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에 품격을 더하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유럽 문화의 핵심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도, 예술의 나라 프랑스도, 유럽의 최강대국 독일도 아닌 이탈리아라고 생각합니다. 서로마제국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된 적자, 동로마 제국은 제국의 멸망 이후 대부분 이슬람 영향권에 들어가 영속성이 끊어져 버렸습니다. 서로마 문화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이탈리아가 맞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정치에서는 영국, 경제에서는 독일, 문화에서는 프랑스가 유럽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 입장에서는 정치와 경제는 한 수 접는다 해도 문화의 주도권을 프랑스에게 내어준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프랑스가 자신있게 내미는 문화의 핵심 아이콘을 볼까요?
프랑스 요리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의 카타린이 프랑스 브르봉 왕가로 시집오기 전까진 포크 조차 모르던 야만인의 음식이였고, 프랑스 와인은 자랑스러운 이탈리아의 선조, 로마제국이 지금의 프랑스 땅인 갈리아 지방에 포도 재배와 함께 양조 기술을 전파했던 것이고, 프랑스 아니 세계 최고의 미술관인 루브르 박물관의 최고 보물인 모나리자도 이탈리아의 화가인 다빈치가 그린 것이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 자랑하는 낭만의 도시 파리도, 18세기부터 나폴레옹 시절을 통해 지금의 모습이 완성된 "어린" 도시입니다.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그리고 그러한 유적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로마의 입장에서는 그런 프랑스가 모든 면에서 유럽 문화를 대표하는 현실이 이탈리아인 입장에서는 한 없이 못 마땅할 뿐입니다.
요리 얘기를 조금 더 해 볼까요?
르네상스의 발상지인 피렌체, 그 피렌체를 이끌던 메디치 가문의 딸 카타린 드 메니치가 프랑스로 시집오면서 데려온 메디치 가문의 요리사들로 인해 프랑스 요리가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프랑스의 궁중 식사 예절이 여기서 시작됩니다. 이전까지는 프랑스 궁중을 포함하여 모든 알프스 이북의 게르만 문화권 왕가들은 사냥한 야생 동물들을 산처럼 쌓아두고 게걸스럽게 먹는 것이 미덕이었을 만큼, 포크도 과자도 몰랐던 상황이었거든요. 다시 말해, 지금 세계 최고의 요리라 칭송 받는 프랑스 요리가 사실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며느리를 받지 않았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고, 지금의 프랑스 요리의 지위를 이탈리아가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탈리아는 프랑스 요리처럼 고급 정찬의 골격을 제공했을뿐더러, 파스타와 피자로 대표되는 대중적인 음식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탈리아는 로마제국 붕괴이래로 수 많은 외부세력들의 외침에 시달리는데 특히나 로마 이남의 나폴리 왕국은 각국의 식민지로 전전하는 동안 수탈로 인해 농민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북부 이탈리아에 비해 경제적으로 매우 낙후되었고 이 상태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자국 내에서 고달파지면 해외로 눈을 돌려 살길을 찾기 마련으로 마치 많은 중국인들이 인접 아시아 각국으로 이민을 가서 어렵게 정착한 과정과 유사합니다. 중국의 화교들도 솥 하나 도마 하나 들고 남의 나라에 가서 식당으로 돈을 번 것처럼 이탈리아 특히 남부 이탈리아 사람들도 유럽 각국으로 흘러 들어가 주로 식당을 차려서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요리분야에서 뒤쳐졌던 알프스 이북의 게르만 문화권 나라에서는 자국의 음식보다 더 깊숙이 이탈리아 요리가 뿌리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유럽 어느 도시를 가던지 골목마다 이탈리아 음식점은 있기 마련이고, 주로 남부 이탈리아 요리인 피자와 건조 파스타를 이용한 요리가 주종을 이룹니다.
프랑스 요리가 오랜시간 조려서 만드는 소스가 핵심이라면, "어려우면 이탈리아 요리가 아니다" 라는 말이 있듯이 이탈리아 요리는 재료를 가장 단순하게 활용하여 시각적으로도 충분히 맛이 예상되는 매우 직관적인 요리들입니다. 덕분에 다른 문화권에서도 받아 들이기 매우 쉬워 전 유럽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는 요리가 되었고 난감한 유럽의 음식 고르기에 있어 우리에게 큰 힌트를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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