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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가게는 식물처럼 자랍니다

(하편) '작가를 찾습니다'- 모스앤드 안소영 작가님

by 마케터호야
“식물은 사람을 닮았어요. 너무 자주 돌보면 상하고, 완전히 방치하면 죽죠.
결국 중요한 건 ‘균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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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컵 사업 이야기

Q. 사실 '모스앤드'는 사장님의 첫 번째 사업이 아니시잖아요?


"그렇죠, 2008년에 컵 사업을 했었어요. 2008년이 도대체 언젯적인지... 첫 직장을 그만두고 하게 되었었네요."


첫 직장을 그만두고 시작한 컵 사업. 사장님은 그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때 맹렬하게 했죠. 또 젊었으니까.

근데 그게 너무 전부였던 거 같아요.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었어요.

브랜드에 대한 나름의 고집이 심했는데, 그게 수익화로 잘 이어지지 못했어요"


Q. 그래서 그만두시게 된 거군요.

"그렇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수익화가 되지 못했던 게 크죠. 그런데 그것을 잊고(!) 요거를... 그런거죠.(웃음)"


Q. 잊었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던 건가요?

"약간. 그랬던 것 같아요. 이제는 브랜드를 내가 만들어도 적당히 '내 브랜드가 내게 아니다'라는 자세를 가지고 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죠."


첫 번째 실패가 두 번째 시도를 가능하게 했다는 얘기였다. 너무 집착했던 것, 그래서 무너졌던 것. 그때의 기억이 오히려 이번엔 '내려놓는 법'을 가르쳐줬다고.


창업 수업, 그리고 5년이라는 시간

Q. 그럼 본격적으로 (오프라인) 가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뭐였나요?

"원래는 집에서 했어야 되죠. 그렇게 보통은 가이드를 줘요. 요즘은 무슨 일을 하든지 '집에서 시작하실 수 있어요'가 이제 일반적인 멘트잖아요. 컴퓨터 하나만 있으면 할 수 있으니까요."


창업 수업에서는 당연히 '작게 시작하라'라고 했다. 집에서, 온라인으로.

"저는 집에선 집중이 잘 안 되더라고요. 아이도 있다 보니 식물을 관리하고 작업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Q. 그래서 바로 오프라인 매장을 내신 거예요?

"그렇죠. 집에서는 못 할 것 같았어요. 그냥 바로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고요. 집에서 하기에는 나와 나의 의지를 믿을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사장님은 이렇게 덧붙였다.

"저만의 생각으로는 5년 정도 잘 준비하고 시작하면 왠지 내가 '완성'됐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5년 정도 공부하면 딱 멋있는 식물가게를 만들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그 때가 되면 내 나이가 대체 몇 살 이 되는거지? 생각해보니까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시작했던 것도 있어요."


5년을 준비하면 완벽할 것 같았다. 하지만 5년을 준비하다 보면... 시작도 못 할지도 모른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Q. 모스앤드를 시작하기 전에 무섭지 않으셨어요?

"처음 하려고 생각할 때요, 진짜 무서웠죠. 사실 요즘도 매일 무섭고 걱정되고 이래요."


어찌 보면 예상치 못한 답이었다. 이미 1년 반을 운영해내고 계신데도 말이다.


"어쨌든 이겨내려면 행동하는 것밖에 없고, 그래서 오늘도 무섭지만 연거에요. 무서운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상상이 제일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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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은 우리 아이가 병원에 가기 전에 "너 병원 가야 돼"라고 말하자마자 엉엉 울더라고요."


Q. 아, 미리 무서워하는 거예요?

"네, 그걸 미리 다 상상한 거예요. 내가 어떻게 하고, 선생님이 이렇게 말할 거고, 무슨 진료를 받아야 되고. 그리고 그날이 닥쳤어요.

병원 진료 자리에 앉혔어요. 진료를 간신히 받고 나오는데 물어봤죠.

"어때, 무서웠어?" 그랬더니 "생각보다 괜찮았어.' 하더라고요."


짧은 이야기였지만, 가슴에 와닿았다.


"아이는 상상속에서 결과를 냈었던거죠. 사실 이건 어른이 되어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여기서 이제 우리가 배울 건 이거죠. 생각보다 안 무섭다는 거에요, 여러분."


Q. 그래도 실제로는 무섭잖아요?

"생각하는 게, 상상하는 게 제일 무서워요. 그게 공포스럽죠. 오히려 호러나 스릴러 영화가 덜 무서워요.

그래서 너무 오래 고민하다보면 원래 뭐든 못 해요."


Q. 그럼 언제 해야 하나요?

"'아 지금이야'라고 느낌 올 때 하지 않으면, 보통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방아쇠를 당길 때가 지나버리면 될 일도 안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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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하는 손님들이 재밌다, 이게 또 생각지 못한 매력인 것 같아요"


Q. 오프라인 가게를 하면서 좋은 점이 뭔가요?

"온라인에서는 해봐야 댓글 정도로 소통을 하게 되는데, 극단적으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기 마련이거든요.

