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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비전보드

20250120

by 상작가

비전보드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올 한 해 이루고 싶은 무언가를 이미지로 붙여 놓는 일. 일단 붙여놓으면 그것이 언젠가 이미 이루어져 있다고. 그게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도 그런 시크릿 류의 경험이 있었으니까.


내가 겪은 건 인맥에 대한 것이었다. 커뮤니티 같은 거. 김해 봉황동이 막 떠오르던 시기에. 나는 친구와 김해 봉황동 거리를 걷다가 골목 안으로 한 번 들어가 본 적이 있다. 봉황동 길 중간에 하라식당이라고 건물 지하에 음식점이 있는데 그 건물 뒤쪽에 마당이 있다고 친구가 알려줬다. 친구와 그 식당에서 밥을 먹은 적은 있는데 한 번도 뒷마당을 가본 적이 없어서 친구가 보여준다고 같이 골목 안으로 들어가 뒷마당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여럿이서 앉을 수 있는 기다란 테이블이 있었고 중년의 여성분들이 몇 분 앉아계셨다. 무언가를 하고 계셨는데 뜨개질이었는지 아무튼 작업을 하면서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그걸 아주 잠깐 지켜봤다. 그러면서 내가 느낀 게 나도 저런 커뮤니티가 있으면 좋겠다. 나도 평화롭게 앉아서 친한 사람들과 무언가 함께 하고 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부러웠다. 나는 별로 친구가 많지 않았으니까.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서 그런 모임에 들어갈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다음 해인가. 아무튼 그 이후 나는 종이상점이라는 새로 생긴 로컬 브랜드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봉황동을 주제로 하는 종이굿즈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인연이 이어져 다른 작가님들도 알게 되었다. 그 후 아는 작가님 한 분이 그곳에 있는 창고를 개조해 독립서점을 개업하셨고 그 후 그분이 주도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진짜 그냥 딱 한 번 그 마당에서 모임을 가지던 분들을 보며 부럽다고, 나도 저런 커뮤니티에 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말았던 게 어느 순간 현실이 되어있었다. 이제는 그곳에 뻔질나게 드나들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최근에는 내가 주도하는 모임을 열기도 했다.


그때 마당의 울타리 밖에서 안을 부럽게 바라보던 내가 어느새 그 마당 안에 앉아서 무언가 함께 만들기 위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엄청 간절했던 건 아니었는데. 그냥 딱 한 번 부럽다는 감정과 나도 저런 모임에 속해있고 싶다 정도였는데. 그게 몇 년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물론 그것 외에 딱히 시도해 본 적도 없고 이뤄본 적도 없긴 하다.


하지만 이번엔 진을 만들면서 비전보드 형식의 진을 만들어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일단 글로 정리해 보려고 브런치에 접속했다.


1. 봉황동에 있는 월 1000/25 작업실에서 작업하는 나.

작업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작업실 겸 쇼룸 정도의 공간이 있으면 거기에 내 진도 보여주고 디자인 작업이나 진을 만드는 작업도 하고 모임도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2.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로 작업하는 나.

아이패드를 꼭 바꿀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냥 내 돈으로 바꾸기보다는 부가적인 수입이나 운 좋게 얻은 수입을 통해 바꿀 수 있다면 좋겠다. 당첨이 돼도 좋고.


3. 유튜브를 시작하여 구독자 2000명을 모은 나.

진 만들기를 소재로 유튜브를 하는데 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내 영상을 봐주고 나의 팬이 되어주면 좋겠다. 그래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


4. 혼자 대만 여행 가는 나.

일본 여행으로 하려다 음식은 대만이 더 맞을 거 같아서 대만으로 바꿨다. 지난번에 가족들과 가봤으니 이번엔 혼자서 가볼 수 있으면 좋겠다.


5. 진으로 유명해져서 여기저기 섭외를 당하는 나.

진 만들기로 유명해져서 각종 서점이나 문화센터, 학교 등에 섭외되어진 만들기에 대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면 좋겠다.


대충 이 정도로 정리해 보겠다. 세부적인 계획보다는 약간 이루어지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래서 더욱 바라는 것들 위주로 정리했다. 조만간 진을 만들고 거기에 사진을 붙여서 완성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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