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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송인 Oct 05. 2019

우울의 세대 간 전승 part 2

이전 장에서 우울의 세대 간 전승에 관해 알아 봤습니다. 부모가 주요우울장애를 지녔을 경우 자식도 20세 전에 주요우울장애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바 부모의 주요우울장애를 치료하는 것이 우울증의 대물림을 막는 예방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요지였습니다.


오늘은 우울의 세대 간 전승, 혹은 대물림이 어떤 식으로 일어나는지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Annual Review of Clinical Psychology에 실린 Constance Hammen의 리뷰(참조 1)와 The Lancet에 실린 Stein 등(2014)의 리뷰(참조 2)를 주로 참고하였고(주로 Stein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우울증의 세대 간 전승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환경적인 변수와 생물학적인 변수를 살펴 볼 것입니다.




우선 환경적인 변수입니다. 주요우울장애를 지닌 경우 부부 갈등이 빈번하고, 육아에서도 부적응적인 모습을 보이기 쉽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이런 변수들이 자녀의 우울증에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연구가 상식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올 때도 많지만, 대체로 상식을 경험적으로 입증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나 싶습니다. 이하 우울증의 대물림에 관한 상식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결과들에 대해 몇 자 적어봅니다.


최근에는 산전 및 산후 우울증(즉 주산기 우울증)의 장기적 영향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듯합니다. 주산기 우울증이 어떻게 자녀의 청소년기 우울증으로 이어지는지 그 과정을 살피는 연구가 많은데요. 주산기의 우울증이 부부갈등을 증가시키고 이것이 다시 아동의 외현화된 행동 문제를 증가시킨다는 연구가 있습니다.(참조 3)


이와 비슷하게, 우울증의 주요 인지적 특성인 반추(rumination) 등은 엄마가 영유아가 보내는 신호를 제대로 알아차리기 어렵게 만들 것입니다. 배가 고픈지 어디가 아픈지 졸린 것인지 계속 파악을 해야 하는데, 우울증을 지닌 엄마는 자신의 주의를 아이에게 두지 못 한 채 부정적인 생각에 매몰돼 있기 쉽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이의 주의나 인지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아이의 지적 능력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 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참조 4) 지적 능력은 인간이 기능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돕는 보호요인이 될 때가 많습니다. 이 역도 성립하는데요. 지적 능력에서의 발달 지연은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장애의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양육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는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 스트레스를 대신 조절해 주는 부모의 능력입니다. 영유아는 스스로 감정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부모가 그것을 대신해 주는 것이 필요한데요. 아이의 감정을 무시해 버리거나 비판하고 과잉통제하려 하거나 부모 스스로가 자기 감정에 압도된 나머지 아이의 감정을 수용하지 못 하게 되면 아이도 감정조절하는 건강한 방식을 배우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우울증을 지닌 부모는 스스로의 감정조절에서 적응적이지 못 한 모습을 보이기 쉽습니다. 모의 산후 우울증은 아이 양육에서의 민감성(ex 아이를 지속적으로 바라보는 것, 적절한 수준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 아이가 보내는 신호에 일관되게 반응하는 것, 따뜻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 등)을 거쳐 영아의 정서 조절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참조 5)


또한 자기, 세상, 미래에 관한 부모의 부정적인 신념(인지삼제)이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 하는 모습을 아이가 모델링하기도 쉽죠. 코호트 연구 자료를 토대로 산전 우울증을 지녔던 모의 자녀가 18세가 되었을 때 인지삼제를 지니게 될 가능성을 추적 관찰한 연구는 이러한 임상적 관찰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엄마의 인지삼제가 대물림된 것이죠.(참조 6) 이런 인지삼제의 안경을 끼고 삶을 살아가게 된다면 우울증이 없었던 사람에게서도 우울증이 발생하기 쉬울 것입니다.




한편 생물학적인 변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울증은 심리적인 장애이지만 동시에 뇌의 구조나 기능, 호르몬 상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제가 잘 모르는 분야고, 정신과 의사가 훨씬 잘 아는 분야라 제가 흥미롭게 본 연구에 관해서만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울증의 핵심적인 특성 중 하나가 무쾌감(anhedonia)입니다. 이전에 조현병에서의 무쾌감에 대해 자세히 다뤘던 적이 있는데요. 이 무쾌감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일상에서 즐거운 경험을 해도 즐거움을 느끼기 어려운 상태를 말합니다. 즐거운 경험 자체를 추구하는 빈도도 낮고요. 즐거운 경험을 추구하거나 즐거운 경험을 할 때 긍정적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뇌의 보상 회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정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치료도 보상 회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우울증을 지닌 엄마(불안증은 없는)의 9살된 자녀들을 대상으로 fMRI를 찍어보았더니 보상에 대한 뇌의 반응성이 현저하게 감소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참여자 선정 기준을 살펴보면 이 자녀들은 우울증으로 진단된 적이 없어야 했습니다. 이는 생물학적인 요인이 훗날 우울증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취약성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라 할 수 있죠.(참조 7)


