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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한 Jun 03. 2018

'이직활동'이라는 낯선 고독

익숙한 편안함을 밀쳐내고 새롭게 도전하는 당신의 고독을 응원한다

졸업 후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벌써 13년 째를 맞았다. 그동안 딱 한번 이직을 했다. 첫 회사에서 2년 차에 처음 이직을 했고, 그러니까 현재 회사에서는 근무한 지 만 10년이 넘었다. 작년에 10년 근속이라고 회사에서 금 다섯 돈과 상패를 받았으나 그리 자랑스러운 기분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창피한 정도는 아니지만 한 회사에 오래 근무한다는 것이 아버지 세대 때처럼 치켜세울 만한 일은 아님이 확실하다.


그래서 였을까? 작년부터 이직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아니 이직을 매우 하고 싶어 졌다.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장'이라는 미완성의 직급도 싫었고, 권한은 그대로인데 책임만 늘어난다며 매일 불평했다. 이직을 할 마땅한 곳은 없지만 지금 회사에서 떠나야 할 이유는 계속 찾아낼 수 있었다. 떠나고 싶어서 떠날 이유를 찾은 것인지, 떠날 이유가 많아 떠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이직활동이 시작됐다.


'이직활동'이라는 것은 이력서 사진 잘 찍는 사진관을 찾아 반명함 사진을 찍는 것이고, 이력서를 꼼꼼히 작성하여 파일을 완성해 놓으면 시작되는 것이리라. 그다음은 관심 있는 회사나 직종의 채용 공고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링크드인'에서 날아오는 이메일을 주기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정말 가고 싶은 회사 홈페이지에도 수시로 찾아가 채용 공고를 확인해 보고, 공고가 없어도 데이터베이스에 이력서를 업로드해 보기도 한다.


그러던 중 나에게 맞는 적당한 채용 공고를 발견했고, 10여 년 만의 채용 인터뷰가 드디어 잡혔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인터뷰를 하지도 않았지만, 지난 며칠간의 이 기분은 참 낯선 고독감이 아닐 수 없다. 10년 넘게 결혼 생활을 하던 중 다른 이성과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면 너무 과장일까. 회사와 조직에 대한 미련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오랫동안 함께한 마음 맞는 동료들과의 이별이 마음에 먼저 들어온다. 아쉬운 마음과 동시에, 한편으론 아직 결정도 안됐는데 멋지게 사표를 제출하는 나의 모습을 자꾸 상상하는 조급함도 걱정이다.


그렇게 이직을 원했지만 막상 이직의 실현 가능성을 앞에 두니 걱정도 되고 외로움이 느껴진다. 나는 혹시 도망을 가는 것인가? 나의 일에서 최고가 되지 못했음을 부정하고 싶은가, 아니면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을 회피하고 싶은 것인가! 익숙하고 편안한 일상의 루틴을 포기하여 난 왜 불확실한 새 출발을 하려 하는가. 최종 이직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것이 게임의 룰이다. 회사를 상대로 지금껏 없었던 가장 배반적이고 가장 비밀스러운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낯선 고독감이 밀려온다.


이직의 당위성을 찾으려 며칠간 고민했다. 이직 후 혹시 모를 실패나 후회를 걱정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당위성 따위는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 결정을 존중하자. 오랫동안 열심히 일했고, 충분히 고민했을 것이다. 때로는 낯선 고독이 필요하다. 익숙한 편안함을 밀쳐내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잠시 숨죽이는 나와 당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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