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lie Sep 06. 2019

우리, 어디서 결혼할까?

발리에서 결혼하기 - 03


어디서 결혼할까?

 

이처럼 설레는 고민이 있을까요. 1년 반 결혼 준비 중 이것만큼 즐거웠던 고민은 없었던 것 같아요. 특히 저희는 양가 부모님께서 데스티네이션 웨딩을 대 환영해 주셔서 저희의 로망에 충실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희가 처음 고민한 나라 중에 가장 유력했던 곳은 베트남이었어요. 아직 상업적이지 않은 곳들도 많이 있고, 싱가포르에서 2시간 반, 한국에서도 3시간 이내로 도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컸지요. 저희는 2017년도에 베트남에 자주 놀러 갔었는데, 음식도 맛있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가격도 저렴해 이보다 좋을 수 없다!라고 생각했었어요.


베트남은 예쁘...그런거 말고 그냥 음식 (feat. 호치민 최애피자) / 출처: EVASION, DAILY


그런 시기에 제가 회사 연수로 발리에 가게 되었는데, 너무너무 좋은 겁니다. 6월의 발리는 날씨도 좋고 (24~26도의 건기), 음식도 너무너무 맛있고, 할 것도 많고 (파티할 곳, 노닥거릴 곳, 힐링할 곳) 또 가는 곳마다 특유의 분위기도 너무 달랐어요 (절벽가, 바닷가, 열대우림, 호텔 안, 끝없이 펼쳐지는 논 등).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발리는 웨딩 인프라가 워낙 발달되어 있어서 플래너들도 가격대로 다양하고, 제가 직접 준비하고 싶으면 코디네이터들을 갖춘 식장도 많아서 선택의 폭이 많았습니다.


즉, 여기서 결혼하면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겠다!
(성격 똭!)


돌아온 후 바로 BOO씨를 꼬셔서 2주 뒤 사전 답사를 하러 발리에 방문했어요.


자 어디한번 시작해볼까 (실행력보소)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정말 피곤한 소비자입니다.


자료 조사하는걸 엄청 좋아해서 옵션을 아주 방대하게 만들어 놓고 고르는 편인데, 가령 주위 사람들이:


"일단 네가 좋아하는 것을 추려서 봐"라고 하면,

"아니, 보지도 못했는데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아?"라고 하는 성격이랄까요.


그렇다고 많이 알아보고 합리적으로 고르는 편도 아니어서, 그냥 좋은 게 좋은 거고 본 것 중에 제일 좋은 게 좋은 겁니다. 그런 제가, 이 옵션 많은 발리에서 식장을 보러 갔으니 어땠을까요?


결론은, 플래너 없이 식장을 20개 넘게 종류별로, 지역별로 보게 되었습니다.


식장 리서치는 위성지도로 하나하나 훝어봐야 제맛


둘러봤던 곳 들에 대한 이야기는 천천히 풀어놓을 예정이지만, 오늘은 식장 소개하기 하기 전에 발리의 여러 지역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1/ Uluwatu 울루와뚜

이쯤되면 결혼의 성지 (사진: 울루와뚜 서프 빌라, 출처: Evermotion Photo)


결혼식으로 가장 유명한 지역이에요.  


발리 남쪽에 위치한 곳으로, 절벽 해안선을 따라 수많은 리조트, 프라이빗 빌라 및 호텔들이 있습니다. 제가 살면서 깨우친 진리는 유명한 곳은 유명한 이유가 있다고, "정말 발리 아니면 어디서도 보지 못할 곳에서 멋지게 결혼하고 싶다!"라는 로망을 완벽하게 이룰 수 있는 곳이에요. 저희도 대부분의 식장을 울루와뚜에서 보았습니다.

