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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Choenghee Mar 26. 2024

아이고 할비 눈물 날라 칸다

외할아버지의 눈물

 요즘은 딸이 어린이집을 다니느라 자주 가던 외갓집을 평일에는 더 이상 갈 수 없어졌다. 부모님의 손녀를 보고 싶은 마음은 애타게 닳고 있다. 평일 내내 닳아 오른 마음은 금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손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주고 손녀의 애교에 함박 웃으며 안아줌으로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부모님은 손녀의 자는 모습, 바로 깬 모습 등을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잠은 우리 집에서 따로 자고 오전 일찍 친정에 와도 되는데 굳이 우리가 자고 가길 원한다. 아니. 손녀만 자도 될 것 같다. 자다 깨서 엄마를 찾느라 우는 손녀가 걱정되어 같이 잘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나와 남편이랄까.


 지난주 토요일, 금요일에 이어 하룻밤을 더 친정에서 보냈다. 온 집안의 불을 다 끄고 엄마가 꼭 옆에 누워있어야 잠을 청하는 딸 옆에 누웠다. 그날은 우리 부모님도 함께. 그러니까 거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딸을 사이에 두고 나와 엄마, 엄마 옆에는 나의 아빠도.


 금방 잠에 들지 않는 딸은 뒹굴거리기도 하고 엄마 배 위에도 올라왔다가 혼자 일어나서 춤도 추기에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인 우리 부모님은 어두컴컴한 밤에 박장대소할 수밖에.


 그러다 딸은 잠이 좀 드는지 다시 누워 좌우로 뒹굴 하다

 “엄마 사랑해“라고 말했다.

 나도 딸에게

 “엄마도 OO이 사랑해”라고 진심을 담아 전달했다.

 그랬더니 딸이

 “뽀뽀”하며 내 볼에 뽀뽀를 해주더라.

 이에 나도

 “엄마도 뽀뽀”하며 딸에게 뽀뽀를 해주었다.


 그리곤 딸은

 “할미 뽀뽀”하면서 바로 옆에 할머니 볼에도 뽀뽀를 했고,

 “할비 뽀뽀”하면서 조금 멀리 있는 할아버지 볼에도 뽀뽀를 했다.


 뽀뽀해 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딸이 먼저 할머니, 할아버지께 뽀뽀를 한 적은 처음이었다.


 할머니, 그러니까 우리 엄마는

 “우리 OO이 다 컸네. 할미, 할비한테 뽀뽀도 다 해주고~ 할미도 OO이 사랑해”

 할아버지, 우리 아빠는

 “아이고, 할비 눈물 날라 칸다. 할비한테도 뽀뽀해주고”

 그러더니 나는 허리가 아파서 방에 자러 들어가야겠다며 자신의 방 침대에 잠을 청하러 가셨다.


 그 방문이 닫혀있지 않았고, 아빠가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손녀의 뽀뽀로 감동받은 할아버지가 정말 울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날의 우리 아빠만이 진실을 알고 계시겠지.


 하지만 그날 아빠의 훌쩍임이 나에게 아빠의 눈물로 다가온 것은 어쩌면 내가 3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 아빠에게 딸로서 표현하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 것이다. 그간 외로웠던 아빠의 뒷모습들이 둥둥 떠올랐다.  






 

*글 제목 이미지: 작년, 2023년 봄에 외갓집에서 잠든 딸. 자는 모습이 예뻐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기 위해 폰을 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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