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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Jan 23. 2024

 싫어하는 게 아니라, 안 해봐서 몰랐던 거였습니다.

골프를 왜 치냐고 묻던 제가, 주말 아침 골프 연습장에 가고 있답니다. 

 늘 새로운 것들에 대해 눈을 반짝이는 편이지만, 약간의 꼰대(?) 같은 마인드로 정해놓은 몇 가지 예외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골프. 햇살 좋은 날 친구들과 신나게 골프 치는 것이 삶의 원동력이라며, 꼭 배워보라는 엄마의 권유에 단호하게 거절했다.  ‘땀이 안나는 운동은 운동이 아니다’라는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었다.(그렇다고 운동을 잘하는 사람은 전혀 아닌데도...)


  입사를 하고 거래처 미팅이나 여러 가지 비즈니스적인 상황 속에서 골프는 어느 정도 필수성을 갖고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일단 배워둬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속으로는 그리 내키지 않아 미루고 미루다가 새해에 접어서야 레슨을 받게 되었다.


 그립을 잡는 법부터, 자세, 어깨의 방향 등 처음부터 신경 쓸 것들이 너무 많았다. 고등학생 때 잠깐 배웠던 적이 있었는데, 몸이 어렴풋이 기억을 하고 있었는지 자세는 생각보다 빨리 잡혔다. 그래도 십 년도 훨씬 전이라 어색하기 매한가지. 풀스윙을 날리는 옆사람들 사이에서 똑딱똑딱거리는 일명 ‘똑딱이’인 나 자신이 참 부끄러워서 도망가고 싶은 순간도 몇번 있었다. 


그렇게 똑딱이 몇 회와, 고장 난 로봇 같은 구분 동작 몇 번을 하다보니 ‘어? 생각보다 재밌네?’라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들이 찾아왔다. 잘 치진 못하더라도 공이 맞을 때의 감촉과 소리, 프로님의 ‘굿 샷’ 소리를 몇 번 들으니 신이 나기 시작했다.  주변의 시선은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신이 나서 실력에 대한 부끄러움 없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습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골프 별로..'라고 외치고 다녔던 과거가 생각나 겸연쩍어짐과 동시에 ‘어떤 일이건 일단 해봐야 아는구나’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하긴, 해봐야 아는 거고 경험해 봐야 깨닫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중학교 시절 하굣길에 먹던 떡볶이가 간식의 전부라고 여겼던 나는, 이제  ‘쌀떡, 밀떡 논쟁'조차 끼지 않을 만큼 떡볶이를 안 먹게 되었다. 정말 안 맞는다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 친구는 30대에 접어들어 소소하게 생각이 나는 소중한 친구가 되었고, 한 때 인생의 전부라고 여겼던 소중한 친구는 아무런 이유 없이 자연스럽게 멀어지기도 했다. 당연하리라고 생각했던 꽤 많은 것들이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올해는 새로운 경험들을 많이 쌓아가는 게 목표였는데, 단순히 경험치를 늘리기 위함이 아닌 그 속에서 또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다.  어린 시절 운동이라면 질색팔색을 했던 내가 지금은 누구보다 새벽 운동에 진심인 사람이 되었고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골프를 왜 하냐고 했던 내가 ‘요즘 골프가 너무 재미있어요~’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너스레를 떠는 것처럼. 


 내속엔 내가 너무도 많다. 사람인지라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고 짜증 나는 부분도 있긴 한데, 그래도 생각보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순간이 꽤 많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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