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인터넷에 빠져들까?
그것은 아마도 인터넷이 인간이 신이 되는 간이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인터넷은 인간이 원하는 건 모든 지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신의 흉내를 내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우리가 웃고 싶을 때 울고 싶을 때 감동받고 싶을 때 무언가를 배우고 싶을 때 놀고 싶을 때 돕고 싶을 때 사랑하고 싶을 때 괴롭히고 싶을 때 등 그게 무엇이든 우리의 욕망을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채워주는 방식으로 인터넷은 진화해왔다.
최근 블록체인, 메타버스, NFT 등 새로운 기술들의 등장으로 골치아프지만 따지고보면 이들은 인간의 이런 욕망에 부응하기 위한 업그레이드 버전의 인터넷에 불과하진 않을까. 이러한 기술들은 조금 더 사실적이고 자극적인 방식으로 우리의 경험을 가상 공간에서 충족시켜 줄 것이다.
가상 공간에는 시공간의 제약이 없고, 인터넷 기술의 발전은 데이터 전송과 관리 기술의 발전과 함께 우리 욕망을 채워 줄 모든 것을 가상 현실에 옮겨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인간의 경험은 현실 세계를 넘어서 무한대로 확장될 것이다. 이 가상의 세계에서 우리는 어디로나 갈 수 있고 누구나 만날 수 있으며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렇게 전지전능한 신이 되기 위한 가격으로 우린 스스로를 점점 데이터화 시켜간다. 인간은 단순히 더 많은 시간을 인터넷에서 보낼 뿐 아니라 이 가상 세계를 현실 세계보다 더 즐겨가고 있다. 메타버스 세상이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인간은 존재의 기반마져 서서히 가상세계로 옮겨갈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가상 공간의 자아가 현실 세계의 자아보다 더 중요해지는 시점이 올 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 만약 우리의 실제가 모두 데이터로 옮겨져 현실과 똑같은, 아니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경험을 자유롭게 영원히 무한대로 할 수 있다면, 우리는 과연 현실 세계에서 살아갈 의미가 있을까? 데이터로서의 내가 현실 세계의 나보다 더 행복하고, 건강하고, 또 감각적이라면 나는 무엇을 선택할까? 완벽하고 무한해보이는 가상현실 속에 살아있다는 감각마져 옮길 수 있다면, 당신의 인생을 '업로드' 하시겠습니까?
모든 것은 인터넷에서 시작되었지만, 언젠간 인터넷이 곧 모든 것이 되는 시대가 올 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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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인터넷에서 시작되었다' (by 김경화) 를 읽고 든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