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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한 Apr 22. 2018

직장동료와 벌금내기 영어공부 3개월 후기

'매일매일 조금씩 꾸준히' 의 마법

나에게 작은 꿈이 있다면 죽기 전에 다이어트와 영어공부를 정복해 보는 것이다. 두 녀석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수십 년간 늘 매진해도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고, 늘 의욕은 있으나 꾸준하지 못하고 방법만 탓 해왔다는 것이다. 둘 중에 더 어려운 것을 고르라면 당연히 영어공부가 아닐까 한다.


다이어트는 마음만 먹으면 단기간에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으나 영어공부는 기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높은 레벨에 도달하기 위해선 긴 시간 투자와 꾸준함이 필요하다.


나는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평소에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늘 부족함을 느낀다. 나름의 욕심도 있어 직장생활을 하는 지난 10여 년 간 안 해본 영어 공부가 없는 것 같다. 영어회화 학원부터 비즈니스 영어 학원, 통번역 학원, 직장 내 스터디, 영자신문 구독, 영화 시나리오 읽기, 미드로 공부하기 등등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해 봤다.


영어회화든 영작문 이든 어느 정도 기본 실력을 쌓는 것은 가능하지만 중상급으로 넘어가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늘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작문도 가능해지지만, 업무적으로 중요한 상황에서 한 번에 내용을 알아듣고 또한 중요한 이메일에서 양질의 표현을 구사할 수 있는 레벨이 된다는 것. 그것은 단순히 의지와 방법만 가지고는 되는 것이 아니다.


대학시절 한 교수님께서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었다. 어렵게 영어공부하지 말고 매일매일 영어 사설 하나씩만 조금씩 꾸준히 읽고 해석해라. 그렇게 1년이 지나면 실력이 많이 늘 것이라고. 그 당시 동의는 했지만 내가 실천해 보지는 못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올 초 1월 어느 날 직장 후배와 점심을 먹고 담소를 나누는 중이었다. 새해를 맞아 영어학원을 다녀보려 종로 어학원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다. 영어학원을 다녀도 그때뿐이지 실질적으로 레벨이 올라가기 위해선 학원에서의 프랙티스 보단 개인적인 어휘 암기와 문장 암기가 중요하다는 나의 생각에 그 후배도 공감했고 즉석에서 '벌금내기 셀프 영어공부'가 탄생됐다. 대학시절 교수님이 말씀하신 '매일매일 조금씩 꾸준히'를 기본으로 한 학습 방법이다.


'벌금내기 셀프 영어공부'의 맥락은 대강 이렇다. 영어학원에서 쓸데없이 시간과 돈 투자한다고 영어가 늘지 않더라의 공감, 직장 내 스터디도 해봤지만 그런 커뮤니티도 시간이 지나면 서로 부담이 되니 함께하여 독려하되 의무감은 최소한으로, 그리고 어휘와 문장력을 늘려가는 것을 핵심으로 공부하고 부담 없는 공부방법으로 한다, 또한 단발성이 아닌 매일매일 조금씩 꾸준히 1년 동안 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이렇다.

 

1. 영자신문 코리아헤럴드의 팟캐스트 간추린 기사(A4용지 1/3장 분량) 한 회를 매일 각자 필사한다. 기사를 그냥 그대로 한번 베껴 쓰면 그만이다. 다 쓰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증거를 서로에게 메일로 보내준다. 다음날 출근 전까지 증거를 보내지 못하면 벌금 1만 원을 상대에게 줘야 한다. (주말은 제외)


해당 기사는 팟캐스트 방송으로도 설명과 함께 들어볼 수 있다. 필사를 한번 하고 나면 기본적인 기사 내용을 당연히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되고, 출퇴근 시 15분 정도 짧은 분량의 해당 팟캐스트를 들어보는 것 만으로 복습이 된다. 방송을 듣는 것은 자유의지에 달려있고 서로 체크하지 않는다.


