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한 크리스마스
2022년 12월 25일
본가를 나와 독립을 하고 수년동안 크리스마스는 연인과 함께 그리고 결혼 후 아내, 아이들과 함께 보냈었다. 하지만 이번 크리스마스는 조금 특별했다.
수년만에 엄마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었다.
엄마는 췌장암 4기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 췌장암으로 인한 암투병을 하고 있다.
11월에 입원을 하고 금방 집으로 돌아가겠지 했던 기대와 다르게 벌써 두달이 넘는 시간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하고 있다.
암 판정을 받고 바로 항암을 할 수 없었다.
황달 수치가 떨어져야 했고, 몸에 있는 염증 수치가 내려가야 했다. 안좋아진 수치들을 잡아가면서 좋아지는 부분 보다 다른 증상들이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이 생겼었다.
서울 삼성병원에서 그렇게 한달의 시간을 보냈고 황달이 떨어져야 항암을 할 수 있다는 소리만 들어가며 기다리다 지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병원을 옮기기로 결심했다.
군포에 있는 지샘병원으로 병원을 옮긴지 3주정도 지난 것 같다. 다들 서울에 있는 삼성병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다는 병원인데 왜 지방에 작은 병원으로 가냐고 얘기했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은 달랐다.
병원의 규모와 의사의 실력은 분명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의사가 사람을 잘 치료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큰 병원은 환자가 많은 만큼 환자 개개인에 많이 신경을 써주지 않는다. 그리고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게 더 집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모습에서 약간의 실망을 느꼈고 환자를 대하는 자세 아무리 어려워도 환자에게 한번 우리 치료 해봅시다. 할 수 있습니다! 하는 희망을 줄 수 있는 말한마디 해줄 수 있는 곳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병원을 옮기고 황달이 떨어지기 전 방사선 치료를 시작했다 처음 목표는 14회를 목표로 방사선을 시작했다.
하지만 7회정도 했을 때 엄마의 몸에서 담즙이 나오지 않았고, 정상이었던 황달수치는 다시 7 이상으로 올라갔다.
염증 수치가 같이 오르면서 황달이 생겼고, 고열과 함께 오한까지 찾아왔다. 우선 항암과 방사선은 중단됐고 급한데로 항생제와 해열제 등 약물 치료로 몸의 수치를 정상화 시키는데 집중했다.
그사이 CT를 찍고 중간 결과를 듣게 되었다.
처음 왔을땐 보이지 않았던 간쪽에 암이 발견됐다는 소식이었다. 엄마는 췌장에만 앞이 있고 주변 림프선과 간에 2점 정도 암이 보였는데 추가 전이가 발견된 것이다.
추가 전이가 이루어 졌기 때문에 방사선 치료는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렇게 12월 22일 엄마는 십이지장 스탠트 시술을 했고 23일 24일을 구토와 복통을 호소하며 회복을 위해 스스로 싸우고 있었다.
병간호를 하며 12월 25일 병실에서 엄마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특별한건 없없지만 그래도 함께 얘기하고 가끔 웃기도 하고 병간호를 해주면서 이 순간에 대한 감사와 소중함을 생각할 수 있는 특별한 크리스마스였다.
두렵고 겁이 나는 순간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엄마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에 집중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하여 이 시간이 후회되지 않길 원한다.
아직 젊은 엄마 나이에 췌장암이라는 가장 어려운 암이 찾아온 상황을 원망도 했고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이제는 원망보다 희망을 보고 앞날의 기쁨만을 생각하려 한다.
암투병하는 엄마의 힘듦보다 더한 고통과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눈물과 좌절보다 행복과 기쁨을 기대하며 22년의 크리스마스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