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경험
부모가 되니 느껴진 것, 가장이 되니 느껴지는 책임감, 아빠/남편/친구/오빠/형/직장인/집사님 나에게 붙는 호칭이 많아지면서 생기게 되는 나의 여러 인격과 얼굴 그리고 그 가운데 어떤 것이 내 자아인지 혼란스러운 32살의 나 이 모든 것이 나만 느끼는 감정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부모님 집에 갔다. 서울로 올라오고 나서 독립을 하고 지낸지도 어느새 6년, 처음에는 항상 주말마다 부모님 집으로 내려갔던 날이 많았던 것 같은데 이제 점점 내려가는 시간이 적어진다.
무엇보다 결혼을 하고 나서 내려가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내가 봤던 글에서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시간을 년으로 환산했을 때 2.89년이 나온다는 글을 봤는데..
너무 짧고 그 글을 읽었을 때 자주 찾아봬야겠다 했지만 실제로 일상에 치이다 보면 주말에 쉬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이내 잊어버리곤 한다.
오랜만에 부모님 집에 내려가서 어릴 적 앨범을 꺼내보았다. 나는 늦둥이에 맞벌이 부모님이라 내 기억에 어릴 적 모습은 늘 혼자 있는 모습이었다.
형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고등학교 야간 자율학습을 하던 기억부터 내 어릴 적 기억에 맵핑돼 있다.
늘 나는 거실에 혼자 있었고 그렇게 나는 어릴 때부터 혼자 살아가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웠던 것 같다.
그것이 아마 내 생존력의 원천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사진을 보니 꽤 많은 시간 부모님과 함께한 사진들이 보였다.
하나 둘 보면서 생각해보니... 그렇다 내가 잊고 지내던 것이었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면서도 나와 형을 위해 참 많은 시간을 노력하고 함께 놀아주고 추억을 만들어 주셨다는 것을
그때 그 시절 사진은 어딘가 모르게 빛바랜 느낌의 아련함이 느껴진다.
사진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내 기억에 어린 시절은 참 가난했고 제약이 많았고 아빠는 무서웠다는 기억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부모님의 부부싸움이 너무 큰 상처였다. 하지만 사진 속 나는 참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부모님도 너무 젊고 이쁘고 멋있으셨다. 무엇보다 웃고 계신 모습이 많다는 게 우리 집이 행복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갑자기 문득 이때 우리 집 좋았어? 우리 집은 사기도 당하고.. 아빠도 직장 문제도 있었고.. 그리고 난 항상 엄마 아빠가 싸운 것 같은 기억만 있는데?
이렇게 엄마한테 물어봤다.
엄마는 "그런 적이 어딨어 항상 좋았지~" 이렇게 대답하신다 그때 기억은 엄마도 생각하고 싶지 않으신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기억을 해보니 내가 기억하는 불행했던 기억의 시기는 내가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때의 사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가 우리 집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 었구나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늘 나는 독립해서 나 스스로 내 앞가림하며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부모님 도움 없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덧 진짜 독립을 하고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 그리고 나는 내 예상과 다르게 좀 일찍 결혼을 했다.
결혼을 안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어느 순간 진짜 결혼 안 하고 살 수 있어?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그때 만나던 지금의 와이프를 보는데 이런 사람이라면 결혼해도 싸우지 않고 살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의 잦은 부부싸움을 보고 자랐는지 나는 여자 친구를 사귈 때도 싸우는 게 너무 싫었다. (당연한 거겠지만..) 그냥 이유 없이 시비를 걸고 트집을 잡는 그런 게 너무 싫어서 결혼은 꼭 싸우지 않을 사람과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지금의 와이프를 만난 건 참 감사한 일이다.
그렇게 결혼을 하고 지금 2명의 자녀가 있다. 이쁜 우리 첫째 딸 그리고 듬직하고 잘생긴 둘째 아들
볼 때마다 힘이 난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나니 참 많은 것이 느껴진다. 그렇다 이제야 부모님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부모님이 늘 세대차이라고만 생각했던 내 모습이 어느덧 부모님을 이해하는 입장이 되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힘들고 너무 어려운 시간들을 보낼 때 엄마 아빠는 어떻게 이걸 견뎠지?
