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에게 실망하는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오래도록 알고 지낸 사이일수록
실망에 대한 무게가 커지기도 합니다.
만남의 시간이 흐르면서
당신에게 실망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나 하고요.
사소한 일이었지만 당신의 배려 없는
그 말과 행동들은 내게 상처로 남았어요.
나는 당신이 좋아서 굳이 싫은 마음을
내색하지 않았어요.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이 불편하기도 했고요. 당신의 마음을 이해해보려고 했어요.
난, 참 답답한 사람이지요? 내가 봐도 그래요.
당신은 나를 더욱 몰아세우더군요.
선을 넘는 잔소리와 마음대로인 연락들..
나는 당신에게 소심한 복수를 했어요.
<내 마음대로 연락하기>
당신은 내게 불같이 화를 냈지요.
나는 당신이 이기적이라고 했지만
당신 역시 내게 이기적이라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우리는 서로 이기적인 사람들인데,
왜 당신은 되고
나는 그러면 안 되는 거지요?
실망은 포기로 이어지기도 하고
분노의 감정으로 휩싸이기도 합니다.
나는 그때, 당신에게 분노했어요.
하지만 당신은 나의 분노에 침묵했어요.
나의 분노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
당신을 보면서 나는 분노하다
결국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을 포기했어요.
그만두자고 나를 설득했어요.
나 홀로 겪었던 폭풍의 시간이 끝나자
당신은 내게 다시 다가왔습니다.
나는 또다시 흔들렸어요. 유치하지만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는 말처럼 말이에요.
좋을 때에는 누구나 좋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나쁠 때에도 좋아야
그것이 정말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땠나요?
나쁜 상황에서 당신과 나는 더욱 나빠졌어요.
나와 당신, 우리 둘 중 누구 하나도
관계의 개선을 위해 애를 쓰기는커녕
서로를 원망하고, 비난하고,
욕하기 바빴어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당신은 나의 연락을 피했어요.
당신이 원할 때만 내게 연락했어요.
조금이라도 당신을 향한
비난의 소리가 시작되면
당신은 나를 멈추기 바빴지요.
당신은 나의 '왜?'라고 묻는 질문을 참 곤란해했어요.
이유를 말하기 싫었을까요.
당신은 나의 '왜?'라는 질문이 듣기 힘들었는지
그 말만 안 하면 참 좋겠다고 했지요.
나는 당신에게 궁금한 게 참 많았었는데..
그러고 보니 당신은 내게
'왜?'라는 질문을 한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네요.
당신은 내가 궁금하지 않았나봐요.
당신이 이미 지나온 나의 시절들,
당신은 이미 알고 있는 나의 시절을
궁금해할 필요가 없었겠지요.
나는 당신을 참 몰랐고 서툴렀어요.
어쩌면 나는 당신을 의지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아니, 당신을 의지했어요.
당신은 그런 나의 의존 욕구를
기가 막히게 알아채고는
당신의 곁을 내어주지 않았죠.
함께 했지만 함께 하지 않았다는 말로
우리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을까요..?
당신은 왜 나를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했을까요?
그 정도까지의 사랑함과 좋아함은 아닌데
내가 당신의 선을 넘어버린 것일까요.
나의 사랑과 당신의 사랑의 격차가 너무 커서
우리는 서로에게 가 닿지 못했던 것일까요.
내가 당신에게 실망했듯이,
당신도 내게 점점 실망했어요.
누구와의 비교와 잔소리는
사람을 성장시킬 수 없는데,
당신은 내게 수없이 많은 비교와 잔소리로
나를 채찍질했어요.
물론 내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랬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점점 더
당신에게 반항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잘되고 싶은 마음과 함께 커져 갔어요.
나는 당신이 내가 원하는 만큼
나를 사랑해주지 않아서,
그리고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만큼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내게
점점 실망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길이 너무 나도
다름을 깨닫고, 서로 원하는 것을
채워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그 순간 헤어졌습니다.
내가 당신이 원하는 모습이 되었다면
당신은 내가 원하는 사랑을 주었을까요?
나는 당신과 헤어지는 그 날조차 당신에게 실망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