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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스 Jun 22. 2023

계속될 기도

투명해지고 싶다. 온몸을 열어 누구에게나 드러내고 싶다. 손익을 판단하는 계산법을 아예 잊고 싶다. 무엇이든 줄 수 있는 상황이라면 퍼주는 쪽이 되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과하게 웃고 울고 나눈 날에도 후회하지 않을 텐데. 그저 가볍게 느리게 존재하고 싶다.

마음 깊이 바라는 것들을 늘어놓다가 문득 매번 비슷한 소망을 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바라는 모습에서 멀어질 때마다 변화를 꿈꾸는 것 같은데, 그 주기는 자주 돌아온다. 자주 비슷한 실수를 하는 바람에 비슷한 교훈을 얻어버리고 그게 결국 비슷한 다짐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이번에는 부디 새사람이 되어 달라고 스스로에게 신신당부를 해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옛 습관은 돌아온다.

사람은 변할까. 변하지 않을까. 나는 변할 수 있을까. 이렇게 잦은 실패 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바라게 되는 건 왜일까. 자신에 대한 신뢰일까 강박일까.

한 번은 실수고 두 번 이상 반복되면 그게 진짜 모습이라던데. 자신의 계산적이고 찌질한 면모를 잘 알면서도 최종의 모습은 아닐 거라고 자꾸만 믿어본다. 나의 속내가 조목조목 보여서. 작고 기울어진 마음이 뻔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은 거다.

그런데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다 보니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이건 무조건 장기전. 어쩌면 죽기 전까지 계속될 과정. 지난하게 이어질 거라 생각하니 비난과 후회만 난무하지 않도록 연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나의 적이 아니니까. 나의 미운 모습을 다시 발견해도 그런 모습이 왜 남아있는지, 그리고 그 모습이 왜 미운지, 그 순간만의 이유를 들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볼 수 있다.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존중해 주며 그래도 이것보다는 더 잘할 수 있잖아?! 하며 기대를 걸어보는 것이다.

더 자주 바라는 모양으로 살 때까지 아무래도 계속 비슷한 소망을 빌 것 같다. 그런데 사실 나는 매번 같은 사람이 아니다. 내 안의 다짐과 대화가 쌓여갈수록 더 깊이 바라는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그러한 시도는 새로운 행동으로 이어진다.

묵은 때의 얼룩이 매 순간 다른 모양으로 씻겨져 나간다. 아주 미세한 변화지만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같은 다짐이라도 지겨워말고 자꾸만 상기시켜 줘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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