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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Oni Jan 24. 2023

2023. 01. 24.

뾰족한 겉모습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속은 물렁한 파인애플 같은 요즘

2022년 10월부터 엄마를 간병하며 병실에서 지내고 있다. 

작년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크리스마스때 글을 남기고 매일매일 기록해야지 다짐했건만

간병을 하면서 재택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퇴근을 하고 나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시간동안 가만히 있고 싶지만 엄마의 저녁을 챙기고 진통제 및 필요한 몇가지를 간호사에게 요청하고 잠자리까지 보고 나면 9시~10시가 된다. 

그럼 저녁 예배를 드리고 이제 한숨 돌릴만 하면 피곤이 몰려와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른 상태로 잠이 들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엄마는 황달수치가 정상으로 왔다가 하루아침에 다시 비정상 수치가 되기도 했고, 몇차례 오한과 염증이 엄마를 힘들게 했다. 

복수를 빼내기 위해 배에 복수 주머니도 차고 여전히 담즙 주머니도 달고 산다. 

그리고 병원을 옮기고 병실도 4번이나 이사를 했다. 병원에 있는 시간만큼 짐도 늘어나서 정말 원룸에 살때 이사하던 것과 비슷한 노동이 필요하다. 

이사를 했던 이유는 엄마의 몸에 균이 1개 2개 검출되 격리실로 이동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같은 균이 있는 환자가 있어서 2인실에서 지냈는데 이제는 균이 2개까지 검출되 아예 1인실로 이사를 와서 지내고 있다. 1인실로 와서 느낀건 병실이 정말 비싼만큼 좋구나 느끼고 있다. 하지만 결코 우리가 원해서 온게 아닌 타의에 의해서 그리고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 오게 되었다. 




엄마는 병실에 상관없이 항상 같은 침대에 누워 생활하기 때문에 잘 못느낄 수 있지만 나는 고시원 생활 같은 6인실 좁은 간이 침대에서 6일실 창가쪽 자리로 이동해 원룸같은 느낌을 느끼고, 2인실로 갔을때 1.5룸 같은 느낌이 들다가 지금 1인실은 과장 좀 보태서 리조트방에 와있는 기분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답답한건 이러나 저러나 똑같은 것 같다. 어서 여기를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점점 지쳐가는 내 스스로를 느끼게 된다.

항암을 하면 퇴원하고 다시 항암할 때 입원해서 항암 치료 받고 집에 가고 이렇게 통원으로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항암을 하면서 점점 몸이 힘들어져가는 엄마를 보면서 퇴원은 너무 먼곳에 있구나 느끼고 있다. 




엄마는 지금 2차 항암까지 마무리 하고 1주가 지났다. 

다음주까지 지나면 또 항암 3차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1차때는 그럭저럭 견디고 몸상태와 기운도 있었던 엄마의 모습이었다면 2차 항암을 마치고 구토와 통증 그리고 몸에 힘이 없어서 항상 쓰러질 것 같은 엄마를 보면서 항암의 무서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머리는 한움큼씩 빠지고 몸에 힘이 없어서 앉아 있는것도 힘들어 하는 엄마를 보고 있으면 항암치료를 다 끝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몰랐을때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대단한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의지가 강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 또한 너무 힘들어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가정을 소홀히 하게 되고 형과 아빠가 있지만 지방에 있고 일을 하고 있어서 병간호를 할 수 없다는 이유가 처음에는 이해가 됐지만 이제는 점점 화가나고 욕이 나오기 시작한다. 내가 그만큼 힘들어 지고 예민해 지고 있다는 증거다.




엄마는 점점 항암때문에 힘들어서 횡설수설한다. 말을 제대로 못하고 본인이 무슨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잠꼬대는 정말 심해지고 있다. 본인이 잘 못 말한걸 못알아 듣는다고 상대방에게 짜증을 내는걸 보면서 예전에는 아픈 환자니까 이해해야지 엄마 그럴 수 있어 내가 잘 알아 들을게 다짐하고 간병을 했는데 이제는 그 모습조차 이해가 안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와이프는 아이들과 가족이 있는데 가족도 돌봐야 하지 않겠냐면서 간병인을 쓰고 오라고 한다. 물론 아내가 성품이 못나서 그런게 아니다. 아내는 정말 이해가 많고 누구보다 엄마를 걱정하고 사랑한다. 

엄마가 간병인을 쓰자고 하기도 했고 비용적인 부분은 아빠가 부담할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를 해줬기 때문에 믿음 좋고 엄마를 잘 돌봐줄 수 있는 간병인을 구하고 집으로 와서 나를 돌보고 가족에게 신경도 써달라는 이야기이다. 

맞는 말이지만 거동이 불편한 환자도 아니고 항암만 하고 있는 엄마를 간병인에게 맡기고 집에 가 있는 것이 편하지 않을 것 같아 내가 결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엄마도 간병인을 쓰자고 하지만 사실은 내가 있길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간병인을 쓰게 되면 한달에 450만원 정도가 간병비로 나가게 된다. 정말 왜 간병인 파산이 발생하고 간병때문에 직장을 그만둔다고 하는지 알 것 같다. 4인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일반 직장인이 생활비, 고정 지출비 등을 다 빼고 월급에서 간병비 450만원을 부담하려면 쉽지 않은 현실이다.




원래 간병인 4박5일 나 3박4일 이렇게 교대로 간병을 해줄 수 있는 간병인을 구하고 싶었으나. 

1. 간병인이 코로나를 매주 받아야 해서 싫어함

2. 간병인이 돈이 많이 안되서 안하려고함

3. 엄마와 합이 잘 맞지 않아서 서로 힘들어함 

위 3가지 문제로 인해 쉽지 않은 상태이다 

그나마 어렵게 구했던 간병인들은 전부 1주일만 하고 교대할때 그만하겠다고 얘기하고 나갔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다 문제지만 3번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내가 옆에서 간병을 하면서 보니 객관적으로 엄마는 아프고 예민한 상태로 인해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다.

아픈 상황이 조금 나아지면 본인의 잘못을 후회하고 사과하지만

그것도 한두번이지 그게 지속되면 간병인도 사람인지라 감정이 상하고 지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엄마에게 이런 얘기를 할 수 없다. 아무리 엄마가 잘못 했어도 지금은 엄마를 보호하고 변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간병을 계속 해야 하는게 맞지 않을까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 그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에 스스로 짜증이 많이 난다. 




내가 계속 있으면 더 감정적으로 변하고 사람이 날카로워 질 것 같고, 그러면 엄마한테 스트레스를 줄 것 같은데 간병인을 구하고 그냥 가자니.. 간병인으로 인해 엄마가 스트레스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론은 이런 상황에 남들은 다 가족들이 와서 간병하고 있는데 우리가족만 왜 이러는지... 하는 회의감에 빠지는 생각으로 마무리를 짓고있다. 




앞으로 몇차례가 남았을지 모르지만 항암치료를 통해서 엄마의 치료가 잘 되고 병원에서 건강하게 나갈 수 있는 날을 꿈꿔보며 오늘도 하루를 마무리 한다. 가장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으로 오늘 하루하루를 생각하자고 다짐 했지만 항상 이렇게 어려운 상황 앞에 또 다짐이 무너지고 쓰러지고 만다. 

하지만 다시 다짐을 가다듬으면서 엄마를 잘 간병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항암치료를 받으며 암을 이겨내기 위해 싸우는 엄마보다 힘든 사람은 없을테니까 엄마를 위해 헌신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다시 마음 잡고 내일을 맞이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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