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로 유학을 간다고 했을 때 제일 많이 들은 말은 바로 "왜?"였다. 글쎄, 왜일까. 왜 나는 K-pop을 공부하고 싶다면서 엉뚱하게 독일로 와 버린 걸까. 질문을 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대답해왔는데, 이제는 정리해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한국에서는 세계 속의 K-pop을 알 수 없었다. 한국에서 문화콘텐츠학을 공부했고 매일 한국 매체를 보다 보니 정말 K-pop 이 전 세계를 뒤흔드는 것 같다는 감상에 쉽게 젖는 것 같았다. 물론 예전에 비하면 인지도가 많이 상승했고, 특히 미국에서는 더 주목을 받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수차례의 외국 생활을 통해 내가 직접 경험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어서 다른 나라에서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연구하고 싶었다.
둘째, "외국"의 교육을 경험하고 싶었다. ('우리'와 '그들'로 나누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편의상 분리해야겠다.) 살면서 "외국 애들은 토론식으로 수업한다더라", 또는 "외국 애들은 수업 시간에 질문을 그렇게 많이 한대"라는 말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다. 외국에서 공부한 경험이라곤 싱가포르에서 교환학생 한 것이 전부인데, 석사 과정에서는 그 토론 수업 제대로 한번 경험해보고 싶었다.
셋째, 가족에게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았다. 아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독일은 대학교 학비가 거의 무료에 가깝다. 내가 다니고 있는 하이델베르크 대학교가 있는 바덴 뷔르템베르크 주는 non-EU 학생들에게는 학비를 받고 있지만, 그래도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일 년 동안 전공과 관련도 없는 직장으로 출퇴근하며 모은 돈으로 갈 수 있어야 했고 학부 때부터 꿈꿔왔던 이곳으로 유학을 왔다.
원래는 인생을 A-Z까지 계획해야 하는 성격이다. 유학 역시 내 완벽한 인생 계획의 일부였고, phD까지 마칠 생각으로 먼 길을 떠났다. 하지만, 무엇 하나 맘대로 되지 않는 독일 생활은 내 성격을 송두리째 바꿔버렸고 나는 이제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 매일에 충실하며 살아가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지만, 교수님이 우리는 모두 이미 "젊은 연구자"라고 했다. 교수님의 한마디를 등에 업고 독일에서 외국인으로서, 또 문화 연구자로서 갖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글로 기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