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디자이너가 비즈니스와 사용자 경험 사이 균형 잡는 법 (2)
UX 디자이너가 비즈니스와 사용자 경험 사이 균형 잡는 법 (1)
이전 글에서는 쿠팡을 예시로 들어 사용자를 기만하는 UXUI 다크패턴을 알아보았다.
또한, 그런 디자인을 할 수밖에 없었을 디자이너의 어려움과 갈등에 대해 다루었다.
https://brunch.co.kr/@designer-chogo/11
이번 글에서는 다크패턴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도 성공적으로 디자인하는 방법을 다루려 한다.
비즈니스에 집중하면 사용자 경험이 저해되고,
사용성을 지키면 비즈니스 목표를 이룰 수 없으면...
이게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할 때의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 느낀다.
비즈니스 목표 달성 VS 사용자 경험.
이 둘이 상충한다고 느끼는 순간은 실무를 하다 보면 꽤나 잦다.
그것도 아주 첨예한 갈등으로 나타난다.
디자이너의 내적 갈등, 팀원들과 또는 상사와의 의견 충돌.
비즈니스 성공을 이끌어야 하는 사람도 디자이너이지만,
사용자 경험을 지켜내어 더 오래 사랑받고 신뢰받는 제품을 만들 사람도 디자이너다.
이런 상황에서 디자이너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비유하여 지금까지 내가 찾은 솔루션을 정리했다.
좌측(비즈니스)으로든 우측(사용자 경험)으로든 떨어져선 안된다. 균형이 필요하다.
어디까지가 용납가능한가?
도대체 어디까지가 비즈니스를 위한 전략적 디자인이고, 어디까지가 고객 경험을 해치는 다크패턴인가?
이 기준을 디자이너가 잘 세우고 잘 판단하는 것이 줄타기의 기본이다.
비즈니스 목표 달성을 위한 효과적인 액션을 하자.
양심에 손을 얹고, 어차피 효과도 없으면서 사용자를 기만하며 짜증만 나게 할 짓은 하지 말자.
전략적 디자인의 예시를 들어보겠다.
쿠팡 와우 멤버십을 썼을 때 사실 엄청 많은 혜택이 있다. 다양한 추가 할인들, 무료 반품, 쿠팡 플레이 무료 시청, 신선식품 새벽배송 등 이걸 다 모른 채로 해지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유저입장에서도 비즈니스 입장에서도 둘 다 손해이다.
그래서 해지하기 전, 누리지 못한 혜택을 잘 알려주고 잘 누릴 수 있게 도와주는 것 자체는 고객을 위하면서 비즈니스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해지하기 버튼을 일부러 잘 안 보이게 디자인하거나, 누르기 힘든 위치에 두는 것.
눈물을 흘리면서 죄책감을 유발하는 것, 고객을 멍청하다고 느끼게끔 문구를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해서 당장의 최종 해지하기 버튼 클릭률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게 정말 건강한 성장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구독 서비스가 이제 필요 없어져서 해지하려 마음먹은 사람은, 특히 앱 사용을 잘하는 2030들은 해지하기 버튼을 꽁꽁 숨겨놔도 어떻게든 잘 찾는다.
하지만 4050 이상 시니어들은 어떨까? 우리 부모님은 이렇게 해두면 솔직히 진짜 힘들어하신다. 진이 다 빠져버리고, 화나고, 스스로 무기력하고 바보 같다고 느끼시는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자녀에게 부탁하시거나 고객센터로 전화를 건다.
우리 제품을 사랑하고 유료로 구독까지 해준 고객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선 안 될 것이다.
당장 지표로는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도, 나중에 다시 멤버십을 신청할 수 있는 고객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차곡차곡 쌓고 있는 것이다.
디자이너가 기준을 잘 잡았다고 하더라도, 혼자서 결정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 지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일수록, 팀과 회사를 잘 설득하는 것이 필수이다.
그래야 진정히 비즈니스와 고객 경험을 함께 지켜낼 수 있다.
2-1. 정성적 근거로 설득하기
고객의 입장을 팀에 생생하게 전달하여 공감시켜 보자.
