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야는 취향이 확실해서 부러워요.”
함께 일한 동료가 어느 날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기에 흠칫 놀랐다.
그냥 좋아 보이는 걸 고르고, 끌리는 곳에 가고, 재밌어 보이는 이야기에 귀 기울였을 뿐.
어떻게 시작됐을까?
내 취향은 커리어 초기, 마케팅의 영감이 될 다양한 자료를 온오프라인에서 찾으면서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사수는 없고 할 일은 많고!
여러 가지 도움 받을 곳을 찾다 보니 마주하게 된 마케팅과 사업의 귀재들이 이를 도와주었던 것이다.
2019년과 2020년, 막 일을 시작하던 시절, 두낫띵클럽, 모배러웍스 같은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브랜드를 보며 단순히 “멋있다”에서 끝나지 않고, 왜 이 구조가 사람을 끌어당기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제품보다 세계관이 먼저고, 판매보다 서사가 앞서는 방식. 그 태도가 좋았다.
그걸 브랜딩이라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회사 근처 성수동을 걸으며 그런 브랜드를 찾는 게 작은 놀이가 되었다.
슈퍼말차 같은 공간을 들여다보며 공간의 톤, 메시지, 고객과의 거리감을 유심히 보았다.
한 번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정을 찾아보고, 매장의 제품도 구매해 보았다.
한 때는 성수동의 브랜드 발굴이 너무 재미있어 아카이빙용 인스타 계정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게 일인지 취미인지 모를 지점에서 나는 가장 즐거웠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내 취향은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니다.
10명 남짓한 조직에서 시작해 100명이 넘는 회사가 되기까지, 나는 빠르게 실행하고 계속 고쳐왔다.
처음에는 겉으로 화려한 것을 좋아했으나 점차 메시지가 단단한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고,
일회성 바이럴보다 지속 가능한 시스템과 탄탄한 브랜딩에 더 끌리게 되었다.
아마 그 시간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취향 역시 완성형은 아니다. 여전히 찾아가는 중이다.
그게 너무 재미있다.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남의 기준이었음을 깨닫는 순간도 있고, 생각보다 내가 보수적이라는 걸 인정하게되는 날도 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취향은 멋있어 보이기 위한 포장지가 아니라, 반복된 선택의 결과라는 것.
그리고 결국 내가 지향하는 곳이 될 것이라는 점.
무엇을 오래 보고, 무엇을 계속 말하고, 무엇에 자꾸 시간을 쓰는지를 보면 답이 나온다.
나는 어떤 세계관에 끌리는 사람인가. 나는 어떤 태도를 닮고 싶은가.
그리고 그 취향을 앞으로 어떤 일에 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