반면에 오프라인에서는 생각보다 손님들과 대화를 되게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사장님은 특히 '사람을 만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뒀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사람하고 대화를 너무 할 기회가 없었어요.

아이 데리고 간 문화센터 선생님과 '안녕하세요' 뭐 이 정도 하는 게 전부였달까요"


"그런 시간을 오래 보냈다 보니 이렇게 손님으로 오시는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재밌고, 또 실제로도 굉장히 재밌는 분들이 오신다는게 생각지 못한 매력인 거 같아요."


Q. 손님들과 대화하는 게 재밌으세요?

"그럼요. 사실 저작권만 없으면, 바로 주변에 얘기를 하고 싶을 정도로 재밌어요.

새삼 그분들도 우리 대화가 재미있었을까, 그런 생각도 문득 드는데(웃음)."


"그리고, 가끔 찡그리며 오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럼 그럴 때 나름 또 타이밍을 노려서 웃겨봐야지 생각하기도 해요.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웃음). 그런 게 오프라인의 매력이죠."


"좋아 보이는 동네, 그곳엔 좋은 가게들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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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좋은 동네는 어떤 곳일까요?

"막연히 그런 생각이 있었어요. 어느 도시에 놀러 갔을 때, '와, 이 도시 되게 좋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잖아요. '왜 좋았지?'라고 생각하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좋은 가게'가 많은 것이 이유더라고요."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동네들 있잖아요. 예를 들어 서촌이라던가. 그런데 집 주변에는 그런 가게들이 잘 없는 것 같아요. 특히 우리나라는요."


아무래도 공감이 가는 말이다. 특히 아파트 단지 중심의 주거지가 많은 분당 같은 지역, 대단지 아파트 위주의 신도시 같은 경우는 더 그렇겠다는 생각.


"그런 가게들이 생계가 유지가 되고 (웃음) 주민들이 그런 가게를 잘 즐긴다면 행복지수가 더 높아지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동네와 함께 - 그루브나이스커피와 함께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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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모스앤드를 준비하실 때 이 위치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첫 번째로는 집에서 가까워서 고려하게 되었어요. 그치만 사실 최종 결정을 하던 시점에 옆에 '그루브나이스커피'가 생긴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어요. 그 카페가 없었으면 조금 더 고민했을 것 같아요."


옆 카페 때문에. 그게 결정적 이유였다. 왤까?


"그 커피숍에 남편이랑 앉아 있으면서 막 상상해봤어요. 원래도 좋아하는 골목이지만, 우리 가게랑 다른 멋진 곳들이 이 옆에 생기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한거에요.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좋아지는 골목이 되면 어떨까 하면서요. 그리고 결정을 했어요."


작은 가게들이 모여서, 동네가 바뀌는 것. 그런 상상이었다.


IMG_6767.JPG 마침 방문한 그루브나이스카페. 모스앤드의 식물이 한쪽에 정갈하게 놓여있었다.

Q. 실제로 그루브나이스커피와 교류도 하시나요?

"마침 최근에 그루브나이스카페에 식물을 좀 세팅해 놨어요. 저도 그런 것을 해보고 싶기도 했었고요."


"전에 들르던 여러 카페의 식물이 죽어 있는 경우를 꽤 봤어요. 대부분 개업 초기에 선물 받으신 식물들이 다 죽어가고 있던거죠.

카페에서 하시는 일을 지켜보면서 카페 업무에 식물을 잘 키우는 일까지 더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느꼈죠.

식물이 분위기를 살리기도 하니까, 내가 좀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직접 해보기로 하신 것이다.

"마침 그루브나이스가 제가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하니까, 딱 좋다고 생각했어요. 사실은 저도 이런 게 처음이라 궁금한게 많았어요.

공간의 식물을 세팅하는 방식도 익혀보고 싶었었고요, 이걸 함으로써 분위기가 좋아질지, 손님들이 좋아하실지, 거기서 더 나아가 영업에 도움이 될 지, 서로에게 득이 되는지 알아봐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새로운 서비스로 발전시킬 생각도 있으세요?

"그런 것도 생각하고 있어요. 가게를 리모델링하고 식물을 세팅하는 걸 또 하나의 서비스로 하면 좋겠다고 상상을 했었죠."

"단순히 세팅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진짜 식물이 생생하게 유지되어야 하고, 공간에 잘 어울려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일. 그런 총체적인 컨설팅을 해보고 싶어요."


"문제는 항상 있어요. 어떻게 다르게 해결책을 찾을지가 고민이에요."


아직은 정리되지 않은 고민이지만, 사장님은 다음 시도를 위한 첫 스텝을 이미 밟으신 뒤였다.

"사실, 비슷한 해결책은 다른 곳에 있어요. 그게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저는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보고 싶은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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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다 들어봐도 소용없어요"


Q. 그럼 지금 시작하려는 사람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사장님은 잠시 생각하더니, 예상 못 한 대답을 했다.

"다 들어봐야 소용이 없어요."


Q.... 네?

