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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싸엄마 Jan 13. 2024

전업주부의 사생활 2

그림책 모임




2023년 3월

둘째의 어린이집 입학과 동시에 나의 그림책 공부가 시작되었다.


시립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무료 강의였기에

그저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재미있게 읽어주고 싶어 신청한 강의였다.


정확한 명칭을 '그림책 놀이 지도사 자격증 과정'


이 명칭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이 명칭으로 인해 나의 새로운 길이 생기고,

오래 함께 갈 새로운 사람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처음, 왜 이 수업을 들으려 하냐는 교수님의 질문에

그저 재미있게 읽어주고 싶다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다들 관련 직종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자신의 일과 접목하려는 분들도 많았다.

괜히 전업주부인 내가 쪼끔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아직 둘째가 어리니까를 무기로 갖기로 했다.)




자격증을 취득하면 끝날 줄 알았다.

그림책과의 놀이 방법을 배워서 집에서 써먹으면 되겠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가르쳐주신 교수님은 자꾸 새로운 길이 있음을 언급해 주셨고

결국 교수님이 속해 있는 그림책 협회에 가입하기까지 이르렀다.


교수님은 해당 일이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자신이 그 길을 열어줄 수는 있다 하셨다.

그리고, 잘 찾아보면 이용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그리고 함께 자격증을 취득한 선생님들은

시립 도서관 주최의 첫 모임으로 만들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공부하는 모임이 생겼구나 생각했다.




모임 이름은 내가 낸 의견이 채택되었다.

내가 생각해도 나쁘지 않았다. 꽤 기뻤다.


그리고 자연적으로 다음 '동화구연 지도사 자격증 강의'까지 수강하면서

나는 2023년 한 해 동안 총 3개의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다.

그림책 놀이 지도사 1,2급 / 동화구연 지도사 2급


민간이지만 협회 소속이 되고, 자격증까지 취득하며

처음으로 재능기부 수업까지 했다.


그저 아이들과 놀아주는 방법을 배우러 갔다가, 난데없이 수업까지 하는 '선생님'이 된 것이다.




함께하는 선생님들은 본업에서 '선생님'이라는 말을 들으며 일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처음 선생님이 된 나의 기분을 알까 싶다.

나에게는 정말 큰 도전이었다.


그런데, 그 도전을 하고 나니 일말의 두려움이 돋아났다.

준비하는 동안 내내 스트레스받으며 계속 쿵쾅대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그런데 앞으로 수업 때마다 이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수업하는 동안 아이들을 보면 마냥 귀여웠다.

잘 따라와 주면 고마우면서도 나도 신이 나서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일이 재미없거나 싫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미숙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모임은 계속되고 있었다.



또다시 나에게 기회가 주어져 두 번째 재능기부 수업이 잡혔다.

첫 번째 수업은 조별이라 나 빼고 3명과 함께 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그런데 이번 두 번째는 처음으로 혼자 해야 했다.


나는 교수님께, 아직 아이들이 어려 수업할 나이 때의 아이들과 교류한 적이 별로 없다.

그런 경험 부족으로 혼자 수업이 힘들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니, 함께하는 사람이 있으면 괜찮겠냐는 이야기에 생각나는 선생니께 부탁을 드려보았다.

다행히 흔쾌히 수락해 주셨고, 준비하는 지금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아직 혼자서 해나갈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자신만 조금 더 쌓인다면, 이 수업들은 나의 자산이 될 것임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고민을 하면서도 놓지 못하는 그림책 모임이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기에, 조금씩 자신감을 채워갈 수 있다.


이 사람들과의 인연도 1년이 다 되어간다.

지금은 자신들의 의견을 마구 어필할 정도로 친분도 점점 쌓여가는 중이다.


다 같은 '엄마'에 내 눈에 '대단해'보이는 분들이다.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이 모임이 언니, 동생 하며 더 친해질 만큼 오래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바뀌었다.


다음 모임 때는 어떤 간식을 가져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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