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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이란 Dec 04. 2020

문화 공부를 시작한 이유

문화는 모든 것을 의미하는 단어일 수도 있다.

한국처럼 산이 가파르지 않아서 일까, 등산하는 사람의 모습이 조금 다르다.


"문화는 정의 내리기 가장 어려운 영어 단어 중 하나다."


영국의 학자 레이몬드 윌리엄스는 1976년 그의 저서 [Keywords]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그래서 그가 문화를 딱 떨어지게 정의했느냐고 물어본다면, 답은 "No"다. 대신 그는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는 방법을 택했다.


1. 지적, 영적, 심미적 발달의 과정

2. 특정한 삶의 양식

3. 지적이고 예술적인 활동


첫 번째 정의에 따르면 문화는 인간이 지금까지 이룩한 거의 모든 것을 의미한다. '한국 문화'는 두 번째 정의에 가깝고, 내가 학부 때 공부했던 '문화콘텐츠'는 세 번째 정의와 근접하다. 문화 공부를 하거나, 문화 관련 서적을 읽을 때 윌리엄스의 문화 정의가 꼭 언급되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도 그가 정의한 문화가 가장 받아들일만한 모양이다.


내가 처음 문화콘텐츠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건 세 번째 정의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예술'이 달콤했고, 그중에서도 영화가 정말 좋았다. 화려한 영화 산업의 매력에 빠져 쇼 OO 입사가 꿈이었던 학부 3학년의 나는 잘 팔리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방법을 배웠다. 잘 팔린다는 것은 비용 대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한다는 말과 같다. 모든 사람들이 한결같은 취향을 겉으로 드러내면 쉽겠지만, 공부를 할수록 잠재 소비자들의 입맛을 파악하는 것은 수많은 문화코드와 담론이 얽힌 복잡다단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한 강의에서 '애국' 코드를 사용한 한국 영화들이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중박은 치는 것 같더라는 소논문을 썼다. 처음엔 해당 코드를 영화에서 어떤 이미지로 표현했는지를 분석했다. 그리고 특정 연령대가 국가라는 내러티브에 조금 더 반응하는 것을 찾아내 한국의 근현대사로 손을 뻗었다. 다행히(?) 꽤 설득적인 결과가 나와 가벼운 마음으로 서론을 쓰려는데, 도대체 '애국'의 정의는 무엇인지가 발목을 잡았다. 사람들은 왜 애국심을 가질까, 국가도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것인데 우리는 왜 그 개념 안에 머무를까. 꼬리를 무는 질문 끝에 나는 윌리엄스의 세 가지 문화 정의를 모두 맛보았고 그의 현명함에 감탄하며 문화라는 개념을 통해 세상을 더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의 문화 공부는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고 깊이 이해하는 데에 목표를 둔다. 누군가 이 글을 읽다가 문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생겼다면,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왜 그 단어를 사용했는지 한번 더 생각해보기를 추천한다. 수년 전 내가 경험했던 것처럼 일상적인 단어 속에 숨겨진 더 큰 무언가를 발견하고 세상에 대해 더 알게 된 듯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문화 공부를 시작한 이유'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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