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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린시플커피컴퍼니 Mar 25. 2018

코스타리카 커피 농장 탐험기 #1

프린시플 커피 컴퍼니의 왕, 개고생의 서막을 열다


프린시플 커피 컴퍼니의 왕,

개고생의 서막을 열다




남미만의 이국적인 풍광과 느낌이 있죠. 때문에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많은 분들이 꼽으시구요. 커피는 해외출장이 무척 잦은 직업입니다. 특히 산지가 몰려있는 남미는 매년 짧게는 2~3주 혹은 한 달 이상을 머물죠. 커피 좋아하는 분들은 아실 거예요. 국내에 이름난 커피집 대표들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남미에서 사진 올리고 있는 거. 2~3월 커피 수확철입니다. 프린시플은 2월 5일부터 22일까지 코스타리카로 향했습니다. 


가는 날 아침까지 너털웃음 나오고 기분 착잡했어요. 4월 오픈하는 샵에서 쓸 콩도 찾아야겠고 10월에 있을 바리스타 챔피언십 나갈 대회용 콩도 찾아야겠고... 뭐 이런 거야 일이니까 가슴 두근두근하고 즐거운데  남미... 여러분 남미는.... 그냥 정글이에요 대자연....공원 그런 거 아니구 그냥 자연 막 자연 완전 자연 그대로의 자연....걷고 있는데 앞에서 쉬~익 뱀 지나가고 와 저거 물리면 죽겠다 싶은데 하늘에선 집채만 한 독수리 펄떡거리고 아 내가 죽으면 쟤들이 날 먹겠구나 싶고...코스타리카
 커피 농장 탐방기, 농장 방문기 그런 제목 넣고 싶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탐험기가 제일 적당합니다.




어머나 세상에 맙소사

오전 8시경 비행기 내려서 짐 찾자마자 그대로 차에 실려 농장으로 향했습니다. 저 정말 너무 감동했어요. 농장 가는 길에 아스팔트 도로가 깔려있는 거 있죠 어머나 세상에 맙소사. 커피 농장은 최소 해발 1300m입니다. 도로는 커녕 길도 없어요 수풀을 헤치고 걸어가면 그게 길입니다. 당나귀 타고 다니고 엉망진창인데 농장까지 차 타고 쭉 들어갔어요. 심지어 차 지붕에 머리를 박지 않았어요. 



첫번째 농장에 도착했습니다


FINCA EL QUIZARRA 핀까 엘 퀴자라 




신의 커피라 불리죠. 게이샤를 주력으로 재배하는 농장입니다. 방금 수확해온 게이샤를 ˇ펄핑 하는 중이었어요. 차에서 내리자마자 달큰한 열매 향기가 다리부터 감싸고 올라오는데 이게 얼마나 진한지 코에서 뇌까지 직선으로 꽂힙니다. 짜릿하네요. 신의 커피, 게이샤를 열매 상태로 먹어봤습니다. 게이샤에서 반드시 나와야 하는 플로럴, 그리고 베르가못까지 열매에서 그대로 느껴집니다. 아, 이건 너무 맛있네요. 씨앗을 감싸는 점액질이 꽤 두꺼워서 입안에서 물컹거리는데 향이 너무 달콤해서 뱉기 아까울 정도예요. 게이샤 좋은 건 알지만 이젠 식상하지 않은가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열매의 맛과 향이 예상을 너무 웃돌아 버립니다. 생각이 완전히 엎어지네요. 이건 어떻게 할 수 없는 차이예요. 이건 그냥 과일입니다.

ˇ펄핑 - 커피체리의 과육을 벗겨내는 작업




코스타리카 여정 내내 함께한 리까르도. 줄여서 리까
씨앗을 감싸는 점액질이 마치 껍질처럼 두껍습니다.


펄핑 후 크기별로 선별하여 건조되는 게이샤





Natural 공정 중인 게이샤 . 과육 그대로 햇볕에 말리는 가공법으로 단맛과 바디감이 가장 우수합니다.



농장은 커피를 기르고 수확하여, 가공합니다. 로스팅 직전의 공정 전체가 농장의 기술력에 달려있어요. 지금은 품종이 아닌 어느 농장에서 생산했는지가 커피의 품질을 가르는 척도입니다. 최근 ˇCoE 상위권에 랭크된 농장 대부분이 가공법으로 ˇ허니 프로세싱을 택하고 있습니다. 핀까 엘 퀴자라 역시 동일합니다.