그때는 지금처럼 스마트폰도 없고 정보도 없고 애들이랑 놀이할 것도 부족하고 갈 곳도 별로 없었을 텐데 어떻게 한 거야?' 이렇게 늘 속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엄마 나 키울 때 진짜 힘들었겠다." 전화로 얘기하면 "아냐 너 키울 땐 하나도 안 힘들었어" 이렇게 대답해 주신다
내가 날 키우실 때 정말 힘들었겠다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 첫째 딸이 나와 정말 똑같다. 생김새도 닮았지만 성격, 습관, 잠자는 자세, 패턴, 예민함, 식성까지 진짜 너무 소름 돋게 나랑 똑같다. 그렇다 보니 거울을 보는 느낌이 들고 내 어릴 적 모습이 보인다. 가끔 내가 부모님을 힘들게 한 것을 고스란히 돌려받고 경험하고 있구나 하는 인과응보의 생각이 들 정도로 무섭다.
그래서 부모님이 더 이해된다. 내가 저렇게 떼쓰고 울 때 어떻게 하셨을까. 그때 나는 혼난 기억은 없는데.. 진짜 너무 죄송스럽다. 그렇지만 부모님은 그 모든 걸 사랑으로 감내하신 것 같다.
가장, 남편으로써 요즘 느끼는 감정은 서울살이를 하면서 정말 어디가 끝일지 모르게 치솟고 있는 집값과 주변 환경의 변화들 이제 주식은 저축처럼 누구나 다 하는 세상 오히려 코인 얘기가 여기저기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유튜버, 크리에이터, 창업 등 주변에서 들리는 소문은 너무 세상적인 삶의 변화와 어디까지 따라가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직장만 다녀서 어떻게 집 사고 어떻게 자식들 교육시키고 유학 보내! 하는 주변 소리에 꼭 그걸 목표로 삶을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가족과 함께 맛있는 것 먹고 아이들과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삶 그리고 우리 가족의 안전한 보금자리가 되어주는 지금의 삶의 터전도 너무 감사하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누군가는 돈을 많이 벌어야 그런 것도 더 풍족하고 제대로 하지!라고 하겠지만...)
하지만 인생의 목표가 돈이 되는 게 싫어다. 하지만 점점 내 마음의 소리와 갈등은 저 높은 연봉으로 이직해
너 좋은 자리가 있으면 거 기로가 더 좋은 기회가 있다면 잡아. 시도해 볼 수 있는 시기는 지금이 가장 적합할 때야 하는 마음의 소리가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이런 크고 작은 변화들과 내면의 소리는 주변 친구들과 다른 내 환경에서 비롯된 부담의 연장선이 아닐까?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이겨내야 한다.
아빠니까 첫째 딸이 항상 집에 가면 아빠처럼 크고 멋있는 사람 아빠가 최고야 우리 아빠 가장 좋아!라는 그 말에 실망으로 보답할 수 없으니까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하고 좋은 내일을 위해 노력한다.
이게 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이 느꼈을 감정이라 생각하니 그 마음의 짐이 얼마나 힘드셨을지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요즘 주변에 슬픈 일들도 많았다. 20대 30대 젊은 나이의 우리가.. 암이라는 것 때문에 아름다운 시간을 힘들게 보내고 있는 주변 친구, 동료, 동생들이 많았다.
너무 슬프고 힘든 세상.. 저마다 어렵고 힘들겠지만.. 감히 저들에게 비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습관처럼 힘들다 한숨을 내쉬지만.. 오늘 내가 이렇게 힘들고 우울한 기분으로 살아간 하루가 저들에게는 누구보다 소중한 하루였을 것이라.. 그리고 내 힘든 상황은 비교도 안되게 힘들 항암치료와 싸우는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잘못한 건 없지만 미안하다. 힘내 좋아질 거야 하는 위로 아닌 위로밖에 할 수 없는 내 모습.. 그리고 그렇게 저물어 가는 빛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내 상황에 마음이 아팠다. 지금도 싸우고 있는 사람도 있고 그리고 이미 별이 된 동생도 있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오늘 하루 쉽게 보내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비교하는 삶이 아닌 내 자체로 빛나는 삶 그리고 나를 보는 누군가가 기쁘고 행복할 수 있는 그런 하루
그런 오늘이 되기 위해 다짐한다.
그리고 내 삶에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위해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