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과 방향성을 구체화하는 기록의 힘
트위터를 2010년 말부터 하다 말다 했습니다.
백업해 놓은 데이터가 다는 아니지만 일부 있어서, 오늘 AI 활용하여 옵시디언에서 과거 트위터 기록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끔 정리하는 작업을 두세 시간 정도 했습니다.
가령 이번 주가 46주차이니, 매년 46주차에 어떤 트윗을 남겼는지 한 눈에 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옵시디언에서 dataviewjs라는 것을 사용하여 주차가 바뀌면 그것이 자동으로 반영되어 페이지가 업데이트 되는 식입니다.
옵시디언에 기록된 2017년부터 현재까지의 일기도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가 되게끔 구현했습니다. 특정 날짜의 일기를 선택하면 매해 그 날짜 일기를 추출하여 만약 해당일자에 일기가 있으면 불러오는 식입니다.
기술이 발전하니 김익한이 메시아적 시간관이라 부른 것을 개인 기록상에서 쉽게 구현할 수 있네요.
말이 어렵죠. 2013년 4월 3일 수요일의 제가 트위터에 "5km 정도는 가볍게 뛸 수 있게 됐다. 10km가 멀지 않았다. 마라톤 한 번 출전해야겠다."라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더군요. 2025년 9월 21일 일요일의 저는 하프 마라톤을 뜀으로써 12년 전의 제가 한 말을 실현했습니다. 내년 11월에는 풀마라톤에 도전해 보겠다는 포부 또한 X(구 트위터)에 남겼습니다.
긴 시간의 흐름에서 점과 점이 연결되는 경험은 참 신기하네요. 하루하루 그냥 흘러가버릴 수도 있는 경험을 적으며 기록을 누적해 나가는 과정은 내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조금 더 선명하게 보도록 돕는 것 같습니다.
"과거의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현재에 소환함으로써 미래를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신학"이 메시아적 시간관이라 하는데, 개인 삶에서도 과거 기록을 현재에 소환함으로써 자신이 가려던 방향성을 더 분명히 깨달으며 미래를 다르게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요즘에는 커리어 전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프로그래머가 되면 적성에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이런 생각을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했나 기록을 살펴보니 2023-11-21에 10년 뒤 목표로서 개발자가 되어 월 얼마 이상 버는 것을 적어 놓았네요. 2023년 4월 14일에는 "개발자처럼 사람들 삶에 실질적이고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이바지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라고 적기도 했고요. 2024년 6월 25일의 저는 생애 첫 웹앱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2025년 11월 10일의 저는 한달 뒤에 방통대 컴퓨터과학과에 원서를 넣는다는 결정을 했습니다. 2025년 12월 3일에는 큰 이변이 없으면 방통대 원서를 넣었다는 트윗을 올리고 있겠네요.
운동을 하루 이틀 한다고 해서 대단한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닐 겁니다. 기록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록이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은 3년 이상 하루하루의 기록이 쌓였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록 역시 운동처럼 그 즉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돌이켜 보니 그 기록들이 나를 버티게 해 주었다. 깊은 수렁에서 나를 조금씩 끌어낸 것이다. 일기에 한바탕 마음을 풀어 놓으면 조금 힘을 낼 수 있었고, 묵상을 기록하며 현실 너머의 미래를 보려고 노력했다. 업무 일지와 타임 테이블을 통해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자 발버둥 쳤다. 그렇게 인내하며 걷다 보니 희미하게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고 실낱같은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 기록형 인간
"하루 동안 겪은 일을 매일 글로 기록하는 행위는 감정을 정리하고 불안을 다스리며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특정한 사건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록할 때 우리는 일어난 사건을 그저 받아들이는 수동적 존재에서 벗어난다.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행위는 삶에 대한 통제감을 준다." - 역설계 (숨겨진 패턴을 발견하고 나만의 설계도를 만드는 법)
AI를 활용하여 누구나 자신만의 기록에서 내 삶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다만 아무리 AI가 날고 긴다 하더라도 매일 기록하는 실천이 없다면 의미가 없겠죠. 무엇을 기록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이 트윗을 참고해 보세요.
끝으로 정신건강에서 기록이 갖는 이점에 관해 쓴 제 브런치북 영업으로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