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urosis and Human Growth(pp. 291-308)
12장은 인간관계에서 다양한 장해(disturbances)가 나타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정신내적 갈등(intrapsychic conflict)에 대한 솔루션이 대인관계에서 표면화되는 것임을 강조하며 시작하고 있습니다. 특히 egocentricity에 의해서 대인지각에 왜곡이 발생하기 쉽고 egocentricity를 자각한다고 해서 왜곡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부분이 흥미롭습니다. 역시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교정적인 감정적 경험을 통해서만 왜곡을 줄일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왜곡이 꼭 실상을 잘못 보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특히 스스로의 위선을 못 보는 만큼 다른 사람의 위선을 잘 간파하는 능력을 보일 수 있다는 대목이 재미있어요. 잘 간파하기는 해도 그것을 그 사람의 핵심적 특성인 양 지각하다는 점에서 clear sightedness가 아닌 왜곡이라 명명하는 게 더 적절하겠고요.
이러한 왜곡은 근본적으로는 egocentric한 자부심 체계의 필연적 결과로 이해할 수 있고, self expensive/self effacing/resignation 중 어떤 전략을 취하든 간에 자기정당성을 확보하고 자기혐오(self-hate)는 외재화하는 과정에서 대인지각의 왜곡이 발생한다는 설명이 이해가 될듯 말듯 약간은 아리송하게 다가옵니다. 자부심 체계가 강력할수록 불안전감(insecurity)도 상응하여 강해지는 것이 피해사고/망상의 발달 과정과 연관지어 생각해 보게도 되고요. 이러한 설명과 관련하여, 다른 사람을 실제보다 더 위협적으로 보면서 방어적이 된다는 설명이 눈에 들어와요.
12장의 중반부부터는 사랑과 성적 관계(sexual relation)를 다룹니다. 둘은 불가분의 관계라 할 수 있지만 신경증에서 사랑과 성적 관계가 분리되고, 성적 관계가 신경증적 욕구를 위해 이용되기 쉽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사랑이 상호이해나 관심에서 멀어질수록 어떤 강박적인 욕구의 충족을 위해 성적 관계가 동원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아닌 다른 책에서 본 사례지만, 주요 타인에 대한 자신의 깊은 감정(대상 상실에 대한 슬픔과 분노)에 닿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주요 타인과의 내적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수단으로 분석가에 대한 동성애적 욕구를 느끼게 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불안을 완화시키고자, 통제감을 유지하고자,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각인시키고자 하는 여러 강박적 욕구가 따뜻한 상호간의 관심과 정서적 친밀감이 부재한 성관계를 가능케 할 수 있음을 배웁니다.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능력이 잘 발달해 있다면 사랑과 성적 관계가 분리되기 어렵겠지만 신경증에서는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능력이 잘 발달하지 못한 까닭에 자신의 강박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대상을 선택하게 되고, arrogant-vindictive type / self-effacing type / resigned type에 따라 각기 다른 성적 관계 양상을 보이게 됩니다.
단순화해 보자면 arrogant-vindictive type에서는 자신의 통제감을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때로는 가학적인 충동의 발산으로서 섹스가 활용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self-effacing type에서는 굴종적인 양상을 통해 도덕적 우위를 점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성적 관계에서 피학적인 양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resigned type은 삶에서 사랑을 아예 제외시켜 버리는 방식을 택하거나 자기보다 낮은 사회문화적 지위를 가진 사람과 일시적인 성적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12장 초반의 내용과 관련지어 보면, 신경증의 어떤 유형이든지 간에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욕구 충족을 위한 대상으로 전락시킨다는 것이 핵심인 것 같아요. 이러한 양상도 결국 초기 인간관계에 의해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이제까지와는 다른 관계를 치료자와 맺음으로써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 요점입니다. 건강한 대상과의 관계맺음을 통해서만이 변화되고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나, 신경증의 뿌리가 깊을수록 그 가능성이 저해되기 쉽다고도 보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