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인터넷 기사를 보았다. 박세리가 나오는 골프 방송 <세리머니 클럽>에 배우 이성경이 나와서 '머리 올린다'하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는데, 이성경의 SNS 등에서 찬반의 의견이 갈리며 이런저런 말들이 오갔단다. 나는 기사 보면서, 저거저거 내 책에 나오는 내용인데, 책이나 홍보해야지 싶은 것이다. 크흑.
살면서 싫어하는 어감의 표현이 몇 가지 있는데, 가장 싫어하는 표현을 꼽으라면 '역겹다.'이다. 발음도 그렇거니와 글자 생긴 모양부터가 거북하게 생겨 뭔가 입에 뱉기도 쓰기도 싫은 표현인데, 그런 점에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하고 시작하는 김소월의 시는 거부감이 들지 않으니 이런 게 시인가 싶기도 하고.
각설하고, 약간 표현이 이상하다, 싶을 때는 어원을 찾아보는 편인데, 나에게는 '머리 올린다.' 하는 표현이 그랬다. 골프에서 처음 필드에 나가는 걸 두고 '머리 올린다'라고 쓰는 것의 어원은 내가 알기로는 밝혀진 바가 없고, 이런저런 설들이 난무한데 그 난무한 설들을 골프 에세이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에 적었다.
다만 나는 '머리 올린다'라는 표현에서 어쩐지 '처녀작'이라는 단어가 떠올라서, 어원은 불명확하더라도 지양해서 써야 하지 않을까... 하고 책에 써두었는데, 현실세계에서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골프를 가르치는 선생, 코치부터, 정말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가 당연히 여기며 쓰는 표현이기 때문에.
심지어 혹자는 내가 쓴 책을 읽고서도, "저 작가님 책 읽고 머리 올리러 갑니다~"라고 쓰기도 했다. 아하하하하하. 만약 김영하처럼 영향력 있는 작가가 이런 말을 했다면, 아아 머리 올린다는 표현을 지양해야겠구나, 하는 일련의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텐데, 쪼랩의 무명 글쟁이에게는 그런 힘이 없는 것이다. 크흑.
여하튼 '머리 올린다'는 뜻을 두고, 기생 이야기가 나오며, 이성경의 SNS에서는 페미니즘 논쟁으로까지 번지는 거 같은데, 이 표현의 설에는 분명 남성의 상투까지 있으니 그렇게까지 불필요한 논쟁으로 이어질 일은 아닌 거 같다. 방송에서 '머리 올린다'는 발언을 한 김종국도, 골프티 위에 공을 올린다는 뜻으로 알고 있었다니 김종국도 억울할 만은 하겠다 싶고.
결국 이것도 다 언어 감수성 이야기인데, 이성경의 언어 감수성이 여느 골프인들 보다 뛰어난 게 아닌가 생각하며, 무엇보다 제 언어 감수성이 이렇게나 뛰어난데 내가 쓴 골프 에세이는 왜 알려지지 않는 겁니까? 네?
예민한 언어 감수성으로 써 내려간 이경의 골프 에세이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네? 아, 그러니까 이건 제 책 홍보입니다. 네네. 그럼 이만. 총총.