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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Choenghee Mar 03. 2024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너를 보면

가끔은 그 순간을 놓치고 지나갈까 봐 조바심이 난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딸이 먼저 일어나 있다. 그런데 오늘은 좀 색달랐다. 평소에는 “엄마~ 엄마~”하고 나를 부르며 깨운다.


 오늘은 눈을 뜨니 딸이 소파에 앉아 등을 소파로 편히 기댄 채 책을 읽고 있다. 18개월 딸이 전과 다르게 커가는 모습을 새삼 보는 것 같아 폰으로 사진을 찍고 영상으로 담느라 일어나자마자 바빴다.


 5분 넘게 혼자서 책 서너 권을 번갈아가며 반복해 읽고 있는 딸. 소파에 있던 책들은 어젯밤 내가 딸에게 읽어주던 그 책들이었다. 스스로 책 속 그림을 보며 엄마가 해주던 말들을 떠올리고 있는 것일까.


 아빠가 옆으로 가 앉아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책에 빠져있던 너의 모습. 오늘은 유난히 이전의 너와 달랐다. 책 속 세계로 완전히 빠져버린 것 같았던 너였으니까.  




 “우리 OO이~ 책 읽고 있구나” 하며 딸 곁에 다가가 앉았다. 딸은 엄마에게 읽어달라고 읽던 책을 건넸다. 유독 빠져있는 책 베베코알라. 그중 <병원에 간 베베>.


 책 속 그림을 유심히 보더니 의사 선생님을 보고 딸이 “지찰, 지찰(진찰)”이라고 한다. 그가 끼고 있는 안경을 보고 “아경, 아경”이라고 하고. 베베의 엄마가 끼고 있는 목걸이를 보고 “이거는~?”하고 묻기도 한다. “응~ 목걸이야.”라고 나는 대답해 준다.


 평소 장난감 청진기, 체온계, 약병으로 병원 놀이를 자주 해서일까. 엄마, 아빠가 읽고 있던 책을 뺏어가 가만히 살펴보니 자신이 보던 그림책과는 사뭇 다르게 희한하게 생긴 글자들을 봐와서일까.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를 책 속 그림으로 만났을 때, 자신이 알고 있는 사물이지만 그 명칭을 모르는 것이 책 속 그림에 나타났을 때. 엄마, 아빠 책에서 보던 글자를 보았을 때. 딸은 머릿속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느라 책 속에 흠뻑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 것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느낌표도 뜨고, 물음표도 뜰 것이다.





 늦은 오후, 남편은 잠시 테이블에서 간식을 즐기고 있고 나는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남편이 조용히 나에게 오더니 폰으로 찍은 사진(바로 위)을 보여준다. 그러더니 “혼자 저렇게 책 읽고 있다. 신기하네.” 하며 내심 흐뭇한 미소를 띤다.


 딸이 장난감을 갖고 놀든, 책을 읽든, 춤을 추든, 무엇 하나에 집중을 하고 있는 것 같을 때 우리 부부는 없는 사람인 듯 조용히 있는다.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소파에 누워 책을 읽는 딸을 함께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딸은 우리의 눈빛을 조금도 못 느낀 듯하다. 아주 명백히 딸을 향한 짝사랑의 순간이었다.

 



 이외에도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하며 조금씩 늘어가는 딸의 말들, 좀 더 화려해지는 춤사위, 엄마, 아빠 따라 따뜻해지는 애정표현, 커가는 몸, 거세지는 고집… 딸은 무엇 하나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성장하고 있다.


 그 순간들을 맞이할 때마다 행복한 웃음과 눈빛을 가진다. 너무 달콤해 그 순간에 몰입할 수밖에 없고 기록에 남길 여력이 없다.


 특히 뽀로로 노래가 나올 때 추는 딸의 춤은 너무 현란해서 보는 사람마다 자지러질 수밖에 없고 그러고 나면 폰을 들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는 이미 사라진 상태다.


 그런 기록들을 놓치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 나갔으면 좋겠다. 그 순간의 내가 느꼈던 딸에 대한 감정과 생각들을 풀어놓으면서. 진부하지만 그렇게 나의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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