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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Oct 01. 2024

 보통의 삶을 꿈꾸며

서른셋, 이젠 보통이 어렵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늘 평범한 것은 싫다며 관종미를 마구 뿜어대던 지난날들을 반추해 보면 나는 참 인정욕구가 강한 사람이었다. 다행히 그 인정욕구가 어른들이 말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현되다 보니, 그다지 좋지 않은 두뇌를 가졌음에도 공부도 열심히 했고, TV 기상캐스터로서도 일했다. 엄청 활발한 성격은 아니지만 은은한 관종으로서 보통의 범주에 나를 들여놓고 싶지 않아 했다. 딱히 뾰족한 이유 없이 서울의 첫 거주 지역을 강남으로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고, 회사 때문에 경기도로 이사 갈지 고민했던 것도, 그냥 평범한 회사원 강 모 씨가 될까 봐 두려운 것도 있었다.


 흔히 말하는 '현타'는 정말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주변 내 또래들은 각자 자신들의 일에 충실하며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열심히 돈을 모아 집을 마련하고 있었다. 늘 뭔가를 열심히 해왔던 것 같은데, 혼자서 열심히 원을 그리고 있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저만치 멀리서 다른 영역을 만들어 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영역이 바로 '보통'이라는 것. 


 10년 전 모태솔로라고 놀림받던 시절. 이상형이 뭐냐고 물어봤을 때 '아~ 저는 눈 안 높아요. 보통만 하면 돼요.'라고 말했더니, '그러니까 네가 모태솔로야.'라고 비웃음을 당한 적이 있다. 보통이 얼마나 어려운 건지 그 당시에는 전혀 몰랐으니까. 물론 지금은 보통만 하면 된다는 건 거의 불가능의 영역이란 걸 잘 알고 있다.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고 정신없이 주 5일 출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 마음이 적적해 집 옆 공원을 좀 거닐다 보면 가족 단위로 산책을 나온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예전이라면 그저 스쳐 지나갔을 법한 그 모든 것들을 이제는 부러운 마음으로 멀뚱멀뚱 쳐다본다. 물론 그들의 내막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내 눈에 보이는 그 보통의 영역은 정말 어려운 것이라는 것. 평범한 일상이라는 게 참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제는 알게 된, 너무도 평범하고 보통의 나날들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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