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꽃작가 Sep 28. 2021

온 마음을 다해 당신과 헤어집니다

우리의 헤어짐, 그 이후

당신은 내게 말했지요.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요.

화가 났어요. 왜 도대체 다시는 당신과 만날 수 없는 건지, 당신은 내게 왜 그렇게 모진 말을 하는 건지 말이에요.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은 거품처럼, 연기처럼 사라졌어요.


당신은 내가 이기적이라고 했어요.

근데 그거 알아요? 당신도 마찬가지라는 거.

당신 역시, 이기적이라는 것을요.


나는 당신과 헤어지기 싫었어요.

헤어짐의 이유란 아무 말이나 갖다대면 되는 거였더군요.

그토록 가벼운 헤어짐이었지만

만남은 결코 가볍지 않았지요.


정말 사랑했다면, 사랑이 맞다면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볼 수 있지 않았나요?

나를 생각했다면 헤어짐의 유예 기간을 조금이라도 내게 남겨둘 수 있지 않았나요?

그래요, 지금 나는 당신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그 원망을 나 자신에게까지 퍼붓지는 않길 간절히 바라면서요.


하지만 당신은 홀가분해 보였습니다. 마치 우리가 언제 만나기는 했었냐는 듯, 나를 바라보는 그 두 눈에는 활기가 가득했지요. 무엇이 당신을 기운차게 했는지는 궁금하지 않습니다. 아니, 솔직히 궁금하긴 했지만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마음만 아프니까요.


나는 당신과 헤어지기로 했습니다. 마음에도 없는 독한 말을 내뱉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 온몸에 힘이 쭉 빠졌습니다. 세상이 빙글빙글, 흐릿해 보였습니다. 마음 한가운데가 텅 비어버린 채 나는 끝없는 암흑 속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알지 못한 채로요.


하늘을 보며 걸어도, 땅을 보며 걸어도, 밥을 먹을 때에도 당신이 생각났습니다. 하얀 구름에 당신 모습을 그렸다가 이내 흘려보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코로 들어가는 차가운 겨울바람조차 시원하게 느껴졌습니다.


헤어진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다시는 당신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는 것일까요. 당신을 그리워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요, 당신을 궁금해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요. 나는 알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만남이 나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요. 나의 사랑이 당신에게 닿지 못했던 것인지, 당신에게는 내가 그저 지나가는 사람이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헤어짐은 알고 싶었던 많은 궁금함에 대해 입을 다물게 했습니다.

헤어짐이란 마치 무거운 침묵, 수면 속으로 가라앉는 무거운 바위 같았습니다. 나는 그 침묵을 참을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 침묵 속에서 달아날 수도 없었습니다. 침묵 속에 붙잡혀 나는 점점 침몰해갔습니다.


침몰해가는 나의 어깨 끝을 잡아준 것은 아침의 햇살이었습니다. 더 이상 나의 일상은 예전이 그것이 아니었지만 나는 나의 일상을 살아갑니다. 당신에 대해 꽁꽁 얼어있는 나의 마음이 햇살 속에 녹아내리길 바라면서요.


당신과 헤어질 수 없어서 온 마음을 다해 당신과 헤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부의 생산성] 쓰는 일의 기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