"무언가 하려고 할 때 보통 조언을 구하거나 무언가를 찾아보잖아요.

들을 땐 듣더라도 실제로 적용하는 건 들은거랑 무관하다랄까요.

누구든, 무슨 이야기를 듣든 결국엔 자기가 하려는 생각이 있었다면 아마 할 거예요.

안 하고 싶은 맘이 더 있었다면 안 하는 핑계를 찾아 안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거고요."


아, 그런 뜻이었다.

"마음속에 안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아 이렇게 실패하는구나. 뭐 이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 이러다 큰 일 나겠네.' 생각할 만한 그런 것들만 눈에 들어와요.


그러니 이 인터뷰와 같이 자신의 확신에 더할 무언가를 찾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가 할 거냐 말 거냐에 대해 이미 알 것 같다는 거예요."


Q.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결국 그 사람의 선택이죠. 남들이 마냥 응원해 준다거나, 격려해 줄 수도 없지 않을까요. 다 정답이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그냥 하겠다 결정한다면 하는 쪽으로 한 발씩 가는 거예요. 대신 그 한 발짝의 결과가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어요. 결국은 또 상황에 대한 해석 또한 자기가 하게 되니까요."


모스앤드 사장님이 그리는 앞으로의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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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Q. 앞으로 5년 뒤를 어떻게 그려보고 계세요?

"자립. 오롯이 내가 매출을 창출하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서비스를 이용하는, 그런?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평범하게?

"딱 우리가 상상하는 그 삶 있잖아요.

'결혼했고요, 애 낳았고요, 집이랑 차도 있어요.'하는 것 같은, 약간 이런 느낌이랑 비슷해요.


같은 맥락에서 보면, '가게 있고요, 손님이 뭐, 곧잘 오시고요, 음, 이익도 이만큼은 남아요. 낼 거 다 내고도 이만큼 남아요.' 하는거죠."


"누가 가게에 찾아와 물어본다면, '여기 5년 정도 됐어요.' 그렇게 대답할 수 있는, 평범하게 가게를 유지하는 노련한 정도를 상상하고 있어요."


사장님은 웃으며 말했다.


"보통 평범한 인생 살려면 진짜 노력해야 되잖아요.

중산층이 되려고 노력해서 중산층이 되는 게 아니고 재벌이 되려고 노력해야지 중산층이 되는 것 같달까요."


Q. 더 장기적으로는요?

"나이가 보이지 않는 전문가가 되는 게 제 이상적인 미래의 모습이긴 해요.

왜, 그런 분들 있잖아요. 할아버지, 할머니로 보이는 게 아니라 그냥 그 분야를 잘 아는 사람, 그 일을 많이 한 사람, 찾아가 물어보고 싶은 사람, 그냥 그런 사람이 됐으면 해요."


Q. 그게 꼭 식물 전문가여야 할까요?

"우선은 식물로 시작하겠죠. 그리고 식물 키우듯이 자연스럽게 거기서 부터 파생되어 나가지 않을까 싶어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고, 공간으로 확장하는 것도 좋고. 또 분명히 또 흥미가 바뀔 거 같기도 하고요."


방향은 열어두고 싶다는 얘기였다.


"어쨌든 식물을 접점으로 사람들과 만나는 것은 계속하고 싶어요. 그러고 싶어 오히려 너무 애쓰지 않았거든요. 너무 목숨 걸고 하면 지속할 힘이 빠지더라고요.

적당히, 그 방향으로 나아가보려고 해요."



에필로그 - 식물 키우듯이, 가게 키우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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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쳤습니다.

솔직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두려움, 완벽하게 준비할 수 없다는 것, 매일 무섭지만 그래도 문을 연다는 것.

분갈이 서비스 조차도 2년 동안 광고해야 할지 말지 고민했다는 것. 아직도 정리 안 된 서비스들이 있다는 것. 그냥 하나씩 시도해보는 중이라는 것.


식물에게 물을 줄 때처럼. 너무 많이 신경 쓰고 줘도 안되며, 너무 적게 줘도 안 되는, 그 사이의 '적절한 관심과 무관심'을 찾아가는 모스앤드 사장님의 방식을 응원합니다.



모스앤드

위치: 경기 성남시 중원구 여수동 309

운영: 무인/유인 병행

Instagram: @moss_and__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작가를 찾습니다'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좋아하는 나의 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완벽을 기다리지 않고, 그래도 시작한 사람들.

매일 무섭지만, 그래도 문을 여는 사람들.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P.S. 이 인터뷰를 준비하며 저도 많이 고민했습니다.

아직은 덥던 늦여름에 첫 삽을 뜬 인터뷰.

"나도 할 수 있을까?" "나도 시작해봐야 하나?"

사장님 말씀대로, 아마 저도 할 거라면 할 겁니다. 안 할 거라면, 핑계를 찾겠죠.

그래도 이 이야기들을 계속 기록하는 지금의 이유는 더 자신감 있게 '해야 할 이유'를 찾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무서운 게 자연스러운 거니, 무서워도 일단 가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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