ˇCoE - Cup of Exellence 그해 생산된 최고의 커피를 가리는 품질 대회
ˇ허니 프로세싱 - 일정 당도 이상의 열매만을 수확한 후 과육과 점액질을 일부만 벗겨내어 햇빛에 건조   하는 가공 방식 
   





허니 프로세싱을 마친 게이샤. 점액질이 파치먼트 표면에 끈끈하게 말라붙었습니다




내추럴, 허니 프로세싱, 워시드 모든 공정의 게이샤를 확인했습니다. 책에서 보던 것들을 내 손으로 만지고 향을 맡고 입에 넣을 수 있다니 커피 하는 사람에게 이만한 게 없죠. 옐로우 카투라 까지 만났습니다. 이것도 실제로는 처음 봐요. 뭐든 간 보이면 일단 입에 넣어봅니다. 맛있네요. 플로럴은 게이샤에 미치지 못하지만 단맛과 바디감은 훨씬 풍부합니다.





샛노란 과육의 옐로우 카투라




윌커피로스터스 , 원두명가의 대표님 그리고 핀까 엘 퀴자라의 농장주와 함께


SCA 번역하느라 비행기에서 한숨도 못 잤거든요. 코스타리카는 도착하자마자 밥은 커녕 짐도 못 풀고 농장으로 실려 왔구요. 거의 48시간 활동 중인데 피곤하질 않네요. 여러분만큼 저도 커피를 좋아합니다. 직업이다 보니 늘 평가를 하게 되고 접근 방법은 다르지만, 커피 정말 좋아해요. 여긴 눈 닿는 거의 모든 게 커피나무입니다. 그런데 그게 또 게이샤예요. 기분 좋아요. 신나네요. 이제 두 번째 농장으로 이동합니다. 




COOPERATIVA VICTORIA 코오페라띠바 빅토리아




1943년 코스타리카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커피&사탕수수 협동조합입니다. 우리는 조합 내의 이네스 농장을 찾았습니다. 이네스는 스타벅스가 연구에 돈을 댈 만큼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곳이예요. 재미있는 건, 이렇게 훌륭한 농장이 한국과 거래가 전혀 없었다는 것, 즉, 한국의 그 누구도 맛보지 못한 커피를 보러 간다는 거죠.               





 인사동에서 샀던 한국 기념품을 리까에게 선물했어요. 뭐라도 하나 주면서 부탁하는 게 도리죠
정말 많은 도움을 준 리까 그리고 레베카, 빅토리아 협동조합의 조합원들
이네스 농장의 게이샤 1년생과 2년생의 생육 속도를 설명합니다.
게이샤 나무는 7년 이상 키우지 않습니다. 이유를 설명합니다.




놀라웠어요. 게이샤가 사방 천지 지천에 깔려있더군요. 거기에 비야사르치, 티피카 까지. 각각 다른 맛과 향을 내는 2000여 그루의 커피나무는 관리를 위해 구획을 나누어 분리해두었습니다. 철저해요. 놀랍습니다. 과연 스타벅스가 돈을 댈만해요. 네스엔 ˇ사치모르 종의 약 70%가 심어져 있습니다. 이 사치모르는 스타벅스와 계약이 되어 있고, 매해 좋은 것들을 뽑아서 가져간다고 합니다.

 ˇ사치모르 - 비야사르치와 티모르의 교배종



M R 멜론 로즈. 수박과 장미향이 나는 커피들


잔뜩 흥분한 리까가 이네스 농장의 티피카 원종과 게이샤를 비교합니다


(일단 책으로 나와있지도 않지만) 책으로 보았다면 그냥 그렇구나..하고 잠시 외웠다가 잊어버릴 내용들이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니까 머리에 박힙니다. 티피카와 게이샤의 나뭇가지 마디 사이의 길이가 같아요. 심지어 잎 모양까지 유사합니다. 가족끼린 닮잖아요. 같은 겁니다. 게이샤가 티피카의 변종인 것을 증명하듯 보여주는 영상이예요. 그리고 지금 이네스는 티피카를 개량해서 게이샤의 맛과 향에 더 묵직한 바디감을 가진 품종을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도 게이샤 저기도 게이샤 게이샤 지천에 널린 게이샤




