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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성 Dec 18. 2018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영어 공부법

바쁘다는 핑계는 그만대기로 했다

내가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를 하기 시작한 건 2018년 3월. 20살에도 안 하던 영어 공부를 30대가 되어서야 하기로 마음먹었다. 대한민국에서 정규 교육을 받은 이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나 또한 이전에 영어 공부를 안 한 건 아니었다. 내신과 수능, 토익 점수를 위해 누구보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고 자주 고득점을 받았지만 현실에서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해 영어 앞에서 늘 작아졌다. 이제 더 이상 영어 때문에 발목잡히는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커져만 갔다.


물론 이전에도 영어 공부를 하려고 결심한 적은 많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명의를 찾아 헤매듯 유명하다는 학원도 다녀봤고 전화 영어도 해봤다. 하지만 천성이 게으르고 지구력이 없어 포기가 빠른 나는 지속적으로 공부를 이어나가지 못했다. 시작하고 포기하기를 반복하다 지치고 나 자신에게 실망하며 그렇게 영어 정복의 꿈은 잊혀져 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올해는 좀 다르다. 3월부터 다니기 시작한 학원은 지금도 꾸준히 잘 다니고 있다. 지치기는커녕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에 최근에는 마음 맞는 수강생들과 스터디도 시작했다. 적어도 이제는 영어가 두렵지 않은 수준에 도달했다. 영어 정복의 꿈은 아직 멀었지만 더 이상 주눅 들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성장인지 알고 있다. 일상 생활에서 불쑥 모국어처럼 어떤 문장이 떠오르기도 하고 미드를 보면서 귀에 쏙쏙 박히는 표현이 많아졌다. 이렇게 서두르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다 보면 어느덧 영어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전혀 어렵지 않은 날이 올 것이다.


서른 해를 노력하려 해도 안되던 게 올해는 뭐가 달라서 여태 포기하지 않았을까? 엄청난 충격을 받고 한 순간에 독하고 부지런한 사람으로 바뀐 것은 절대 아니다. 나는 여전히 게으른 사람이지만 그런 나의 성향에 최적화된 공부법을 찾고 습관으로 만든 것이 이전과 다른 유일한 점이다. '퇴근하고 나면 녹초가 되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매일 영어 공부를 하다니, 당신 게으른 사람 맞아?'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퇴근 후 책상에 앉기 힘들어서 내가 택한 방법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기로 한 것. 나같이 게으른 사람이 6개월 이상 영어 공부를 지속할 수 있었던 시간 활용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기 전까지의 시간을 활용한다
5분 만에 샤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30분 정도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샤워를 하면서 아침을 여는 사람도 있다. 나는 늦게 일어나는 날을 제외하고는 평균 30분 정도를 욕실에서 보내는 편이라 그 시간을 활용하기로 했다. 퇴근 후 책상에 앉아 복습할 만큼 부지런하지도 않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도 못하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자투리 시간이다. 내가 듣는 수업은 미드, 강연, 뉴스 등 영상을 통해 듣고 따라 하면서 10 문장씩 외우는 방식. 학원 수업 이후 문장을 외우는 건 각자의 몫이지만 퇴근하고 나면 지칠 대로 지쳐서 외우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일단 스트레스 안 받고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기로 했다. 선생님이 유튜브에 올려주시는 복습 영상을 크게 틀어놓고 샤워를 하기로 한 것. 굳이 책상에 앉지 않아도 되고 씻으면서 절로 공부가 되니 나 같은 게으름뱅이에게는 매우 좋은 방법이다. 샤워가 끝나고 스킨, 로션, 보디 오일을 바르면서도 유튜브 영상을 라디오처럼 들으며 노래 흥얼거리듯 따라 한다. 단, 집중하기 어렵거나 따라 하기 귀찮은 날에는 그냥 틀어놓기만 한다. 하루에 한 문장씩 유용한 표현을 알려주는 채널부터 함께 쉐도잉 연습하는 채널까지 매우 다양하니 자신에게 유용한 채널을 활용하면 된다. 매번 잘하려고 애쓰다 보면 금방 지칠 테니 내용이 귀에 안 들어오는 날에는 안 들어오는 대로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게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비결이다.