'코리아헤럴드' 팟캐스트 스크린샷과 필사본

 

2. 위 과정이 처음엔 전부였는데 하다 보니 한번 공부하고 지나간 이전 기사를 복습하고픈 욕구가 생겨났다. 그래서 그날의 과제 필사가 끝난 후에는 열흘 전의 기사를 짧게 훑어보고 핵심 어휘나 문장을 다시 써보는 것도 의무 조항에 추가시켰다. 코리아헤럴드 팟캐스트 기사는 매주 한 번씩 발행되는데 두 개의 기사로 구성돼 있고 우리는 두개 기사 중 하나씩만 하루 할당으로 친다. 그동안 발행된 팟캐스트가 수백 개가 쌓여 있으니 콘텐츠는 충분하다.


3. 어느정도 학습에 재미가 붙으니 이왕 하는 김에 조금 더 공부를 늘려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래서 이번엔 재미있는 연상기법으로 단어 공부가 가능한 Vocabulary 책을 하나 선정하여 매일 두세장 분량의 단어를 필사하는 조건을 추가하였다. 단어를 한번 따라 쓰고 해당 예문을 한 번 더 따라 쓴다. 역시 함께 사진을 찍어 서로에게 보내준다. 나중엔 예문 쓰기가 너무 시간이 소요되어 단어만 따라 쓰기로 방법을 바꿨다.




4. 욕심이 끝이없다. 다시 또 시간이 지나고 이번엔 영문법도 공부해 보자며 유명한 'Grammar in Use' 책을 한 챕터씩 추가하여 해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나간 공부가 벌써 3달째를 넘어섰다. 그래서 효과가 있냐고요? 3개월 만에 영어가 급상승하진 않았다. 그러나 몇 가지 확실한 변화는 경험하고 있다.


1. 매일 한 시간씩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습관 - 위의 미션을 수행하려면 하루에 45분~1시간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술 먹고 들어온 날 등 어떤 날은 정말 힘들지만, 이제 책상에 앉는 습관 하나는 확실히 생겼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2. 영어 문장이 익숙해진다 - 아무리 영어 잘하는 사람도 영자신문 기사 하나를 읽는 것은 쉽지 않다. 해석이 어렵다는 것이 아니고 영자 기사를 부담 없이 담담히 읽어 나간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제 100프로 해석은 안 되는 경우가 있어도 기사가 술술 읽힌다. 문장 구조나 형식에 확실히 익숙해진다. 큰 자신감을 느낀다.


3. 매일 하는 영어 공부의 힘 - 영어를 매일 공부하고 있다는 것, 그것 자체가 큰 힘이 된다. 불현듯 나타나는 공부했던 단어, 문장. 그런 발견이 반갑고 성장함을 느끼지만 그보다 더 큰 힘은 영어를 매일 공부한다는 자신감이다. 영어가 더 이상 무섭지 않고 편해진다는 사실. 무엇보다 값진 자신감이다.


4. 꾸준함의 힘, 1년 뒤가 기다려진다 - 3개월을 꾸준히 했다. 올 12월 말이 기대된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는 공부의 힘, 1년 뒤에 우리가 만들어 낼 무용담을 기대하게 된다. 우리의 변화는 아직 미완성이다. 꾸준함 뒤에 찾아올 변화에 확신한다.


5. 직장 스터디 동료와의 특별한 우정 - 직장동료와 함께하는 공부를 통해 나름의 전우애가 생겨난다. 공부를 위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동안 이름 모를 신뢰가 생겨난다. 동성의 후배지만 매일 밤 연애편지 보내듯 메일을 전송하며 서로에게 의지가 된다. 학습의 효과를 넘어 인간적 신뢰가 쌓여간다.


세달 동안 난 벌금을 세번 정도 낸 것 같다. 한달에 만원이면 학원비보다 10배는 저렴하지 않은가? 후배는 한번도 실패하지 않았다. 대단한 녀석이다. 우리 둘다 공감하는 부분이 하나 있다. 처음엔 벌금이 무서워 열심히 했지만, 나중엔 '매일매일 조금씩 꾸준히' 해 온 학습의 여정 그 자체가 너무 소중해졌다. 그것을 깨뜨리기 싫어서 오늘도 책상에 앉는다.


마음 맞는 직장동료와 영어공부를 함께 해 보시라. 매일 조금씩 꾸준함에서 오는 마법, 1년 뒤의 기적을 기대해 본다. 이제 오늘분 숙제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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