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시범 강의를 준비하면서 불안감이 업슴했다. 사람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퍼포먼스를 내면 어떡하지? 온갖 상념들이 머리를 떠돌다가 과거 내 모습들까지 파헤쳤다. 누군가의 칭찬이 따를 때마다 늘 '전 참 운이 좋았어요.'라는 말을 하고 다녔고 스스로도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운도 실력이에요'라는 말을 가장 싫어했다. 그건 내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에요.
시강을 앞두고 벌벌 떨고 있는 나를 보고 책임님은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여러분들이 여기서 일하는 건 우리가 직접 보고 평가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불안해하지 말아요.'
맞아, 나는 뭐 편법을 쓴 것도 아니고 당당하게 시험을 보고 면접을 보고 들어왔는데, 뭐가 그렇게 주눅들었던 거지? 물론 시강을 완벽하게 해낸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정도로 주눅들어 있을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겸손함을 넘어 이건 자존감의 영역이다. 나만의 페이스로 차곡차곡 쌓아온 일련의 결과물들을 스스로가 의심할 때가 많았다. 나의 조건들이 마치 모래성처럼 자칫하면 금방 사라지는 것 같아 늘 불안하고 초조했다. 주변에 가끔 생각없이 당당한 사람들을 보며 부럽기도 했다.
이제는 좀 뽕에 차올라도 되지 않나 싶다. '나 이제는 이정도까지 되었어요'라고 뻔뻔하게 샤라웃하는 것도 그저 잘 보이기 위해서보단 스스로를 인정해주고 싶다. 주변의 평가에 휘둘리지말고, 이제 그만 불편해하고 지금 주어진 것들에 대해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