 

공항과 가까운 남서쪽에는 Eat, Pray, Love에서 나와 유명해진 빠당빠당 해변가 (Padang Padang Beach)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나지막한 절벽에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해 질 녘 완벽한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는 것! 특히 이 지역에 있는 빌라와 리조트들은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가 많아서, 보헤미안 느낌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적합한 곳들이 많아요. (욜로, BOHO, 스윀 그 느낌적인 느낌)


울루와뚜는 남쪽으로 가면 갈수록 절벽도 높아지고, 리조트들도 넓직히 떨어져 있으며, 고급져집니다. 얼마나 높냐고 하면, 웬만한 뒷산 정상에서 결혼하는 것과 다름없어요. 발리 결혼식! 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식장들이 즐비하게 늘어 선 곳으로, 영화에서 나오는 것 같은 멋진 절벽가의 럭셔리 리조트에서 최고급 서비스를 받으며 결혼식을 올릴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울루와뚜의 단점은, 비싸다는 것? 하지만 열심히 찾아보면 나름 합리적인 가격의 프라이빗 빌라도 꽤 있습니다.


발리 우천대비 꿀팁:

발리에는 Rain Stopper라는, '비를 멈추는 자', 일종의 수도승이 있는데요. 지역마다 지정된 '비를 멈추는 자' 들이 이벤트나 웨딩이 있을 때 기도를 해주면 그 지역의 비구름을 몰아준다고 합니다 (물론 돈을 드려야 기도를 해주십니다). 제가 답사차 발리에 갔을때, 머무는 동안 다른 지역에는 비가 오는데 울루와뚜에는 비가 하나도 안 와서 신기하다고 생각했었어요. 궁금해서 머물던 호텔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울루와뚜에는 워낙 결혼식이 많아서, 정말 많은 ‘비를 멈추는 자’들이 상시 기도하고 있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발리는 야외 결혼식이 대부분인 만큼 혹할만한 이유인 건 분명한 거 같아요 (여기 혹한 사람 하나 추가).



2/ Seminyak, Kuta & Canggu 세미냑, 쿠타와 창구

에프터 파티가 아쉬울 일은 없는 곳! (사진: 아날라야 비치 하우스, 출처: Hello May)


발리 관광의 중심지입니다.


관광중심지라고 하면 “너무 복잡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아요. 아무래도 다른 지역에 있는 식장들 보다는 복잡한 경우가 많고, 특히 규모가 큰 리조트에 위치한 식장은 흡사 동물원에서 영화 찍는 느낌이 날 것 같은 곳들도 있습니다. (리조트 투숙객들 구경거리 만들어줌)


그래도 장점은 주변에 관광지및 음식점, 카페, 클럽 등 볼거리, 먹거리, 할거리가 다양해서 웰컴 디너와 애프터 파티 장소 옵션이 많아요. 하객분들도 관광할 수 있는 곳이 많으니 멀리 이동하시지 않아도 다양하게 발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또, 신부나 혼주들의 메이크업이나 네일 등 뷰티관리를 할 수 있는 곳도 가까이 있으니 막판에 왁싱(!)을 못했다고 패닉 할 일 도 없습니다.


이런 장점들이 좋으시다면 발리에서는 찾기만 하면 세미냑 중심에도 넓고 평화로운 식장을 찾을 수 있어요. "편리한 건 좋지만 복잡한 곳은 절대 싫어!" 하시는 분들은 비교적 한적한 창구(Canggu) 쪽의 프라이빗 빌라를 찾아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3/ Nusa Dua 누사 두아

잔잔한 파도가 수영하기에 딱 (사진: St Regis, 출처: Bidadari Wedding)


발리 남동쪽에 있는 모래 해변가 지역이에요.


잔잔한 파도와 희고 긴 해변가에 크고 작은 리조트들이 모여있습니다. 울루와뚜의 리조트가 신혼부부나 커플들을 상대로 한 프라이빗 빌라 중심이라면, 누사두아의 리조트 들는 가족 여행객을 타깃으로 한 액티비티가 포함된 리조트들이 많아요. 이곳에서는 정말 열대의 바닷가, 흰모래사장에서 하늘하늘하게 결혼식을 올릴 수 있어요. 세미냑 같은 경우에는 리조트들이 너무 몰려있고, 해변도 리조트 소유가 아니어서 호객꾼들이 드나들 수 있는 반면에, 누사두아의 해변은 대부분 리조트 소유이기 때문에 모래사장에서 여유로운 결혼식도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동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해 질 녘 노을을 볼 수 없다는 점과, 흰모래사장에서의 결혼식이라면 발리 외에도 다른 곳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누사두아에는 예쁜 채플식 식장도 많아서, 결혼식은 채플에서, 저녁식사는 바닷가에서 할 수 있는 점은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 것 같아요.



