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을 지속하다 보니 자주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깊이와 넓이.
나는 마케팅을 이 두 축으로 이해하게 됐다.
일에 치이면 우선순위는 우선 '해내는 것'이 된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이 실행을 위한 기획에서 멈춘다. (나도 그렇다. 이를 벗어나려고 노력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왔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이디어를 내고, 카피를 쓰고, 캠페인을 실행한다.
하지만 진짜 깊이는 그다음 단계에서 시작된다.
스타트업 합류 초기, 첫 매스메일링은 쉽지 않았다. 오픈율도, 반응도 처참했다.
그때 처음 든 생각은 "제목이 별로였나?"였다. 그래서 제목을 바꿨다.
내용을 바꾸고 CTA를 바꿨다. 결과는 비슷했다.
그때 깨달았다. 제목이 문제가 아니었다. 리스트가 문제였다.
나중에 살펴보니, 리스트에는 너무 많은 쭉정이(가라지, 노이즈, 뭐라고 부르든)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진짜로 타깃 해야 할 사람과 하지 말아야 할 사람을 구분할 수 없었기에 같은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던 것.
이후부터는 모든 캠페인을 표면적인 것보다 한 단계 씩 더 들여다보려고 했다. "이 데이터는 맞는 데이터인가?" 혹은 더 나아가서 "이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고 다음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마무리하려고 했다.
데이터를 보는 게 아니라, 데이터로 질문을 바꾸는 것. 그게 깊이였다.
리드를 단순히 쌓는 것이 아니라, 리드를 선별하고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기 시작했다.
깊이는 성과를 만드는 힘이 아니라, 성과를 지속시키는 힘이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 다양한 걸 할 줄 알게 된다
단점: 다양한 걸 할 줄 알게 된다
마케터도 마찬가지다.
때에 따라 콘텐츠도 해야 하고, 광고도 해봐야 하고, CRM도 다뤄야 하고, 웹사이트 구조도 고민해야 한다. 고객을 고민하고 메시지를 다시 짜야할 때도 있다.
아 가끔 촬영도 편집도 한다.
처음에는 나의 일이 너무 얇게 펼쳐지고 있다고 느꼈다.
긍정적인 시각 때문인가, 시간이 지나 보니 그게 자산이 되었다고 느낀다.
단순히 "여러 가지를 할 줄 알아요"가 아니라,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적절한 설루션을 적용할 수 있다'는 능력이 생겼다.
그렇게 중요한 브랜딩이 왜 수년 전에는 잘 작동하지 않았는지, 콘텐츠와 세일즈가 업무의 경계 어디에서 부딪히는지, 제품과 메시지가 왜 어긋나는지.
넓이는 단순히 많이 해봤다는 의미가 아니다. 각 영역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고 쓸 줄 아는 것이다.
돌아보면 나는 깊이를 파면서 넓어졌고, 넓어지면서 다시 깊이를 고민하게 되었다.
음, 뭔가를 가득 담을 그릇을 만드는 행위랑 비슷하기도 하겠다.
넓게만 펼치면 실험용 샬레가 될거고, 깊게만 판다면 실린더가 될거다.
실험실이 아닌 세상에서 쓰이는 그릇은 때와 장소에 맞는 적당한 깊이와 넓이가 필요하다.
10명 남짓한 조직에서 시작해 100명이 넘는 회사가 되는 동안 내 역할도 계속 바뀌었다.
그때마다 다시 되돌아봐야 했던 것은 고객과 서비스에 대한 더 선명한 이해였다.
마케팅은 깊고도 넓다. 그래서 쉽지 않다.
그게 재미지.
방학 중인 지금, 나는 다시 내 깊이와 넓이를 정리하는 중이다.
나는 어디다 써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