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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의 틀 안에서 활동하는, 멤버 전원이 일본인으로 구성된 걸그룹이 있다. 바로 지난 2022년 데뷔한 엑스지(XG)다.
엑스지는 데뷔 전부터 국내외 케이팝 팬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유튜브에 업로드한 ‘XG MOVE #1’이라는 영상이 관심의 시초였다. XG MOVE #1은 1분 30초 남짓의 짧은 안무 영상인데, 이가 YG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댄스 전문 학원 ‘엑스 아카데미’에서 촬영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이후 엑스지는 YG엔터테인먼트가 새롭게 선보일 걸그룹이라는 루머가 퍼졌다. 루머는 YG엔터테인먼트가 부인하면서 확산을 멈췄지만, 그럼에도 엑스지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았다.
엑스지는 일본 대형 기획사 에이벡스(AVEX) 그룹 산하 프로젝트인 XGALX(엑스갤럭스)의 동명 한국 법인 레이블에서 데뷔한 7인조 걸그룹이다. 에이벡스 그룹과 YG엔터테인먼트의 이름을 합쳐 ‘XG’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다는 루머와 다르게, 엑스지는 ‘엑스트로디너리 걸스(Xtraordinary Girls)’의 약자로 ‘비범하고 특별한 소녀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엑스지 멤버들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약 5년에 걸쳐 연습생 생활을 하며 실력을 키워왔다. 타 케이팝 기획사 연습생들과 별다를 것 없는 시스템 하에서 트레이닝을 받았기에, ‘제이팝 아이돌’이라고 생각했을 때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와 달리 뛰어난 실력을 갖춘 모습이 눈에 띈다.
엑스지 멤버 7명 전원이 일본인이라고 이들을 단순히 제이팝 아이돌이라고 부르기에는 한계가 있다. 먼저 엑스지의 음원 발매 시간이다. 국내 음원 사이트들은 차트 줄 세우기(실시간 차트 상위권에 특정 가수의 곡을 연속적으로 진입시키는 것)를 방지하기 위해 2017년 2월 차트 규정을 개편했다. 12시부터 18시까지 발매된 음원만 실시간 차트에 즉시 집계하는 방식으로 차트 반영 시간을 변경한 것이다. 자정에 발매되던 케이팝 아이돌들의 음원은 개편 이후 12시 또는 18시에 발매되기 시작했다.
이는 국내 음원 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 위한 조치이기에, 제이팝 아이돌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러나 엑스지는 데뷔 이후 지금까지 모든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18시에 발매해오고 있다. X(구 트위터) 공식 계정에 발매 일정 관련 글을 작성할 때 JST와 KST를 병기하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두 번째는 엑스지의 활동이다. 엑스지는 2022년 6월 발매한 싱글 2집 [MASCARA]로 한국에서 첫 데뷔 무대를 기졌다. 이후 한국에서 정식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엑스지는 X에 한국어로 작성한 게시글을 업로드하는 등 케이팝 시장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엑스지는 타 제이팝 아이돌과 다르게 하이브 엔터테인먼트 산하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Weverse)에서 팬들과 소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소통 시에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를 섞어서 사용한다는 점은 여타 케이팝 아이돌과 다를 게 없다.
마지막은 엑스지 스태프들이다. 엑스지의 활동 전반에 참여한 디렉터, 프로듀서 등 관계자는 대부분 한국인이거나 케이팝 산업에 관련된 인물들이다. 엑스지가 데뷔 전 업로드한 ‘XG MOVE’ 시리즈의 크레딧을 살펴보면, 방송 <스트릿 우먼 파이터>로 이름을 알린 효진초이, 레드벨벳(Red Velvet)∙에스파(aespa) 등 케이팝 아이돌 안무가로 유명한 베일리 석, 방탄소년단(BTS) 안무가로 알려진 시에나 라라우(Sienna Lalau)가 소속된 댄스 크루 The Lab,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출신이자 트와이스, 박재범 등 케이팝 안무를 창작한 메이제이 리가 이름을 올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엑스지는 케이팝 그룹일까 제이팝 그룹일까? 담당 프로듀서 재이콥스는 이 질문에 ‘엑스지의 음악을 제이팝이라고 하기엔 새로운 시도이고, 스스로 케이팝이라고 강하게 얘기하기에는 어떤 부분에서는 불편한 시선이 있을 수 있다. 조금 과감하지만 저희만의 음악, 장르를 만들어내고자 ‘엑스팝(X-POP)’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과거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발언에 대해선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해당 인터뷰가 공개되기 전 에이벡스 그룹의 마쓰우라 마사토 회장이 유튜브 라이브에서 ‘한국 프로듀서와의 프로젝트지, 한국 레이블과 하는 것은 아니다. 전원 일본인이고, 케이팝스럽지 않다. 미국스럽다.’라고 말하며 논란을 빚었기에 더욱 그랬다. 엑스지라는 그룹이 표방하고 있는 것이 케이팝임이 너무나도 명백한데도 엑스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그룹의 정체성을 정의한 점이 이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엑스지를 무조건 비판하기 전, 이들이 말하는 엑스팝이란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먼저 엑스팝은 기존에 없던 지향점, 여러 가지 편견을 벗어나 믹스됐다는 뜻에서 알파벳 ‘X’를 사용해 만들어진 단어다.
엑스팝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곡이 영어로 발매된다는 점이다. 싱글 2집 타이틀곡 <Mascara> 속 ‘Sayonara’, 싱글 5집 타이틀곡 ‘WOKE UP’ 속 ‘언니’ 등 한국어와 일본어를 짤막하게 넣기도 하지만, 그 외의 가사는 전부 영어로 이루어져 있다. 영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재이콥스는 ‘글로벌 시장에 XG 음악을 선보이고 싶다는 것이 엑스지의 가장 큰 지향점이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통용되고 있는 언어인 영어를 기반으로 음악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엑스지는 엑스팝으로 기존의 제이팝 아이돌들이 고수해온 큐티 또는 걸리시한 콘셉트와,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기존 색깔을 유지하려는 모습을 타파하고 글로벌을 지향하는 아티스트가 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한국 음악씬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제이팝 아이돌의 실력에 대한 대중들의 편견을 깨부수는 것도 이들의 바람 중 하나다.
엑스지는 정규 앨범 발매 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케이팝 시스템을 엑스지만의 방식으로 녹여 한국과 일본을 넘어 팝의 고장인 미국에서 음악으로 인정받아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가교 역할을 하고, 여성의 에너지와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엑스지가 엑스팝으로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인 것이다.
케이팝과 제이팝 그 경계에 서있는 엑스지. 어느 한쪽으로 치우쳤을 때 다른 한쪽으로부터 비판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이들이 왜 그 중간인 엑스팝을 지향하고자 하는 것인지 이해된다.
이제는 엑스지가 그 적절한 중간점에서 세계로 한 걸음 크게 내디딜 때다. 과연 엑스지는 한국과 일본, 더 나아가 국제 무대까지 엑스팝을 전파할 수 있을까? 그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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