4/ Ubud 우붓

애정하는 우붓. 근데 원숭이와 벌레가 있는 야외 결혼식은 모르겠다... (사진: 알릴라 우붓, 출처: Hitch Bird)


발리의 혼이 깃든 (?!) 지역이에요.


발리를 생각하면 많은 분들이 해변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현지 사람들에게는 우붓이 좀 더 특별한 곳이라고 합니다. 우붓은 열대 우림 지역인데, 특이하게도 협곡을 끼고 있어서 깎아지는 절벽이나 계곡 옆에 위치한 가든 같은 특별한 지형에 위치하고 있는 식장들이 많습니다.


우붓도 울루와뚜만큼 다양한 옵션의 식장들이 있는데, 자유분방한 느낌의 빌라부터 초럭셔리한 리조트까지 취향대로 고를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또 사원과 발리 전통 건축물들이 많아서 이국적인 느낌의 결혼식도 가능합니다. 주변에 발리 스윙이라던지 라탄 마켓, 몽키 포레스트 등 관광지들도 가까이 있어서 하객들도 좀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실 수 있어요. 특히나 요가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결혼식 전 요가 한판 하는 호사를 누려보시길 추천합니다.


우붓은 저보다 BOO씨가 너무 좋아했던 곳이었어요. 저는 “열대우림”하면 습하고, 뭔가 생물(?)들이 많을 것 같아서 (벌레나, 원숭이나, 그 외의 것들...) 꺼려했는데 또 달리 보면 신비로운 느낌도 있고, 아무래도 숲 속이니 공기가 너무너무 맑았어요. 들이마시는 숨마다 폐가 정화되는 느낌? 특히 절벽 위 리조트들은 해 질 녘 뿌옇게 올라오는 물안개가 정말 아름다웠어요.


이런 것들이 마음에 드신다면 우붓의 가장 큰 장점은 럭셔리 리조트들의 패키지가 비교적 합리적인 편입니다. 울루와뚜에서 결혼식과 저녁식사 비용으로, 우붓의 리조트를 2박 3일 빌려 하객 숙박까지 해결할 수 있을 정도였어요.



5/ 기타 지역

발리섬은 서울의 10배, 싱가포르의 8배 되는 면적! (사진: 아만킬라, 출처: Bride Story)


발리에는 그 외에도 수많은 지역들이 있어요. 특히 북쪽으로 가면 아직 관광화 되지 않은 숨은 보석들이 많이 있습니다. 발로 뛰는 수밖에 없을 만큼 정보가 적지만, 마음에 맞는 곳을 만난다면 정말 특별한 결혼식이 가능해요. 또, 식장과 리조트 측에서도 결혼하시는 분들이 적은 만큼, 웬만하면 개인에게 맞춤 서비스를 해주시는 편입니다. (참고로 가장 유명한 알릴라 울루와뚜에선 하루 3커플 결혼식도 한다니 발리에서 한국형 웨딩홀 소환하게 될지도...)


단점은 아무래도 여타 숙박시설들과 동떨어져 있다 보니 리조트를 통째로 빌리지 않는 한 하객 분들께서 불편하실 수 있다는 점. 또, 같은 맥락에서 중심지에서 멀기 때문에 사진사,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모든 업체에서 추가 요금을 요구한다는 점 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어디냐고요?

성격상, 어쩔 수 없이, 기타 지역입니다. 



2019년 6월

발리에서 결혼했습니다

준비하면서 느꼈던 바들, 또 알아본 정보들을 천천히 털어놓을 예정입니다.


<<발리에서 결혼하기>> 

00 - 프롤로그: 발리에서 결혼하기

01 - 어떤 결혼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02 - 결혼의 우선순위

03 - 우리, 어디서 결혼할까?

04 - 데스티네이션 웨딩 101

05 - 누구를 초대할까에 대한 짧은 고민

06 - 발리 결혼 체크리스트

07 - 언제 결혼할까에 대해서

08 - 발리 결혼식의 복병들

09 - 결혼식 일정 짜기

10 - 결혼식날 웃으면 안 돼?

12 - 다음날 아침에 보니.


#결혼 #결혼준비 #발리웨딩 #국제커플 #데스티네이션웨딩


 




매거진의 이전글 결혼의 우선순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