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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스 Nov 17. 2023

믿겨서 좋은 선택

선택하는 일은 언제나 어려웠다. 자신을 자주 의심하며 내게는 최선을 선택할 줄 아는 역량이 없다고 생각했다. 선택을 다 해놓고도 어떤 가능성을 놓쳐버렸다는 가설을 더 거대하게 느끼며 쉽게 후회하고 불안해했다. 그래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최대한 피해왔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선택이 나를 기다리다 지쳐서 내게 올 때까지 버텼다. 확신을 갖는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에 달라진 자신을 발견했다. 확신이 생겨버린 것이다. 유학생활을 마치고 당분간 어느 나라에서 살고 싶은지 결정하는 꽤 중요한 기로 앞에서, 마음이 예상치 못하게 명료했다. 삶의 우선순위인 재미라는 요소를 다시 정의해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지금 마음속으로 쫒는 재미가 어떤 모습인지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선명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끼니를 준비하는데 시간을 들이고 일상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꿈. 어디서든 실천할 수 있겠지만, 당장 나와 이 실험을 함께해 줄 분명한 사람들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나의 결정은 마음에 안정을 주는 사람들에게로 향했고, 이를 기준 삼은 이후로는 의심하고 부정하는 시간이 아주 짧아졌다.


변화의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의문 없이 믿게 되는 마음들 덕분인 것 같다. 배신 없는 사랑의 경험치가 쌓이다 보니 용기가 생겨버렸다.


확신이 주는 감각이 기분 좋게 다가온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오직 나의 마음에 귀 기울여 내린 결정이니 탓할 타인이 없다는 점이다. 이후에야 어찌 되든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선택이라고 믿긴다. 바라던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감이 이상하리만큼 생긴다.


이제 원하는 일상을 향해 찬찬히 준비하고 나아가면 된다. 놓치게 될 실체 없는 가능성은 쿨하게 보내주고,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훨씬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고 싶다. 시시한 꿈이지만 내가 한 선택이니 잘 일구어내야지. 솔직한 마음을 비난 없이 받아들여준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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