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건물을 이제 알아본 걸까?
연희동에는 지인이 운영하는 최고의 포스터샵 '아트워크룸'이 있다.
그래서 꽤 주기적으로 오가던 거리인데, 이 건물을 알아보지 못했다.
독특하게 생긴 벽돌건물에 앞의 유리로 된 현대적인 공간. 분명 봤던 게 기억은 나는데, 이게 '연희정음'일 줄이야!
사실 연희정음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되었다.
퇴사 전 감사 선물로 건축을 좋아하는 팀 리더 분에게 뭔가 영감이 될만한 전시를 소개해드리고 싶었다.
정작 티켓 실물 온라인 구매가 어려운 구조로 되어있어 드리지는 못했지만, 되려 내가 다녀올 기회가 생긴 거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유현준 교수님의 유튜브(셜록현준)에서 자주 김중업, 르 코르뷔지에 건축가에 대해 듣고 건축물을 보다 보니 이제 아는 것들이 보인다.
간단하게만 보면 파리에서 르 코르뷔지에에게 배운 김중업 건축가가 지은 여러 건축물의 사진을 모아 둔 전시회다. 전시 공간은 김중업 건축가의 주요 건축물 중 하나인 연희정음과 주한 프랑스 대사관이고, 대중에게 공개된 것은 연희정음뿐이다.
김중업 건축가의 건축물이 워낙 상업건축 위주이다 보니 여러 이유로 손상이 가거나 원 모습이 보존되지 않고 있는 상태가 많다. 해당 전시의 이유는 이 모습을 더 놓치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진행했다고 한다.
김중업 건축가의 작품은 정말 재미있다.
그의 건축에는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을 받은 매끈한 조형의 콘크리트를 주 재료로 하되, 한국적인 요소들이 잘 숨어있다.
처마의 곡선이라던지, 기둥과 공포의 형태를 재해석한 게 가장 눈에 띤다.
사실 공포가 뭔지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알게 된 게 또 재밌긴 하다!
특히 이번 전시는 독특한 미학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가구 디자이너 박종선의 작품과 함께 전시되었다.
곡선과 직선의 조화가 김중업, 르 코르뷔지에 건축가의 건축적 특성과 잘 어울리기에 (연희정음의 콘크리트/나무 조화와도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함께 전시된 듯하다.
전시를 보며 든 생각은 단순했다.
나만의 새로움은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
김중업은 르 코르뷔지에에게서 콘크리트와 구조의 언어를 배웠다. 하지만 그 언어를 그대로 쓰지 않았다. 대신 한국적인 공간과 빛, 특징을 섞어 자기만의 건축을 만들었다. 익숙한 문법 위에 다른 맥락을 얹은 결과였다.
마케팅이라고 다를까.
p.s. 전시 보고 먹은 라이라이의 칠리가지가 맛있었던 것 또한 기분 좋은 엔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