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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키 Aug 05. 2022

불협화음

싸울 수도 있지. 싸웠으면 잘 풀어야 하고. 


해외 출장 중인 Jane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까지 할 정도의 다급한 일은 없을 텐데 출장지에서 전화가 걸려오니 제법 신경이 쓰였다.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네, 잘 도착해서 일 보고 계시죠? 무슨 일 생겼어요?"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출장 관련된 것은 아니고 Mary 때문에 상의드릴 게 있어서요."


※ 여기서 잠깐. Mary는 한국에 있었다. Jane과 Mary는 함께 프로젝트를 하는 비슷한 연차, 비슷한 나이의 동료였고 Mary는 최근 회사에 합류했다. 


"네? Mary요? 무슨 일인데요?"

"Mary랑 같이 일을 하기 너무 힘이 듭니다. 여러 번 참았고, 또 잘 협력하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힘드네요. 업무를 완전히 분리해야 할 것 같아요. 같이 일 못하겠어요."

"네? 그거라면 돌아와서 상의해도 되지 않을까요? 지금 굉장히 중요한 일 때문에 대표님 모시고 출장 가 계시고, 챙겨야 할 것 많으실 텐데 이걸 전화로 말씀하시면 제가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요? 저도 Mary랑 얘기를 해봐야 할 테고요."

"그게 아니라 사소한 것에서 계속 마찰이 생기고, 저는 진짜 노력했는데 쉽지 않네요."

"Jane이 노력하고 열심히 하는 것은 제가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이렇게 전화로 쏟아낸다고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는 없어요. 출장 잘 마무리하고 돌아오면 그때 다 같이 함께 얘기 나눠보죠. 제 입장에서는 시간과 공을 많이 들인 프로젝트가 잘 시작되고, 마무리까지 잘 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도.."

"한국에 와서 말씀 나누시죠. Jane도 그 프로젝트 준비 열심히 했잖아요. 우선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시고, 출장 마치고 돌아오시면 얘기 나눠봐요."

"네. 알겠습니다."


대화는 이렇게 끝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Mary 역시 면담을 요청했다. Jane이 내게 전한 얘기와 다른 것들이 제법 있었다. 성향이 다른 두 사람이지만, 잘 협업을 하면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하며 시너지를 분명 낼 수 있을 테지만 결국 일이 벌어진 것이다. 불협화음이 발생했고 둘은 싸운 것이다. 문제는 Jane과 Mary가 각각 다른 팀원들을 붙잡고 그들의 얘기를, 그들의 불만과 불평을 얘기하고 시작했고, 그 때문에 불필요한 시간을 소비하게 되고 모두가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빠른 개입이 필요했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출장에서 돌아온 Jane이 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때 마무리하지 못한 것들을 정리하고 싶은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다. 하지만 나 역시 단호했다. 팀을 매니지 해야 할 책임과 역할이 있는 나는 한 사람의 얘기만 듣고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Jane과 Mary 두 사람의 얘기를 함께 듣겠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보겠다고 내 의견을 전달했다. Jane의 얼굴에는 서운한 기색이 가득 번졌다. 자기 말부터 들어달라는 주장을 했지만, 난 선입견을 갖지 않기 위해 둘의 얘기를 함께 듣고,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했다. Mary를 방으로 불렀다. 얼음장 같은 기운이 느껴졌다. 도대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삼자대면 같은 대화를 시작하기에 앞서 내 얘기를 먼저 꺼냈다. 바쁘다는 핑계로 둘의 업무를 세심하게 챙기지 못해서 미안하며, 이를 계기로 더 세심히 챙기고 의견을 듣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둘에게 당부했다. 지금 대화를 나누는 이 자리는 잘잘못을 따지는 자리가 아니고, 언성이 높아져서도 안되며, 둘 사이의 갈등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는 다른 팀원들이 내 방에서 진행되는 이 대화를 유심히 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대화를 나누어야 할지 생각하고 대화에 임하자고 부탁과 당부를 했다. 


이게 서운했고, 저게 서운했으며, 나는 네가 왜 그렇게 행동하고 반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류의 얘기가 계속되었다. 중간중간 아슬아슬한 상황은 있었지만 일종의 모더레이터 역할을 하기로 한 나는 중간중간 대화를 중단시키기도 하고, 분위기 전환을 하며 둘의 마음속에 쌓인 것이 무엇인지 열심히 파악했다. 약 한 시간 반이 지날 무렵 더 이상의 대화가 무의미함을 인지하고, 그 시간을 마무리했다. 결국 그 둘은 서로에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고, 서로를 지나치게 배려하고 조심했기에 오해가 쌓인 것이었다. '우리는 일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고, 맡은 프로젝트를 함께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한다. 지나친 배려와 상대의 반응에 신경을 쓰게 되면 지금과 같은 오해가 생긴다. 때로는 갈등이 발생할지라도 일에 있어서는 명확하고 정확하고 분명하게 요구하고 소통하자'라고 부탁했다. 




감사하게도 대화는 잘 마무리되었고, 밖에서 사태를 지켜보고 있던 팀원들도 가스활명수 살 걱정을 내려놓고 편하게 점심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회사를 운영하고, 팀을 관리하는 것은 결국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다양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일을 하다 보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자주 부딪히게 된다. 나는 타툼과 불협화음, 의견 충돌은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인가를 주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고, 서로의 고민이 충돌해 합의점이 만들어지면 그것은 좋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충돌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서운함과 미움의 감정을 빨리 지워버리고 다시 동반자적 협력 관계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Jane과 Mary, Mary와 Jane은 잘 지내고 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나는 그 둘에게 말했다. '나와 거의 3년 함께 일한 Jane은 지금의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게 기여한 소중한 팀원이고,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다. Jane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좋은 동료를 찾고자 부단히 노력했었다. 많은 면접을 본 끝에 Mary를 발견했고 우리 팀에 들어왔다. 잘해주고 있고, 더 큰 힘이 되어줄 것이라 확신한다. Jane과 Mary 모두 나와 팀에 있어 소중한 동료이고, 두 분의 협력이 정말 중요하다.'라고. 


나 역시 많은 것을 깨달은 경험이었다. 내가 더 잘하고 더 많이 신경을 써야겠다는 반성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협화음과 갈등은 여전히 필요하고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다음에는 누가 싸울까? 내가 싸우는 거 아녀? 나랑 싸울 사람? 




커버 사진 : Photo by Jakayla Tone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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