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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고 Mar 01. 2024

데이터를 외치는 회사에서 사용자를 지키는 디자이너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의무는 무엇인가

Data Driven UX가 트렌드가 된 후

디자이너의 고뇌는 왜 더 커졌을까?


점차 정량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회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참 좋은 변화다.

이제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개발한 후 만족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목표했던 바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지 제품 배포 후, 또는 ab Test 등을 통해 다양한 지표를 보며 검증한다. 소위 말하는 '제품 이터레이션'을 제대로 하기 시작한 것이다. CTR, CVR, Retention 등 수많은 지표가 우리 제품이 성공적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해 준다.


오늘은 이렇게 데이터 활용도가 높아진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 실무자가 겪는 판단 오류, 또한 특히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겪는 혼란과 고뇌, 또 그 해결법에 대해 다뤄보려 한다.


다들 CTR 본다고 신났는데, 왜 나만 혼자 불안한가...





데이터에만 치중할수록
사용자를 단순 숫자로 치부하게 된다


데이터를 트래킹하고 분석하는 것에 너무 몰입하다 보면, 우리 제품을 쓰는 고객을 숫자로만 생각하게 된다.


우리 상품을 구매하는 여정을 겪는 한 명의 유저가 아니라,
딱 이 '구매하기' 버튼의 클릭 수 1개로 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사고하게 되는 것이 왜 문제일까?
data 분석을 정말 잘해서, 비즈니스 지표를 효과적으로 올리고 사업 성공을 이루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저를 단순 숫자로만 치부하게 될 때 오히려 사업 성공에서 멀어지고 유저에게도 외면받게 되는 길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데이터에만 치중하고 유저를 멀리할수록 오히려 사업 성공에서 멀어지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피상적인 가설을 세우게 된다. (진짜 원인을 찾기 어렵다)

이커머스 서비스라고 해보자. 상품 서비스 페이지에서 '구매하기' 버튼 클릭률이 목표만큼 안 나오는 상황이다. 빨리 이 구매하기 버튼 CTR을 높이고 싶어서 조급하게 된다. 그러면 '왜 고객이 구매를 망설이는가'에 대한 생각 없이, 여러 가설을 무분별하게 세우게 된다. 버튼을 더 크게, 눈에 잘 띄게, 화려한 컬러로 넣는다던가 '구매하기' 버튼명을 '할인 끝나기 전에 구매하기' 등으로 바꿔서 더 유저가 조급함을 느끼게 해 본다던가.


사실 유저가 구매를 망설이는 진짜 원인은 그렇게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고객이 어떤 상황에서 이 상품 페이지까지 도달하게 되며, 현재 어떤 생각과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무엇 때문에 구매가 망설여지는지를 유저 입장에서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전혀 다른 솔루션이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상품은 좋아 보이는데 처음 들어보는 회사의 제품이라 신뢰도가 없어 구매를 미루게 되는 것이 원인이었다면? 리뷰를 추가하거나, 현재 이 상품을 구매하려 하는 사람들의 수가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거나, 이 회사가 가진 이력이나 신뢰감을 느낄 수 있는 스토리를 상품페이지에 추가해 볼 수 있겠다.


유저를 깊게 이해하고, 유저 입장에서의 문제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러고 나서 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디자인 솔루션을 만들어 실험하는 것이다.

그래야 유저도 만족시키면서 훨씬 더 큰 비즈니스 임팩트도 나올 수 있다.




2. 우리 제품의 타겟에 맞지 않는 가설을 세우게 된다.

모두에게 맞는 솔루션은 없다. 누구나 사랑하는 제품은 없다.

만약 이 세상 모두에게 들어맞는 솔루션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사실 누구에게도 맞지 않는 솔루션이다.


지표만 보다 보면 우리와 비슷한 서비스에서 적용하고 있는 솔루션에 눈길이 가게 된다. '어 저렇게 하면 우리도 이 지표가 훨씬 오르지 않을까?' 하는 쉬운 유혹에 빠지는 것이다. 사실 우리 제품과 우리 타겟 고객에겐 전혀 효과가 없을 수 있다.

우리 고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타사의 솔루션도 잘 취사선택하여 차용하거나, 또는 우리 서비스와 우리 유저에 맞게 잘 변형하여 적용하는 것이 더 좋은 길이다.




