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가 편했다. 나를 확실히 편하게 느꼈다.
내가 너보다 한참 어려서 그랬을까.
아니면 너와 내가 2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봐와서 그랬을까.
비록 자주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나의 수능 시험이 끝나고, 우리는 만났다.
서로 그리워했던 사람들처럼.
서로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알아차릴 새가 없었다.
너와의 첫 만남에 나는 긴장을 했는데,
너는 어색한 분위기가 익숙한 듯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이제와 돌이켜보니,
너는 결코 나의 긴장감을 풀어주려고 애를 쓰지는 않았다.
그저 너는 네가 하던 대로 했을 뿐이고,
나는 너의 리드에 따랐을 뿐이었다.
어색한 듯, 익숙한 듯
나와 너의 첫 만남은 그렇게 흘러갔고 우리는 조금씩 자주 만났다.
나의 바빴던 대학 생활과 너의 바빴던 일은
우리의 만남에 별로 상관이 없어 보였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너의 바쁜 일들이
우리의 만남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당신과 그 누군가의 첫 만남에 그가, 또는 그녀가
당신을 너무 익숙하게 그리고 편하게 대한다면
의심을 좀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 편안함과 익숙함이 머지않아
다른 무엇으로 바뀌게 될지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