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튼 존 고별 투어
https://youtu.be/wy709iNG6i8
혼자 콘서트에 갔다. 콘서트 시작 10분 전 티켓을 구매했다. 그 와중에 서두르다가 작은 사기도 당했다. 그래도 상당히 즐거웠다. 이 중 어느 것이 과연 '일탈'에 속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즉흥적으로 엘튼 존 콘서트에 다녀왔다. 그의 마지막 콘서트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올해로 75세인 엘튼 존은, 앞으로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더이상 콘서트 투어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플로리다에서 열린 그의 콘서트를 간 적이 있다. 교환 학생 시절, 가난했던 친구들과 나는 값싼 티켓을 구해서 아주 먼 발치에서 엘튼 존의 콘서트를 감상했다. 당시엔 그의 팬이 아니었음에도 많은 노래가 친숙했고, 무엇보다 노래가 너무 좋았다.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candle in the wind, your song 이 울려퍼지던 순간, 노래를 타고 둥실둥실 떠다니듯한 행복감을 느꼈다. 그 후로 엘튼 존의 노래를 꽤나 자주 찾아듣곤 했다. 그의 노래는 언제 어디서 들어도 촉촉하다.
10년 전 65세의 엘튼 존은, 피아노 위에 올라가 건반을 쾅쾅 밟으며 손오공 근두은 타듯 동서남북 종횡무진으로 공연했는데, 75세의 엘튼 존은 땅과 조금은 더 가까워져 있었다. 이제는 계단도 힘겹게 오르락 내리락 하는 그였다. 그는 절정의 순간 피아노 덮개를 내리치는 것으로 흥분감을 대신했다.
하지만 피아노를 밟든, 부수든, 찌든, 삼키든, 내리치든 간에, 그의 음악은 여전히 훌륭하다. 밴드의 폭발적인 고음을 뚫고 신나고 경쾌하게 뻗어나가는 그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적토마를 타고 질주하는 것처럼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러다 발라드를 부르기 시작하면 기습적으로 어퍼컷을 맞은듯 가슴이 얼얼해진다. 그리고 여전히 그는, 반짝이가 아주아주 잘 어울린다.
자기가 사랑하는 일과 음악을 마지막으로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기분은 무엇일까. 이 모든 것에 적절한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더 할 수 없는 행운이지만 또 끝없는 아쉬움을 감당해야하는 일이기도 하다. 음악에 대한 열정, 팬에 대한 감사함, 흩어져 있는 친구들을 재회하는 반가움, 이젠 정말 마지막임을 알려야하는 슬픔, 수많았던 여정 속 추억이 담긴 공간들이 불러오는 그리움과 후회, 그리고 노년의 피곤함마져 모두 담겨있을 그의 여정. 그는 마지막 공연을 통해 이 모든 감정을 모두에게 조금씩 나눠주었다.
1970년 처음 미국 땅에 발을 디닌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여정을 회고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 그는 말했다.
"Good b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