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하루
늘 맞이하던 병원에서 일상이지만 오늘은 유독 눈이 일찍 떠졌다.
병원은 항상 새벽부터 피검사, 촬영, 아침식사 등 아침 6시정도가 되면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마치 군대에서 기상할때 마지막 불침번들이 뛰어다니며 불을 키는 느낌이다.
오늘은 새벽에 계속 깨서 엄마를 간호했다.
화장실, 진통제, 물 등 시간마다 일어났던 것 같다. 그래도 피곤하진 않았다.
아침에 창밖을 봤더니 동이 트고 있었고 곧이어 멀리 있는 산 뒤오 주황빛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동향이었구나
생각을 하며 잠시 감상에 빠졌다. 무언가 모르게 희망차면서 쓸쓸하고 아무 생각이 안들지만 시간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아침 회진을 준비하기 위해 씻고 나와서 기다리는데 회진이 오늘은 좀 늦게 왔다.
10시가 넘어서 원장님이 오셨다.
항상 회진시간은 긴장이 된다. 안좋은 얘기가 들릴까봐 겁이 난다.
뭔가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물어보면 안좋은 소리를 들을까봐 겁이 난다.
오늘도 아무것도 물어보지 못하고 해주시는 말씀만 듣고 끝이 났다. 허전함... 두려움...
안좋은 얘기는 듣지 않았지만. 희망적인 얘기도 없어서 뭔가 이러나 저러나 회진이 끝나면 찜찜하다.
좋아지고 이어요, 시술이 잘 됐어요, 사진결과 좋던데요, 피검사 수치 좋던데요 이런 얘기를 듣고 싶다.
가장 듣고 싶은 얘기는 암 크기가 줄어들었던데요? 이다..
아직 항암도 못하고 있어서 무리하지 말고 엄마 몸상태가 좋아지면 항암을 하자고 하신다
아직 본격적으로 항암을 시작해본적이 없고 방사선만 했었기 때문에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일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이제 물을 먹어도 미식거리지 않고 미음도 한그릇 다 먹었다.
그런데 그게 화였을까.. 갑자기 점심이 지나고 몸에 힘이 없다면서 너무 힘들어했다.
잠시 서류좀 받아온다고 얘기했는데 그걸 못들었나보다
말 안하고 어디 갔다고 또 짜증을 부리며 화를 냈다.
본인이 아프고 힘드니 의지할 사람이 나밖에 없는데 얼마나 마음이 힘들고 예민하고 불안할지 이해하고 안쓰럽다.
하지만 짜증을 내면 순간 나도 힘든 상황에 감정이 올라오지만 꾹 참고 아무말 안하고 침묵을 유지한다.
입을 열면 실수할게 뻔하기 때문에 아예 말을 하지 않는게 낫다.
난 병간호를 하면서 병실에서 일을 한다.
근데 엄마는 그것도 싫었었나 보다.
병간호 하러 온놈이 컴퓨터만 하고 있다고 하지말라고 뭐라고 한다.
내가 노는게 아니라 일하는것임을 뻔히 알면서 그런 얘기를 하는걸 보니 정말 마음이 불안하고 힘든가보다.
안쓰럽다. 엄마가 힘을 내고 이 병원을 걸어서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주일의 시작이 이렇게 지나갔다.
아픈사람을 치료해야 하는 병원인데. 왜인지 병원에 있으면 더 아파지는 것 같은 기분...
같이 살자 엄마 같이 일어나서 나가자 같이 집으로가자
그리고 엄마가 하고싶다고 했던 것들 다 같이 하자.
우리 이겨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