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에 대하여
7년 만에 면접을 봤더니..! 면접 그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면접을 봤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7살, 4살 남자아이 둘의 엄마가 되었고, 목소리는 많이 커졌고 외적으로는 조금 늙었다. 아이들과 함께 놀다 보면 마음은 그전보다 더 어려진 것 같은데 몸은 점점 늙어가는 아이러니함이란.
아무튼 이제 아이들이 제법 커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으니 이제 나도 다시 일이 하고 싶었다. 마침 원하던 곳에 자리가 났고, 아주 오랜만에 이력서를 정성껏 써서 발송했다.
연락이 올까? 오지 않을까? 연락이 오면 좋겠는데..
오예!! 연락이 왔고 면접을 봤다. 오랜만에 보는 면접이라 조금 떨리기도 했는데 다행히 면접 분위기도 좋았고, 같이 잘해보자고 하며 다음 주에 계약을 하자고 했다.
출근 시간이 빨라서 아침에 얼마나 분주할지 걱정은 되었지만, 그래도 오후에는 아이들을 내가 직접 데려오고 또 놀이터에 갈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좋다는 생각을 하며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던 다음 주가 되었고, 옷은 무엇을 입고 갈지 예쁜 블라우스도 몇 벌 구입을 했다.
하지만 기다리던 연락은 오지 않았고 그동안 휴대폰을 수십 번도 더 들여다보았다. 혹시나 싶어서 내가 지원했던 채용 공고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내가 면접을 본 그곳에서 채용공고가 새롭게 올라와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띵.. 오잉.. 뭐지, 나 떨어진 건가.. 연락을 해 주었다면 그토록 기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계약을 하자고 했던 것은 무엇이며.. 일을 잘할 것 같다고 같이 일을 잘해보자고, 잘 부탁한다고 했던 말들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너무 오랜만에 면접을 봐서 떨어뜨릴 사람에게도 친절하게 대한다는 것을, 사회가 그렇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탓이었을까. 너무 허무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일주일이 더 지났다. 8시도 채 되지 않은 이른 아침, 문자 한 통이 왔다. "선생님, ㅇㅇㅇ입니다. 시간 될 때 전화 주세요."라는 문자. 내가 면접을 본 곳은 학원이었고, 출산하기 전까지 오랫동안 학원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학원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다. 그럴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약속된 시간이 한참 지나서 그것도 이른 아침에 전화가 온 것도 아니고 문자 한 통으로 전화를 달라고 하면 전화를 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물론 그 일이 간절하면 할 수 있다. 사실 나도 다시 전화를 걸까 말까 많은 고민을 했다.
너무나 그 일이 하고 싶었지만,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나와는 그 결이 맞지 않음을 깨닫고 나는 전화 거는 것을 포기했다. 혹시 전화가 올까? 싶어서 살짝 기다려봤지만 역시 전화는 없었고 나는 전화를 걸지 않은 나 자신을 칭찬했다.
만약 내가 원장이었다면, 내가 마음에 들어서 뽑겠다고 한 그 사람이 그 무엇이 걸렸다면 같이 일해보자는 말은, 계약을 하자는 말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아니 그랬다고 쳐도 무언가 걸리는 것이 있다면 다시 연락을 해서 미안하다, 이 일에 안 맞는 것 같다는 말 한마디는 해 주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게 다시 연락이 왔던 그 느낌은 마치.. 너무 급한 상황인데 그렇다고 아무나 사람을 구할 수는 없고, 그나마 괜찮았던 사람들 중에서 한 사람을 고른 느낌이랄까? 그 뒤로도 면접을 몇 번 더 봤지만 그중에서 그래도 내가 가장 나았던 것 같아서 다시 연락을 한 느낌이랄까? 물론 이것은 내가 원장이 아니기 때문에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고, 그 사람이 원래 그렇게 면접을 보는 스타일일지도 모르겠다.
학원은 회사에 비해서 들어가고 나가는 것이 비교적 자유롭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데 내 생각에는 학원일수록 더욱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그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적어도 그 시작과 끝이 쉬워서는 안 된다.
돌이켜보면, 내가 하고 싶었던 그 일에 나와 내 아이들을 끼워 맞추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일의 상황을 내게 맞추는 쪽으로 마음의 방향이 바뀌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을 것이고, 완벽하지는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육아와 일의 균형을 맞추면서 살 것이다. 내 인생에서 만큼은 나 자신이 최고이니까.
사소한 문자 한 통이 고마운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