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이 키운, 엄지손가락보다 조금 큰 가을무 앞에서
텃밭이 키운,
엄지손가락보다 조금 큰 가을무.
손에 쥐고 보면 참 이쁜데
다듬기가 영 번거롭다.
그래도 세상에 난 몫을 지켜내고 싶다.
음식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정성껏 갈무리한다.
같은 날 심었어도
하늘과 바람은 공평했을지라도,
무씨는 저마다 다른 크기와 모습으로 자랐다.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던 어느 늦가을.
더 미루지 못하고 무를 죄 뽑던 날.
장갑 낀 손가락보다 작은 것들까지 만날 때면
이걸 과연 먹을 수 있을까,
그냥 땅에 둘까, 고민하며
그 작은 무들을 바라보았다.
조금 아쉽긴 해도
너는 왜 이리 작으냐고,
묻지 않았다. 묻지 못했다.
그 자리에서 최선에 최선을
다했음을, 다했을 것을
알기에, 알겠기에….
모두 거두어 깨끗이 씻었다.
텃밭 무 가운데 크기가 괜찮은 것은
김칫소와 동치미에 알뜰하게 쓰였고.
작디작아 김장에 동참하지 못한 무들은
이렇게 조림으로 먹는다.
작아도 맛있고,
작아서 먹기 좋다.
어느 좋은 잡지 이름처럼
‘작은 것이 아름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