3. CTR이 올랐어도 CVR은 떨어졌을 수 있다.

구매하기 버튼을 계속 빛나게 하고, 문구를 계속 더 자극적으로 써서 CTR을 높였다고 해보자.

그럼 우리는 정말로 성공한 것일까?

오히려 '구매하기' 버튼을 누른 후 뒤의 결제 과정에서의 전환율은 급락하고 있을 수 있다. 지표 측정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서비스 특성상 측정이 쉽지 않을 때라고 하더라도 꼭 CVR(최종 전환율)까지 보아야 하는 이유다.




4. 장기적인 고객 신뢰를 잃고 있다면 사실 성공이 아니다.

피상적인 디자인 개선으로 인해 몇몇의 유저는 정말로 더 구매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유저가 불쾌한 경험을 하고 우리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를 잃고 있는 것이라면 어떨까? 이런 상황은 지표로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 우리를 유혹에 빠지게 한다. 당장의 구매는 더 많이 일어나는 것 같고, 서비스에 대한 유저의 신뢰 하락은 당장의 지표 변화는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VOC나 NPS, 서비스 리텐션 지표를 보고 알 수도 있겠지만, 이 때는 이미 늦었다. 시간도 너무 많이 흘렀거니와, 정말 이 잘못된 솔루션을 적용한 것 때문에 리텐션이 박살 난 것인지, 또는 그 이후에 진행한 어떤 다른 제품 배포나 실험 때문에 그런 것인지, 또는 시장 상황 때문에 그런 것인지 변수가 너무 많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롯이 제품팀과 디자이너가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장기적인 고객 신뢰를 무너뜨릴 제품 결정은 하지 않아야 한다. 아무리 지금 지표 상승이 매력적이고 유혹적인 상황이더라도 말이다.






제품 팀이 혼란을 겪을 때,
디자이너는 반드시 사용자를 지켜야 한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이전엔 'UX 디자이너'라고 불렸다.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다. 우리의 일은 사용자와 떼려야 뗄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Data의 함정과 유혹 때문에, 사용자를 지켜야 할 디자이너들조차 혼란을 겪기도 한다.


PM이 어느 날 이런 이야기를 한다.

"다른 팀 A 디자이너가 이 지표를 이만큼이나 올렸대. 이걸 비즈니스 수치로 환산하면 월 10억이라던데?"

이런 소리가 들리면 당연히 놀랍고, 한편으로 유혹에 빠지기 쉬워진다. '디자인으로 만드는 비즈니스 성공' 얼마나 멋있는가. 내 몸값을 높이고 인정받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고, 디자이너가 낼 수 있는 임팩트를 알리는 길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지표 상승은 결국 디자이너가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했을 때 얻어내는 '결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용자라는 무기로 비즈니스를 성공시키자!

디자이너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데이터가 아니라 사용자다.


디자이너가 지켜야 할 것도 사용자이지만, 디자이너가 그들을 지킬 때 쓰는 무기도 사용자이다.

Data에만 치중하는 것은 디자이너가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디자이너의 무기가 사용자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우리 제품을 쓰는 유저에 대한 이해. 또는 아직 쓰지 않는 잠재 고객에 대한 이해.

그들의 삶, 현재 상태, 평소 주요 관심사, 우리 제품을 만나게 되는 맥락, 그때의 생각 등

디자이너는 우리 제품의 유저들을 누구보다도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유저가 겪는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는 성공확률이 높은 가설을 세워, 비즈니스 지표까지 크게 올릴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Data라는 도구의 목적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Data는 우리 제품의 현상태를 분석하고, 어디에 큰 문제가 있는지 찾는 효과적인 도구이다. 절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ab테스트 실험 결과는 우리가 찾은 원인을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시도한 것이 실제로 문제를 해결했는지 검증하는 도구이지, 유저를 깊게 이해하고 원인을 찾는 데에는 최적의 도구가 아니다.






마치며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자이너의 역할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유저에 대한 이해로 진짜 문제를 해결하여 결국 비즈니스 성공을 이뤄내자. 그것이 올바른 길이며 디자이너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음 글에서는 디자이너의 무기를 갈고닦는 방법인 사용자를 깊게 이해하는 방법을 이어서 써보겠다.





비즈니스와 사용자 경험 사이 디자이너의 갈등을 다룬 다른 콘텐츠도 궁금하다면 아래 두 시리즈를 추천한다.

https://brunch.co.kr/@designer-chogo/11

https://brunch.co.kr/@designer-chogo/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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