 넣어 더듬거리곤 하던 아이는 어느새 서랍을 열어 수저를 척척 꺼내 식탁에 놓으며 식사 준비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아이가 크는걸 안다. 눈썰미 없는 엄마라서 키가 한달 동안 얼마나 컸는지 몸무게가 얼마나 늘었는지 잘 몰라도 크던 옷이 꼭 맞고 닿지 않던 곳에 손이 닿는 모습을 보고 나는 아이가 또 크고 있는걸, 계속 커갈 것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