예를 들어, 해지하기를 어려워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 피드백이 인입된 적이 있다면 정제하지 않은 생생한 고객의 피드백을 모아서 팀에 전달할 수도 있다. 또는, 해지하기 기능을 사용하는 유저를 UT 하면서 해지하기까지 어려워하는 모습, 짜증 내는 감정 등을 느낄 수 있는 비디오를 준비해 팀에 공유할 수도 있겠다.
제품을 만드는 팀원들도 사람이다. 사람은 매우 이성적인 것 같지만, 사실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인 선택을 할 때도 많다. 어떤 때는 이런 정성적인 근거로 고객의 문제에 공감하게 하고 설득하는 것이 오히려 쉽게 좋은 결과를 내기도 한다.
다크패턴을 이용한 디자인에 따른 고객의 불만이나 피드백이 수집된 것이 있는가? 있다면 찾아서 수치화해 보자. 어느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지 숫자로 나타낼 수 있다면 객관적인 근거 자료가 돼줄 수 있다. 또는 이런 고객의 부정적 경험을 측정할 수 있는 NPS 같은 툴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또는 다른 관점에서 데이터를 바라볼 수도 있다.
다크패턴을 없애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게 정말 우리 비즈니스에 좋은 영향을 만들고 있는 것인지 확인해 보는 것이다. 오히려 해지하기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회사의 이익에 악영향을 끼치는 측면은 없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지를 원하는 고객이 '해지하기' 기능을 잘 못 찾아서 고객센터에 전화하여 문의하는 비율이 상당하다고 해보자. 그래서 그 문의를 응대하는데 들어가는 인건비는 얼마나 들고 있을까? 생각보다 크다면 해지하기를 불필요하게 어렵게 만드는 것을 해결했을 때 회사의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또는 AB 테스트를 하되, 더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도 있겠다.
예를 들어 이렇게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해보자.
A. 다크패턴을 넣어 어려운 해지하기
B. 다크패턴을 덜어내어 사용자의 경험을 고려한 해지하기
이때, '해지하기'의 최종 성공률만을 보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당장은 B 안이 당연히 멤버십 해지율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 쿠팡 멤버십을 재신청하는 비율이 더 높거나 쿠팡 서비스를 이용하는 빈도, 구매 비율, 1인당 구매액 등 다른 지표가 더 높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이렇게 더 입체적인 분석을 해본다면 오히려 B 안이 더 비즈니스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싫다고 해도 계속 바짓가랑이가 붙잡히는 해지 경험을 한 고객
VS 예의를 지키는 수준에서 깔끔한 마무리 인사를 받은 고객
당장은 후자가 더 많이 이탈하더라도,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와 충성도는 더 높아졌을 수 있는 것이다.
고객 경험을 지켜내면서도, 오히려 비즈니스 지표를 더 개선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것은 1, 2번보다 난이도가 매우 높다. 그렇지만 이것이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가장 제품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큰 부분이 아닐까 싶다.
다크패턴으로 억지로 막기보다는, 해지하는 이유를 찾아내어 고객이 해지하기 기능에 도달하기 전에 해지하고 싶은 마음을 없애는 데에 더 집중하는 것이 방향성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쿠팡에서 물건 구매를 최근에 잘하지 않은 고객이 쿠팡에 오랜만에 다시 들어왔을 때, '웰컴백 쿠폰'이라는 혜택이 있다. 굉장히 파격적인 혜택이다. 싼 물건이라면 무료로도 구매할 수 있다.
만약 멤버십을 해지하는 사람들은 '최근 N일 동안 구매 이력이 없는 유저'라는 데이터를 찾았다면 이런 장치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 웰컴백 쿠폰 같은 혜택을 해지할 확률이 높은 고객이라고 가정하고 더 적극적으로 적용해 볼 수 있다.
또한 해지하는 화면에서의 '결제일 전에 알림 받기' 기능도 새로 생긴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도 이탈을 막는 하나의 솔루션으로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월 구독료는 냈으니 그 기간 동안 지금껏 몰랐던 혜택을 더 체험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한번 더 멤버십 이탈을 재고해 볼 수 있게 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
당연히 누구나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고 싶다. 하지만 그게 사용자 경험을 담보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제품의 사용자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고, 그 경험을 가장 잘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은 디자이너이다.
오늘도 외로운 줄타기를 하며 싸워내고 있을 디자이너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