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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ter Lieberman Nov 15. 2021

누군가의 뒤척임이 위로가 되는 이유

오래 전 어느 날, 룸메이트 친구가 말했다. 옆 방에서 누군가의 뒤척이는 소리가 위로가 되는 밤이 있다고.
나는 그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난 혼자서 자도 괜찮은데. 외로움을 많이타는 친구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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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혼자인 적이 없었다. 어렸을 때는 가족과 선생님이, 커서는 친구가, 애인이, 혹은 동료들이 함께했다. 모든 시간을 함께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마음을 어느 정도 나눌 사람들이 언제나 곁에 있어 외롭지 않았다. 최소한, 외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혼자였다. 인생의 장면 장면이 지나갈 때마다, 함께하던 사람들의 얼굴은 어느새 바뀌어갔다. 누군가와 함께하고 있을 때에도 나는  되새기고 있었다.  인생은 결국 내가 오롯이 감당해야하는 것이라고. 인연이란 왔다가 지나가는 바람같은 것이라고. 독립심일지 방어기제일    없으나, 때론 강박적으로  자신에게 상기시켜주었다.

혼자이면서도 혼자일  없는 존재로  태어나버렸고,  여태 살아있다. 가끔은  사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지만 그럴 때마다 질문하는  자신이 조금은 애처롭게 느껴진다. 떨어질  알면서도 바위를 들어 올리기를 반복하는 시시포스처럼, 답이 없는 질문에 쓸데없는 수고를 하고 있는  같아서. 그냥 살아있으니 사는 거지. 동어 반복으로 애써 말을 돌려본다.

그리고 위로해본다. 살아있는 순간이  불행하지만은 않았고, 꽤나 자주 행복했다고. 그렇기에 살아있다는  그리 나쁜 일은 아니라고. 무엇보다, 불행도 행복도 대부분 관계 때문에 온다던데, 그래도  인생에는 다행히 좋은 인연이 많이 불어왔다. 어둠의 끝을 알리려 헐레벌떡 서둘러 찾아온 동틀녘 샛바람처럼, 푸른 숲속 활기찬 새들의 합주에 장단맞춰 불어온 한낮의 산들바람처럼.

오늘도, 혼자로서의 의미를, 그리고 관계 속에서 의미를 더듬어가며, 넘어질듯 말듯, 뒤뚱뒤뚱 걸어간다. 어떤 날은  걸음이 가볍고,  다른 날은 무겁다. 걸음이 가벼울 , 누구가의 짐을 조금 들어주는 여유도 부려본다. 걸음이 무거운 날에는 생각도 무거워져  못드는 날이 있기도 하다. 그럴 때는 그대의 뒤척임을 숨죽여 들으며,  긴긴밤을 위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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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긴밤 (by 루리) 읽고 쓴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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