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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만걸 Oct 17. 2019

집중과 몰입의 핵심 DNA

“上下洞慾者勝 ”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같은 것을 바라보면 승리한다.

규모나 매출의 차이도 있겠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가장 큰 차이는 직원들의 R&R이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에 근무하다가 퇴직을 하면 관련 사업 분야의 중소기업 임원으로 옮기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첫 출근을 하고 직원들에게 업무 브리핑을 받은 임원이 가장 당혹스러워하고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며 우선적으로 손대고 싶어 하는 부분이 바로 업무체계에 대한 것이다.


업무분장이 명확하고 역할과 책임 구분이 잘 되어 있는 조직에서 일하던 임원 입장에서 보면 오합지졸도 이런 오합지졸이 없을 것이다. 망하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라고 말하는 임원도 있으니 말이다. 중소기업은 규모는 작아도 각 담당자가 수행해야 할 업무의 종류와 범위, 분야는 폭넓고 다양하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언제든 일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아무리 빈틈없이 업무 분장을 하더라도 경계업무나 협업이 필요한 업무는 존재하기 마련이어서 무 자르듯이 업무분장을 하고 책임 범위를 정하는 것이 효율적인가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의 고민이 많을 것이다. 실제로 개인의 성과를 반영하는 평가 시스템 도입으로 오히려 협력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중소기업의 평가방법에 대해서는 차후에 다루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이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집중과 몰입의 구심점이며 모두에게 공감되어야 하는 기업의 가치체계에 대해 알아본다.     


요즘 직장을 은퇴하고 노후를 설계하는 사람 중에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 농사만큼 정직한 것이 없다고도 말한다. 농사를 짓는 것은 수확을 하기 위해서이다.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솎아주거나  가지치기를 한다. 주기적으로 약을 쳐서 병충해를 예방하는 것도 필수다. 이런 노력과  자연의 힘으로 가을이면 수확의 기쁨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가지치기를 정성스럽게 하고 해충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으로 풍성한 열매를 얻을 수 있을까? 농부들은 오히려 농사의 반은 파종하기 전에 끝난다고 말한다. 바로 땅 때문이다. 농작물이 뿌리내리는 땅이 얼마나 준비되었느냐에 따라 열매의 크기는 이미 결정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업 경영에서 땅의 역할은 문화이며 기업의 가치체계인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가 그것의 구심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잘 정의된 가치체계, 즉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 줄 수 있고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한 방향으로 역량을 집중하도록 하며 성과를 높이는 원동력이 된다.



기업의 존재 이유 “Mission"     


미션은 창업정신을 기반을 두고 기업의 존재 목적을 정의한 것으로 기업이 변함없이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신념이며 기업의 정체성과 같은 것이다. 우리 회사는 왜 존재해야 하는지? 어떤 기여로 사회를 이롭게 하는지에 대한 정의는 기업의 비즈니스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고 그것을 수행하는 구성원들에게는 자부심의 원천이 된다. 자부심은 자신의 하고 있는 일을 즐기고 성취감을 느끼게 하며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자극한다. 당연히 성과가 좋아질 것이지만 이런 모습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미션 내재화 과정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 또한 리더십 파이프라인에서 말하는 것처럼 모두가 동일한 해석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각 직급 단계에서 정확한 미션에 대한 이해와 표현으로 동일한 지향점을 제공해야 한다.      

“나는 청소부가 아닙니다. 나는 인간을 달에 보내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NASA에서 흥겹게 콧노래를 부르며 청소하는 청소부와 존슨 대통령의 일화는 조직 구성원의 자부심에 미치는 미션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준다.       


    

직원을 설레게 하는 “Vision”     


비전은 기업이 어느 시점에 도달했을 때 달성하려는 목표로 직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이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벽에 걸린 비전을 보면 설레는 것이 아니라 물도 없이 급하게 먹은 고구마처럼 답답하기만 할 걸까? 퇴사를 결심한 직원과 면담을 해 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우리 회사는 비전이 없어!”라는 말일 것이다. 반대로 CEO는 “우리 회사를 5년 후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꿈이고 비전이야!”라고 말을 한다. 같은 회사를 두고 사장은 비전이 있다 하고 직원들은 비전이 없다고 하니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독방에서 만들어진 비전이고 직원이 누리게 될 혜택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비전에는 경영성과와 관련된 목표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누리게 될 모습도 포함되어야 한다. 이것이 없는 비전은 직원들에게 ‘내 등골을 다 빼서 사장만 배부르면 다냐?’라는 부정적 생각을 품게 할 수 있다. 사실 직원들 입장에서 비전에서 제시하는 회사의 목표보다는 자신이 누리게 될 혜택이나 보상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비전은 기업이 진정으로 되고 싶은 미래상을 정의한 것으로 활동영역에서 분명하게 성취하고자 하는 것을 담아야 하며 구성원들이 업무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 5년 이상의 중장기적인 목표가 표현되어야 하고 구체적이며 명확한 슬로건으로서 구성원들을 동기부여시키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도록 하고 일감을 나누고 일을 지시하지 마라. 대신 그들에게 광대하고 끝없는 바다를 동경하도록 하라.” 생텍쥐베리-어린 왕자 중에서



일머리의 기준 “핵심가치”     


핵심가치는 기업의 경영활동에 있어 모든 의사결정과 행동의 기준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의 존재 이유를 정의한 미션이 ‘Why'를 의미한다면 핵심가치는 미션과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How'라고 하겠다. 기업은 여러 사람의 가치관이 존재하는 곳이다. 만약 공통의 가치판단 기준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구성원들은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을 기준으로 일을 하게 되고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게 될 것이며 조직을 혼란으로 몰아가게 될 것이다. 때문에 기업이 미션과 비전에 부합되는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한 방향으로 얼라인먼트하고 역량을 집중하며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 즉 핵심가치가 필요한 것이다. 


핵심가치가 기업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한다. 지금 벽에 걸려있는 핵심가치가 회사의 미션과 비전에 부합하지 않거나 오래전에 다른 회사의 것을 벤치마킹했거나 또는 보기 좋은 단어의 조합으로 CEO가 독방에서 혼자 만들어 낸 것이라면 핵심가치를 다시 도출해 낼 것을 권한다. 직원들의 공감대를 얻고 실천력을 끌어올리는 핵심가치가 되려면 CEO 혼자 만드는 핵심가치가 아니라 직원들이 소통하고 합의한 것이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구성원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와의 얼라인먼트도 가능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만의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은 핵심가치가 의미하는 것을 구성원 모두가 동일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의 내리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좀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핵심가치가 되도록 하려면 어떤 행동들이 핵심가치에 부합하는 것인가를 정의한 행동규범을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이상과 같이 기업의 가치체계를 이루는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에 대해 알아보았다. 근사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멋지게 비전 선포식을 한다 해도 정작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기준이 되지 못하는 가치체계라면 직원들의 불신만 높아지게 된다.


“上下洞慾者勝 상하동욕자승”      


손자병법 모공편에 나오는 말로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같은 것을 바라보면 승리한다.”는 의미이다. 기업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한 방향을 바라보고 하나의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인데 이것을 보는 직원들의 시선이 서로 다르다면 어떻겠는가?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는 CEO나 일부 임원의 전유물이 아니다. 함께 만든 것이라야 책임의식도 생기고 문화로서 정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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