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urosis and Human Growth(pp. 309-327)
동일한 재능을 지녔다면 expansive type 중에서 narcissistic type이 가장 생산적이라고 하는데(312쪽)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네요. 아이디어만 거창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들이는 것이 자신의 자부심을 해치는 것이기에 실제 세부 작업이 안 되는 유형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더 그렇고요. perfectionistic type은 창의성이나 자발성이 부족하고 디테일에 집착하다가 번아웃되기 쉽다는 부분이 이해가 잘 됩니다. arrogant-vindictive type에서는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우위에 있는 것을 못 견뎌하고 적대감 지니지만 이런 걸 눌러야 되는 상황에서 정신신체적 증상이 나타나기 쉽다는 부분도 흥미롭고요.
self-effacing type은 항상 자신을 평가절하하는 데 골몰해 있는 느낌이지만 타인을 위해서 뭔가를 해야 할 때는 지속적으로 일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 잼있어요. 자기를 위한 것이든 타인을 위한 것이든, 좋은 결과가 나오거나 성취를 이루더라도 그것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잘난 부분은 잘난 부분대로 못난 부분은 못난 부분대로 자기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상이 높다 보니 다시금 agonizing process에 빠져들거나 심지어 성취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성취를 성취로 자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성경 구절에 빗대는 것 같기도 해요(His left hand, as it were, must not know what his right hand is doing.). creative mood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self-destructive one이 함께 작용하다 보니 이도저도 안 되는 것 같고요.
resigned type의 일터에서의 양상은 세 유형 중 가장 공감이 잘 됩니다. 특히 강요에 민감해서 상사를 모시거나 기관에 속해 일하기 어려우나 변화와 마찰도 그만큼 싫어해서 자기 성향을 억누르고 상사나 기관에 적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는 부분이 그렇고요. ㅎㅎ 아무래도 혼자서 자발적/주도적으로 일할 때 퍼포먼스가 가장 잘 나는 유형이 아닐까 합니다. 세상과 거리를 둔 채 자신의 진실성(?)을 보존하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고갱처럼 되는 것은 아니고 대개 철저한 개인주의자가 될 뿐이라고 언급하는 부분이 재미있고요. 일은 이네들이 지닌 fun을 방해하고 단지 돈이나 명예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고 하는데, 지금은 물론 아니지만 수련생 때는 저도 한낱 월급쟁이일 뿐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던 시절이 있어서 완전히 공감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에서의 장해가 각각의 신경증적 역동의 표현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역동의 특성과 독특성을 잘 이해할 수 있을 때 치료적으로 적절히 개입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네요. 치료만큼이나 심리평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