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8일 차:프로페셔널함은 무엇을 남기나

by 마케터호야

프로페셔널함이라는 이름의 불친절


"I'm a professional person 저는 프로페셔널한 사람이에요."


언제부턴가 프로페셔널함이 냉정함의 동의어가 되었던 걸까?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거리를 유지하고, 관계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마치 성숙한 태도인 것처럼.


함께 일했던 한 동료가 있었다.
"저는 프로페셔널한 사람이에요"라는 말을 자주 했던 사람.

잠시였지만 경계가 흐릿한 스타트업에서 명확한 선을 긋는 게 오히려 성숙해 보였던 적도 있다.


그런데 곧 알게 됐다.

그 선은 업무와 사생활의 구분이 아니라, 이기심이었다는 것을.


선긋기의 역설

점심시간 커피 타임 제안에는 항상 괜찮다고 답하고, 하기 싫은 일이 생기면 "내 일은 여기까지"라며 선을 그었다.


재미있는 건, 가장 감정적인 사람이 프로페셔널한 자신은 감정을 배제하고 일한다며 항상 주장했다는 것.

프로페셔널함으로 포장된 건, 결국 외로움과 두려움이 아니었나 싶다.


그 동료는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떠났다.
연락하는 사람도, 의미 있는 결과도 없이.


어원으로 돌아가기

"Professional"의 어원은 라틴어 'profiteri'.
'공개적으로 선언하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원래는 종교적 서약이나 공적 선언을 의미했고, 이후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책임을 공개적으로 약속하는 의미로 발전했다.

여기서 핵심은, 선언이 나에 대한 주장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약속이라는 것.

프로페셔널함은 스스로를 규정하는 게 아니라, 타인에게 약속하는 거였다.


퇴사 후의 깨달음

회사를 떠나고 나서도 연락하며 지내는 동료가 많다.

수년 간 함께 일 이상으로 배우고 나눈 게 많아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서로의 성장을 응원했고, 함께 업무시간과 밖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연약한 모습을 보여줬고, "도와줄게"라는 말을 주저 없이 했던 사람들.


그리고 깨달았다. 진짜 프로페셔널들은 서로에게 친절했다는 것을.


친절함이 곧 프로페셔널함이다

프로페셔널함은 냉정함과 선긋기가 아니다.

프로페셔널함은 친절함과 책임감이었다.


친절은 타인에 대한 존중이고, 장기적 신뢰를 구축하며, 지속 가능한 협업을 만든다.

어원으로 돌아가면, Professional은 "나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공적 선언이다.

신뢰받는 사람은 친절하다.


남는 것

퇴사하고 보니 남는 건 사람이었다.

완벽한 업무 처리가 아니라, 함께 웃었던 순간들.

냉정한 판단보다는,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낸 기억.

결국 프로페셔널함은 사람을 남기는 것이었다.


나는 어떤 동료로 기억되고 싶은가.


오늘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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