2. 이어폰만 있다면 출근길 지옥철도 최고의 서재가 된다
이 기세를 몰아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복습을 한다. 출근 준비할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화면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이 시간에는 화면을 보면서 조금 더 집중하며 외우거나 영문법 강의를 듣는다. 가장 머리가 개운한 시간이라 집중도 잘 된다. 붐비는 지옥철이지만 이어폰만 있으면 사적인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출근시간이 한 시간 정도 걸리는데 내내 공부하는 건 피곤하다. 그래서 나름의 규칙을 정해두었다. 출근길을 교통수단별로 나눠보자면 대략 마을버스 10분, 3호선 20분, 2호선 10분, 분당선 10분, 그 외 걸어서 이동하는 거리 10분 정도인데 가장 구간이 긴 3호선 20분에는 반드시 영어 공부를 하기로 정했다. 그 외 시간에는 영어 공부를 해도 되지만 쇼핑이나 웹서핑 등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기로. 처음에는 스트레스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번 습관이 되면 스마트폰을 보면서 무의미한 서핑을 하던 출근길도 생산적으로 만들 수 있다.



마이 프레셔스...



3. 나만의 '혼밥 미드' 편성하기
혼밥 할 때 보는 미드를 정해놓고 먹으면서 재미있게 감상하는 것도 좋다. 요즘 나의 혼밥 미드는 <섹스 앤 더 시티>다. 퇴근길에 맛있는 걸 잔뜩 사와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먹는 게 하루 중 커다란 즐거움이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 드라마인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물론 그때 그때 보고 싶은 미드를 골라봐도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해보니 뭘 볼지 고르는 데 드는 수고로움이 은근히 컸다. 아예 고정적으로 볼 미드를 정해 놓는 편이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막을 수 있어 좋다. 지금 보고 있는 미드를 다 보면 또 다른 미드를 정해놓는 식으로 자신만의 '혼밥 미드'를 편성하면 된다. 이 때는 애써 공부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즐겁게 감상하는 것이 관건이다. '아는 만큼 들린다'라고 즐기면서 보다 보면 공부한 표현이 나와 자연히 복습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휴식하듯 영어공부를 하는 최적의 방법이다.



4. 그 외 자투리 시간에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외운다.
자신에게 필요한 학습 세트를 만들어 단어 암기나 암기한 문장을 복습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다. 주로 '퀴즐렛 Quizlet'(https://quizlet.com/ko)을 활용하고 있는데 마치 단어장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영어 공부를 시작한 이후 유튜브나 책을 통해 영어 공부법을 찾아보면서 느낀 점은 무수한 반복이 성공의 열쇠라는 것이다. 앞에는 한글, 뒤에는 정답을 써놓은 단어장이나 낱말 카드를 만들어 꾸준히 복습하는 것이 효과가 좋다는 성공담이 많았는데 퀴즐렛은 바로 그 역할을 맡아준다. 학습 세트를 구성해두면 랜덤으로 문제를 내주는 등 단어장처럼 사용할 수 있어 손으로 낱말카드 만들 여력이 없는 이들에게 유용하다. 이 외에도 앱스토어에 가면 복습을 도와주는 애플리케이션이 무수히 많다. 그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활용해 무의미하게 보내기 쉬운 자투리 시간에 30초, 1분이라도 보면 된다.


영어공부로 예를 들었지만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자투리 시간에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을 위한 사소한 행위를 반복하고 이를 습관화하는 것. 이것이 늘 시간에 쫓기느라 결심한 것을 지속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시간 관리 비결이다. 퇴근하고 나면 책상에 앉을 체력도, 시간도 없는 당신이라면 속는 셈 치고 한 번 시도해 보길 바란다. 한 번에 많은 양을 해내려 하다 보면 빨리 지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겨우 이거야?' 할 정도로 쉽게 할 수 있는 것들부터 일단 실천해 보길 권한다. 사소해 보이는 시간을 당신의 것으로 차근차근 만들어 가다 보면 더 이상 바쁘다는 핑계를 대지 않는 자신을 발견할 테니까.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게 유난히 힘든 당신이라면 내일 오전 8시 발행될 글을 눈여겨 보길 바란다. 압박감과 두려움 속에 웅크리고 있던 과거에서 벗어나 이제는 새로운 도전을 즐기게 된 '소담한 하루' 작가의 이야기가 발행될 예정.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린 그녀의 스토리를 통해 당신은 내일도 한뼘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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