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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현 Apr 19. 2022

일탈 여섯.

노래 부르기 + 즉흥극 체험

일탈 6.

노래 부르기

+ 즉흥극




요번 일탈은 서로 다른 날의 체험을 묶었다.


- 노래 부르기

소리 지르기, 노래 부르기 요건 언젠가부터 남을 쿡쿡 찔러 시키면서 나도 조금씩 해보고 있었던 것이기도 한데 이번에는 한 모임에서 노래를 한 소절 불러보았더랬다. 그냥 논다 생각하고 막 부를 때는 잘 불러지던 것이 웬걸 음정, 박자고 뭐고 긴장이 확 돼서 소리를 낼 수가 없는 지경이 되었다. '얼씨구 너 왜 이러니.' 내가 나한테 물어보지만 뭔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해소되지 않았다. 모임의 사람들은 몇 달 동안 보고 지낸 사람들이라 특별히 긴장될 일도 없는데 성대의 근육은 어딘가 모르게 크게 나가려는 소리를 막고 있는 것 같았다. 얘네는 아주 자동 반사적이라 내가 뭐 조절하고 노력하고 해도 결코 말을 안 들어주겠음 하는 결의가 대단했다. 그간 소리 연구를 나름 해보며 나의 소리가 튜닝되는 지점의 희열이 있었는데 막상 뭔가 제대로 노래를 불러보잣 하니 엉망진창이 되는 것이다. 뭐가 문제였을까.


- 즉흥극

게임처럼 이거 저거 하며 놀 때는 즐겁다가 막상 어떤 주제로 무언가를 표현해보자 할 때는 자유롭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다국적 참가자가 있는 고로 영어로 해서인가 싶기도 했는데 막상 한국말로 표현한다고 해도 나오는 건 별반 차이가 없을 듯했다. 더 재밌게 창의적으로 하고 싶은데 막상 그 순간에는 뻔한 것들만 생각났다. 자유롭자고 하는 즉흥 이건만 무언가에 더 갇혀서 답답함이 올라오는 순간들이 있었다. 움직임으로 표현할 때는 자유롭고 신났는데 왜 그런 걸까.



무얼 느꼈나.


1. 나는 정말 즉흥을 한 것인가.


이 질문이 가장 먼저 올라왔다. 나도 모르게 판을 짜고 있구나. 내 감정과 생각이 자유롭게 흐르는 것을 내가 통제하고 있구나.



2. 어떤 모양을 만들어야 한다는 외부 or 내부 압박이 있을 경우 나는 제대로 즐길 수 없구나.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자라온 성장 환경에서의 통제나 피드백에 영향일 듯싶은데 뭔가 잘 만들어서 빨리 내놓아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과 기대는 그 순간을 내 식으로 오롯이 즐길 수 없게 만든다. 보는 사람의 기대에 맞춰해야 잘 돌아가는 것이다. 는 머리의 생각과 나를 만족시키고 싶어. 하는 내면의 욕망이 상충되어 오히려 더 복잡한 심경에 빠지게 한다. 나를 만족시키고 싶은 생각 자체가 차라리 약하다면 뭔가 모양적으로는 그럴듯할지도 모르겠다. 실제 즉흥극 듀오에서도 남들이 멋지다고 박수쳐 준 때보다 맨 처음 별생각 없이 했던 그 즉흥 움직임에서 더 자유로웠고 내가 가진 에너지를 느꼈으니까.



3. 공통적으로 목소리에서 올라오는 기억과 생각이 있었다.


엄마의 목소리, 가장 좋고 가장 싫은.

엄마는 나를 낳기 전까지 아나운서를 하셨고 일을 그만 두신 이후에도 목소리를 이용하여 외부 활동들을 하셨다. 내가 초등학교 때는 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글을 녹음해 주시기도 하셨는데 나는 그때 그 목소리가 자랑스럽다고 머리론 생각했는데 왠지 모르게 불안하고 싫기도 했다. 타인들은 엄마의 목소리가 훌륭하다고 했고 엄마는 내게 일을 빨리 그만둔 것에 아쉽다는 마음을 늘 표현했으나 나는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그 일을 그렇게 좋아한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당연히 완벽할 수도 없지만 나는 목소리의 결에 대해, 그것의 상태에 대한 일종의 높은 수준의 평가 기준이 내면에 있었다. 엄마가 스스로 그랬던 것처럼.

긴장 속에서 엄마가 완벽하게 내고 싶었던 그 소리는 사실 그럴 필요 없이 너무 자연스럽게 이미 존재하는 것이었다. 가다듬지 않고 의식하지 않는 엄마의 목소리는 아이처럼 귀엽고 맑고 재밌었다.

머리에 종양이 생긴 이후 그 영향이기도 하지만 병원 가기 전 엄마가 내게 반복적으로 계속 묻고 또 물었던 질문이 있다. "엄마, 괜찮아?" 내가 괜찮다고 수 천 번을 이야기해 드려도 엄마는 내게 미안해하면서도 또 물었다. 타인이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자신이 괜찮지 않으면 안 괜찮은 것이니까.

나는 내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내 귀에 들릴 때 가장 살아있다고 느낀다. 기쁘다.  



4. 진심으로 잘 놀자.


어제 동네 동생이 직접 만든 비스코티를 들고 이사한 집을 방문했다. 이사한 이후  손님이기도 했는데 술도   먹는  아이가 고른 와인병의 여자 얼굴도 비스코티도  댕글동글 오목조목 본인의 캐릭터를  담은 모습이었다. 그녀의 본업이 무언지 기억이  날만큼 원체 다방면에 손재주가 뛰어나나 언젠가부터 느닷없이 빵을 굽기 시작하더니 요식업에 당장 뛰어들어야 하는  아닌가 싶을 정도의 열정과 맛을 낸다. 미각이 나날이 진화를 하는지 요즘은 각종 커피를 섬세하게 탐하고 계시다.  정말 맛에 진심이구나.  말이 가슴에서 우러나왔는데  말을 해줬는지는 기억이  난다. 매일이 축제 같길.이라고 엄마가 내게 마지막으로 써주신  말을 그녀의 입을 통해 그날  들었다. 기억력도 좋지.  새벽에 얇은 반바지 차림으로, 본인처럼 생긴 운동화(너무 귀여워서 찍어놓고 싶을 정도였음) 신고 한낮처럼 통통거리며 가는 모습이 왠지 늙어도 저럴  같아서 웃음이 났다. 가끔 불안해도 진심으로  놀자.   




바르셀로나, 와인먹고 알딸딸하게 봤던 폭죽의 향연. 축제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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