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시작은 설레임입니다.
설레었지요, 우리도요.
내게 손을 내미는 당신에게
설레는 마음으로
한 발자국 다가갔어요.
당신도 내게
한 발자국 다가왔고요.
사랑에도 발걸음이
맞아야 하는 것일까요?
우리의 걸음걸이는
왠지 처음부터 조금 달랐어요.
걸음걸이를 맞출 수 있다고,
맞춰보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시작부터 조금
어긋나 있었어요.
물론 처음부터 서로의
발걸음이 잘 맞았다가
시간이 갈수록 어긋나기도 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요.
그럼에도 당신과의 만남은
언제나 즐거웠어요.
발걸음 따위는
신경도 쓰이지 않을 만큼
당신이 좋았어요.
당신은 어땠을까요?
당신도 내가 설레었나요?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나는 설레었어요.
자꾸만 웃음이 나고
괜히 거울 앞에 서서
옷을 여러 번 매만졌죠.
나는 왜 그토록
당신이 좋았을까요?
당신은 이토록 설레는
나를 알아보았을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설레임은
차츰 희미해져 갔지만
당신에 대한 믿음은 짙어졌어요.
간혹 이해되지 않는 행동에도
나는 당신에 대한 믿음으로
따져 묻지 않았고,
당신 역시 굳이 나를
이해시키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것이 잘못이었을까요.
당신과의 관계는
외줄 타기를 하는 것처럼
조마조마했어요.
당신을 믿었지만
늘 불안했어요.
결국,
나는 당신을 믿지
못했던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당신을 믿는
나 자신을 믿지
못했던 것이었을까요.
우리의 발걸음은
점점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어요.
나는 당신의 발걸음을
따라가 보려고
종종걸음으로 걸었지만,
당신은 뒤따라 오는
나의 발걸음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어요.
점점 더 빨리 걸어갔어요.
당신을 따라가다 힘이 들어
잠시 멈출 때면 당신은
날 재촉했어요.
왜 자기의 뒤를
따라오지 않냐고요.
당신 앞에 있는 나는
한없이 작아졌어요.
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인 것 같아서,
당신에게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잘 되지 않아 속상했어요.
우리의 발걸음은
시작이 그랬던 것처럼
어긋나고 말았어요.
진작에 어긋났어야 했는데
너무 오래 끌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아닌 것은 어떻게 해도
아닌가 봐요.
내가 당신을, 당신이 나를
억지로 붙들고 있지 않았더라면,
아니,
애초에 시작조차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라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만남의 설레임은
지나가는 구름이었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