위 연구와 비슷하게 우울증을 지닌 엄마를 둔 평균 만 13세의 여성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하는 fMRI 연구가 있습니다.(참조 8) 이 자녀들은 다시 현재 우울증을 지닌 집단과 지니지 않은 집단으로 나뉩니다. 이 두 집단을 우울증을 지니지 않은 엄마를 둔 건강한 자녀 집단(즉 대조 집단)과 비교하게 됩니다. 복측 선조체의 활성화 정도를 비교하는 연구인데, 복측 선조체가 보상 회로의 일부로 여겨지기 때문에, 대조 집단에 비해 우울증을 지닌 엄마를 둔 두 집단에서 복측 선조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가 가설이었고 가설대로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이 연구는 우울증을 지닌 엄마를 두었지만 자신은 우울증에 걸리지 않은 자녀들에게 관심 있어 합니다. 이들을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 수 있게 만든 보호요인(protective factor)이 무엇인지 탐색해 보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는 시사점을 남기고 있습니다.


요즘에 상관 연구 해서는 해외 주요 저널에 실리기가 어렵습니다. 위에 언급한 연구 중 다수가 종단 연구 결과입니다. 종단 연구는 인과 규명에 보다 용이하고, 그만큼 우울증의 세대 간 전승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경로를 추적하기 쉽죠. 경로 및 중간 변인들이 보다 명확히 드러날수록 우울증의 치료에서도 진전이 나타날 것입니다.


끝으로 엄마만큼이나 아빠의 정신건강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도 큽니다.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엄마나 가족에 대한 아빠의 경제적 및 정서적 기여 수준이 높다면 보호요인이 될 수 있겠죠. 이렇게 간접적인 방식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방식으로도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자녀의 생의 초기에는 엄마가 아빠에 비해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자녀가 나이를 먹어갈수록 아동기 자녀에 대한 아빠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참조 9) 아빠의 정신건강이 좋지 못할수록 자녀의 내외현적 문제 행동이 증가하기 쉬울 것입니다.


참조)  

1. Hammen, C. (2018). Risk Factors for Depression: An Autobiographical Review. Annual Review of Clinical Psychology, 14(1), 1–28.

2. Stein, A., Pearson, R. M., Goodman, S. H., Rapa, E., Rahman, A., McCallum, M., … Pariante, C. M. (2014). Effects of perinatal mental disorders on the fetus and child. The Lancet, 384(9956), 1800–1819.

3. Hanington L, Heron J, Stein A, Ramchandani P. Parental depression and child outcomes—is marital conflict the missing link? Child Care Health Dev 2012; 38: 520–29.

4. Stein A, Craske MG, Lehtonen A, et al. Maternal cognitions and mother-infant interaction in postnatal depression and generalized anxiety disorder. J Abnorm Psychol 2012; 121: 795–809

5. Feldman, R., Granat, A., Pariente, C., Kanety, H., Kuint, J., & Gilboa-Schechtman, E. (2009). Maternal Depression and Anxiety Across the Postpartum Year and Infant Social Engagement, Fear Regulation, and Stress Reactivity.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Child & Adolescent Psychiatry, 48(9), 919–927.

6. Pearson, R. M., Fernyhough, C., Bentall, R., Evans, J., Heron, J., Joinson, C., … Lewis, G. (2013). Association Between Maternal Depressogenic Cognitive Style During Pregnancy and Offspring Cognitive Style 18 Years Later.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170(4), 434–441.

7. Kujawa, A., Proudfit, G. H., & Klein, D. N. (2014). Neural reactivity to rewards and losses in offspring of mothers and fathers with histories of depressive and anxiety disorders. Journal of Abnormal Psychology, 123(2), 287–297.

8. Sharp, C., Kim, S., Herman, L., Pane, H., Reuter, T., & Strathearn, L. (2014). Major depression in mothers predicts reduced ventral striatum activation in adolescent female offspring with and without depression. Journal of Abnormal Psychology, 123(2), 298–309.

9. Connell AM, Goodman SH. The association between psychopathology in fathers versus mothers and children’s internalizing and externalizing behavior problems: a meta-analysis. Psychol Bull 2002; 128: 74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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