이네스에서 빅토리아 협동조합으로 돌아오니 점심을 주네요. 네 고작 반나절 지난 거예요. 정보량이 굉장하죠? 저에게도 엄청난 입력값입니다. 씽씽 소리가 날 정도로 뇌를 굴렸더니 너무 배고팠어요. 점심 진짜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런 다음 커핑을 했는데...음....로스팅이 좋지 않았어요. 객관적인 기준을 들이대기 무척 애매했지만 게이샤는 게이샤. 낮은 점수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빅토리아 협동조합의 사장님은 자존심이 상했나 봅니다. 삐졌어요. 뭐 어쩔 수 있나요. 그러게 로스팅 좀 신경쓰지...... 







이토록 선명한 무지개라니!!!




커핑을 마치고 세 번째 농장으로 이동하는데 하늘에 무지개가 활짝 피었어요. We're lucky guys~! 라며 리까도 잔뜩 신이 난 게 여기 사람에게도 흔한 풍경은 아닌가 봅니다. 아름다워요. 세 번째 농장에 도착해선 제가 잔뜩 신이 났습니다. 해발 1700m 태평양이 발밑에 내려다보이는데 적당히 낀 구름까지 여기 커핀 안 먹어봐도 됩니다. 맛이 없을 수 없어요. 게다가 설비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농장입니다. 이번에 새로 가공 시설을 차려서, 첫 번째 게이샤를 가공 중이었는데 모든 설비가 최신식이고, 모든 건조 과정이 선베드에서 이뤄집니다.




Monte Brisas 몬테 브리아스




오늘 일정의 마지막 몬테 브리아스 입니다. 여기도 굉장히 놀란 게 시스템에 투자한 돈이 어마어마하더라구요. 기계 건조기를 설비해 두었는데 나무를 이용해 첫 불을 피우고, 이후엔 ˇ파치먼트와 ˇ카스카라로 불을 때웁니다. 폐기물로 버려지는 부분들을 사용하는 거예요. 온도 조절까지 자동입니다. 결점두를 선별하는 컨베이어 벨트까지 구비되어 있어요. 그 뭐랄까...순수하기 그지 없는 질문이 계속 떠오릅니다.


대체 돈이 얼마나 많은 거야?

ˇ파치먼트 - 커피 체리에서 생두를 감싸고 있는 얇은 내피입니다.
ˇ카스카라 - 커피 체리의 겉껍질입니다. 폐기물로 버려졌지만, 최근 2018년에 주목받을 식품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건조해 차로 음용합니다.               





마치 꿀을 발라 놓은것 같습니다. 과육의 당도가 엄청나요




일정을 마치고 날이 다 저물어서 예약 해둔 Air bnb에 도착했습니다. 하....사진 처럼 깔끔하지 않은 거야 어쩔 수 없는데 뜨거운 물도 안 나오고 다 낡고 녹슬어서 지금 터져도 이상할게 없는 가스통 위에 띡 하니 가스 렌지를 올려뒀는데 불이 안 들어오네요. 버리라고 둔건가....버릴까....별 수 없죠. 호강하러 온 게 아니니 불만은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모든 게 다 충분했어요. 나무, 열매, 모든 가공법별 생두와 커핑까지 빼놓지 않고 게이샤를 맛봤습니다. 이건 나만의 데이터예요. 재산이죠. 심지어 내일 가는 곳은 더 좋다고 리까가 호언장담을 합니다.  


내일이라고 해봤자 두 시간 후 출발입니다. 라면 끓여먹고 잘래요. 몸은 힘든 게 맞나 봅니다. 아까 코피가 주륵 나더라구요. 그런데 기분 좋아요. 이래서 커피 하죠.




아, 여담인데 저 그것도 봤어요 불개미가 기둥을 만들어서 올라가는 그거. 왜 정글이나 옛날 이집트가 배경인 영화에 자주 나오잖아요 엄청나게 크고 시뻘건 불개미가 지들끼리 밟고 올라서면서 기둥 쌓는거. 진짜 갸아아아악!! 소리 질렀어요. 농장 분들은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지나가는데 괜찮겠지. 자기들은 장화 신었으니까...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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